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업(UP)', 픽사의 걸작에 경배를!

朱雀 2009. 7. 29. 17:21
728x90
반응형




오늘 <업>이 개봉한 것을 알고선 만사를 제쳐두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디즈니-픽사 최초의 3D영화란 사실을 들었기에 다소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3D리얼더빙으로 보았다. 개인적으로 우리말더빙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뿔싸! 방학을 맞이한 탓일까? 어린 친구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극 장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함이 상영시간 내내 이어지지 않기를 빌면서 안경을 끼고 영화를 관람했다. <업>은 픽사의 열 번째 작품이다. <업>은 어떻게 보면 이전 작품과 달리 상당히 심심할 수 있다. 여기엔 거대한 모험도 큰 볼거리도 없다.

일단 주인공은 70살이 넘은 칼 프레드릭슨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 해온 부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에 풍선을 달아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 때마침 선임 대원이 되고 싶었던 러셀이 그의 집에 올라타면서 모험은 시작된다.

<업>의 초반부는 뭉클하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한 모험가의 선전 영화를 보고 동경하던 소년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소녀를 만난다. 둘은 어느덧 장성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이른다. 둘은 어린 시절 약속한 남아메리카 여행을 그리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내내 미루고 만다. 결국 70세 파파 노인이 되어 부인을 위해 큰맘 먹고 페루행 비행기표를 사지만, 안타깝게도 그 순간 부인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두 남녀가 어린 시절에 만나 늙을 때까지 함께 해로하는 순간을 그려내는 픽사의 실력과 감성엔 탄성이 절로 날 뿐이다. 초반부만으로 가슴이 뭉클했고, 표값은 충분했다.

풍선으로 띄운 집은 간단한(?) 여행 끝에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사건이 발생하고 칼은 고민에 빠진다. <업>의 주인공은 70세 노인과 십대 초반의 소년 러셀이다. 두 주인공을 보면 느끼겠지만 애초에 거대한 스케일의 모험은 불가능하다.

평생 아내외엔 다른 사람과 별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칼은 러셀을 귀찮아하지만, 함께 모험을 하면서 점점 정이 깊어진다. 러셀은 야생 탐사 대원에 자원한 것은 아버지의 공이 컷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무 바쁜 나머지 텐트 치는 법조차 가르쳐 주질 않는다. 부인과 아이를 갖기 원했던 칼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결국 아이를 두지 못한다. 서로 외로움을 느끼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가까워지게 된다.

<업>은 어린 시절 우리를 흥분시키던 모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그러나 실행에는 옮기는 못하는.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고 보물을 찾고 아슬아슬한 함정 등을 통과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면 ‘현실’이란 이름하에 집값과 전세 그리고 수도세 등의 고지서를 걱정하며 그런 것들은 깡그리 잊고 만다. 어쩌면 <업>에서 70세 노인과 어린 소년을 내세운 것은 20-30대의 사람들은 모험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 현실 때문인지 모른다.

<업>은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두 주인공 칼과 러셀은 처음엔 불협화음만을 일으킨다. 부인을 잃은 후 다른 사람과의 친교에 별 관심 없는 칼은 자신을 도와주겠다며 자꾸 찾아오는 러셀이 귀찮을 뿐이다. 그러나 함께 모험을 떠나고 희귀새 케빈과 말하는 개 더그를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따르는 새와 개의 행동에 정을 느끼고, 귀찮아서 화를 냈다가도 돌아서면 후회하며 그들은 한층 가까워진다.

<업>엔 제대로 된 악당이 없다. 물론 칼과 러셀을 위협하는 찰스 먼츠가 있지만, 그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비행선에서 케빈을 놓고 벌이는 두 노인의 대결은 우스꽝스럽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어쩌면 두 노인의 대결은 이제 그런 모험과 꿈은 늙은이들이 아니면 믿지도 찾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듯 싶다.

<업>은 다른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자극적이진 않다. <업>을 함께 보던 아이들은 재잘거리면서 지루해했다.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종종 추격신과 하이라이트에선 제법 큰 스케일의 대결이 펼쳐지지만, 다른 블록 버스터급 영화와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그건 ‘작은 이벤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업>은 픽사의 장인들이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걸작이다! 우리 시대에 이런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업>을 극장에서 꼭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우리의 인생에 대해, 어린 시절 당신이 꿈꾸던 모험에 대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빚어낸 3D CG는 환상적이다! 눈과 귀를 비롯한 오감이 매우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