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유럽판 '마더', <언노운 우먼>

朱雀 2009. 7.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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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진실이 너무 참혹해서 눈을 감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보다 더욱 영화같은 진실. 믿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일이라 끔찍함이 더 하는 사건들. <씨네마천국>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그의 절친인 엔리오 모니코네와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늙은 영사기사와 꼬마 토토의 우정을 그린 <씨네마천국>을 떠올리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너무나 다른 방식에 놀라고 만다. 영화 첫 장면에선 속옷만 입고 가면을 입은 여자들이 누군가에 의해 골라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벽틈으로 난 구멍으로 한 여자를 고른 누군가는 이내 속옷마저도 벗은 다음 몇 번 돌기를 명령하고 여성은 충실히 따른다. 이윽고 화면이 갑자기 바뀌고 왠 여성이 어느 집을 찾아 부산거리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보석상 아다처 가에 들어가기 위해 원래 가정부를 실족사 시키고, 가정부이자 유모로 일하는 아레나는 요리는 물론 청소까지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여인이다. 그러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운전을 배우는 등의 최선을 넘어선 집념에 가까운 행동들은 왜 그녀가 아다처 가에 그토록 목매다는지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영화는 긴박한 효과음으로 아슬아슬한 그녀의 행동을 더욱 극단으로 몰아부친다. ‘미스터리 스릴러’롤 홍보되는 영화답게 <언노운 우먼>은 매우 빠른 전개와 과감한 점프컷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잔뜩 유발한다. 회상으로 처리되는 그녀의 과거는 뭔가 사연 많고 비밀에 잔뜩 둘러 쌓여 있다.

또한 그녀가 일하는 아다처 가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고, 부부는 잦은 싸움을 하며 떼아는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문제투성이 가정이라 더욱 여러모로 신경이 쓰인다. 거기에 더해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한들이 이레나의 집을 뒤지고 그녀를 폭행하는 장면 등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라고 관객은 생각하며 그저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러나 결말부에 모든 것이 밝혀지면 <언노운 우먼>은 스릴러의 옷을 벗고 가슴을 적시는 멜로로 바뀐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한 여성이 잘못된 선택으로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그녀의 궤적은 오늘날 유럽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이기에 끔찍하다.

만약 기분이 울적해서 상쾌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언노운 우먼>은 절대 비추다! 당신이 이 작품을 보고 극장에서 나온다면 몹시 찝찝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뭔가 매쓰꺼운 장면이 나온 탓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추악한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의 각본은 치밀하기 이를 데 없으며, 거장 감독은 스릴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변주했다. 사연 많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레나 역의 크세니아 라포포트는 너무나 완벽한 연기를 보여줘 그저 찬사밖에 나오질 않는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찌들어 사는 우리에게 <언노운 우먼>은 거장에 의해 새롭게 변주된 미스터리 스릴러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몰락한 동구권의 한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소위 선진국으로 불리는 서유럽에 왔다가 매춘업에 종사하고 각종 폭력에 노출되는 잔인한 현실은 그저 눈을 감고 싶을 뿐이다.

<언노운 우먼>은 잔혹하다! 폭력과 강간신이 수시로 보이며 당신을 불쾌하게 한다. 여성의 음모까지 비추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하지만 그것은 에로스가 아닌 잔인한 현실을 고발하기에 ‘야한 느낌’따윈 오지 않는다.

스릴러의 긴박감과 멜로의 서글픔을 동시에 담은 <언노운 우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수작이다. 당신에게 강추하고 싶다. 꼭 극장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라.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언노운 우먼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2006 / 프랑스, 이탈리아)
출연 크세니야 라포포트, 미쉘 플라시도, 클라우디아 게리니, 마르게리타 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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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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