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일랜드 시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

주작 朱雀 2010. 11. 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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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SBS인기가요’에 내가 좋아하는 모던 록밴드 아일랜드 시티가 출연한다고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본방사수에 나섰다. 아일랜드 시티의 순서는 맨 처음이었다. 이번 정규 1집의 타이틀곡인 ‘다시 돌아갈 수 없어’를 부르는 보컬 이지희의 매력적인 보이스, 리더 정연수의 파워풀한 기타를 치는 모습, 귀여워 보이면서도 어딘가 프로적인 냄새를 발산하는 베이스 서아름과 여유 넘치는 드럼 엄상민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약 4분여에 달하는 ‘아일랜드 시티’의 무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객서에선 그 흔한 호응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들의 스타에만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은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심지어 정용화-설리-조권의 3 MC는 첫 무대를 장식해준 아일랜드시티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섭섭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대본에 적혀있는 대로 읽은 탓이겠지만, 그래도 첫 무대를 장식한 가수들에게 단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 못내 섭섭했다.

 

내가 아일랜드 시티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최근에 인터뷰를 한 탓이 아니다. 그들의 음악에서 내가 이전에 좋아했던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가 수록되어 있던 2집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체리필터의 2집이 나온 것은 무려 8년 전의 일이다.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것은 그땐 댄스 음악을 주류를 이루긴 했지만, 적어도 록 밴드가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은 있었다. 그리고 최소 한두그룹은 열광적인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이쯤해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를 드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말이 바른 말이지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아이돌 그룹의 다른 예일 뿐이다. 댄스 음악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들을 진정한 의미의 록밴드라고 부르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공교롭게도 어제 밤엔 <시사매기전 2580>에서 ‘가수 그리고 가창력’이란 제목으로 오늘날 우리 가요계와 현 상황에 대해 되짚는 프로가 방영되었다. 오늘날 인터넷엔 ‘MR제거 동영상’이니, ‘5초 가수’니 해서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서 크나큰 인기를 끄는 것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일본에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인기를 끄는 것과 달리 우리 시장에선 아이돌이 이끄는 댄스 음악이 주류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SM-JYP-YG등의 대형기획사가 이끄는 현 상황의 한계점일 것이다. 물론 나도 아이돌과 걸그룹을 좋아한다. 그러나 대중음악이 단 하나의 장르에 집중된 현 상황은 양윤모 음악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대단히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생물과 다양한 생존방식이 존재한다. 생명체가 자손을 낳을 때, 이전까지의 경험을 비롯한 기억을 제거한 채 기본적인 것들만 DNA로 전달하는 것은 ‘다양성과 복잡성’이 생물의 생존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대중음악계는 아이돌이 지배하며, 그들 대다수는 오로지 댄스음악만 하고 있다. 이런 단순한 장르의 반복은 벌써 10년을 넘어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그런 음악에 편중되다보니 이젠 미국과 일본 시장에 통할 정도로 경쟁력은 높아졌다. 반면, 그 외의 음악에 대해 우린 정말 무지할 정도로 모르고, 인정하지 않게 되었다.

 

다양성이 제거되고 거대기획사가 아니면 가수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 난 이런 시대에 아일랜드시티의 도전에 주목한다. 아일랜드시티는 비록 지금은 인디밴드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곡을 직접 쓰고 노래한다. 또한 방송이나 예능에 출연하기보단 콘서트를 비롯한 공연으로 관객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슈퍼스타 K>와 <남자의 자격-합창단편>은 우리에게 ‘음악이란 무엇인지’, ‘정말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무엇인지 화두를 던졌다. 이전까지 단순히 댄스음악을 즐기면서 열광하면서 뭔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어렴풋이나마 느끼던 찰나에 말이다.

 

우리가 <슈퍼스타 K>에 열광한 것은 물론 ‘개천에서 용’된 허각의 성공사례에도 있지만, 비쥬얼이나 예능에 의지하지 않고, 거대기획사의 포장이 아니라 온전히 가수 스스로의 가창력 하나에만 올인하는 자세 때문이었다.

 

그런 <슈퍼스타 K>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러나 가장 보고 싶었던 가수의 모습을 되살려내었다.

 

나는 아일랜드시티에게서 그런 희망을 본다. 물론 리더 정연수가 말한 것처럼 ‘SBS 인기가요에서 1위가 되겠다’라는 말은 허풍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꾼 것은 때때로 그런 터무니없어 보이는 꿈에서 시작되었다. 몽상가는 보통 사람의 눈에 우스워 보이지만 그들은 세상에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오기도 한다.

 

아일랜드 시티의 이번 정규 1집은 상당히 대중적이지만, 거기엔 자신들의 음악적 고집을 꺾지 않은 10년차 가수들의 패기가 담겨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게 된 아일랜드시티가 아이돌이 주류를 이끌고 댄스음악이 전부인 우리 가요계에 새로운 돌풍의 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그들은 실력적으로 충분하고, 노래는 매력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운’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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