‘생초리’, 역시 김병욱표 드라마!

어제 <슈퍼스타 K>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한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만약 다른 드라마였다면 콧방귀를 뀌었겠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긴장(?)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순풍산부인과>를 비롯해 최근의 <지붕 뚫고 하이킥>까기 성공시킨 김병욱 PD의 야심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이하 ‘<생초리>’)되시겠다! 극의 제목인 <생초리>는 정부에서 첨단기술도시로 만든다고 해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아직까기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깡촌이다.

 

삼진증권에 새로 부임한 박규 사장은 실적도 제일 나쁘고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것도 부족해, 한밤중에 차를 막고 술주정을 부리는 가리봉동 지점 직원들을 이곳으로 전출시켜 버린다.

 

그런데 이곳엔 비밀이 있으니, 바로 생초리 주민들이 100억원이 넘는 쌈짓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초리>는 이전까지 김병욱 PD의 시트콤이 그렇듯이 적절한 웃음과 긴장감을 준다. 먼저 주요 등장인물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면,

 

우선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삼진증권의 사장 박규는 성질이 너무나 급하다. 그는 어제 결혼하고, 오늘 아내한테 ‘왜 아직도 애를 안 낳았어?’라고 따질 듯, 비서에게 커피를 당장 내오라고 수십 번 호출하고, 심지어 상갓집에 가서 재빨리 절을 하곤 상주에게 ‘상심이 크시겠네. 가지!’라고 말할 정도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효율을 앞세우고 안하무인형 인간이라 하겠다.

 

박규 사장이 전적으로 총애하는 수학 천재 조민성(하석직)은 증권회사답게 여러 가지 숫자들이 늘어서는 재무표를 보고 틀린 것을 바로 알아낼 정도로 엄청난 머리를 자랑한다. 그러나 실상 그에게도 아픔이 있으니, 바로 10여명에 달하는 동생을 키워야 하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운좋게 박규사장의 딸인 박복순과 연애중이나, 사장이 결혼에 반대하고 있어 난감해 하고 있다.

 

가리봉 지점의 유은주는 보수적인 집안의 남자와 결혼 직전이었으나, 술먹고 주사를 부리는 모습을 들키는 바람에 파혼을 당하고 ‘뉴은주’로 태어나기 위해 생초리 지점으로 향한다.

 

유은주를 몰래 짝사랑하는 한지민(김동윤)은 그날 그날 대충 장난이나 치면서 지내는 인물이다. 그러나 사실은 몰래 유은주를 좋아하고 있고,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생초리로 향한다.

 

<생초리>는 회당 상영시간은 약 45분 정도 된다. 그런 탓인지 <하이킥>등에선 보통 두 개의 에피소드가 함께 진행되면서 ‘빠른 속도감’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 <생초리>는 하나의 이야기를 힘있게 전개해나간다.

 

<생초리>는 겨우 1회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역시 김병욱’ 이란 찬사를 나오게 만든다. 우선 늘 그렇듯 새로 취임한 사장이 사람들을 닦달하고 자르는 장면등은 드라마 등지에서 숱하게 봤음에도 웃음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성질 급한 박규 사장은 정말 이름과 비슷한 욕설이 나올 정도로 최악의 인물이다! 게다가 말끝마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를 풍미했던 ‘빨리빨리’ 신화의 다른 모습처럼 느껴진다. 생초리 지점을 지을 때 방송세트를 짓는 이들을 불러 하루만에 해치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 정점이라 하겠다!

 

아울러 무능하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의 가리봉 지점과 살벌하기 이를 데 없는 삼진증권 본사의 모습은 철저한 대비를 통해 오늘날 기업문화를 멋지게 대비한다 하겠다.

 

아울러 수학천재에서 벼락을 맞아 둔재가 되는 조민성의 설정, 의문의 살인을 당한 삼진증권의 김도상의 죽음에 가리봉 지점 사람들이 개입된 듯한 ‘미스테리한 인상’등은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대사인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와 방귀만 뿡뿡 뀌어대는 이순재의 설정을 그대로 차용한 듯한 최달국 등의 캐릭터는 <생초리>의 재미를 더욱 북돋아 주고 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와 쌈짓돈 100억을 가진 생초리 주민들, 그리고 천재에서 둔재가 되어 자신의 상황을 회복해야할 조민성의 이야기가 어떻게 복합적으로 그려져 나갈지 기대되는 드라마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