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야기의 힘은 세다! ‘버디버디’

朱雀 2011. 8. 1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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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화백의 만화 <버디>를 원작으로 하고, 유이 주연으로 작년 한해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디버디>3~4화가 방송되었다. 방송 소감은 역시 이야기의 힘은 세다!”였다.

 

<버디버디>는 유이를 빼면 그렇게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 없다. - 물론 조연급인 오현경, 윤유선, 이병준 등은 다르지만- 이용우가 있긴 하지만 <스타일> 출연으로 이미 뱀파이어의 생명력을 갖출 정도니, 마이너스가 되었으면 되었지 플러스가 되긴 어려운 요소다.

 

유이 역시 아무래도 애프터스쿨의 멤버다 보니, ‘아이돌이 연기한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골프를 소재로 했으니 여러모로 <버디버디>는 흥행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버디버디>는 그런 어려운 조건들을 오롯이 이야기의 힘으로 우직하게 뚫고 나간다. 3화 초반을 장식한 것은 성미수(유이)와 민혜령(이다희)의 이색적인 대결이었다.

 

존리(이용우)의 제안에 따라 벌어진 대결은, 각자 아이언(유이)과 퍼트(이다희) 하나로 운암정에 있는 홀에 공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첫 번째 관문인 분수대를 미수는 아이언으로 호쾌하게 쳐서 넘겼고, 혜령은 퍼트의 특성을 고려해 물위를 마치 물수제비 뜨듯이 공프공이 통통 튀게 해서 넘어가게 했다.

 

이를 통해 성미수는 힘을 앞세우는 호쾌한 타입이고, 민혜령은 컴퓨터처럼 계산해서 샷을 하는 골퍼로서 확실하게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맛보기 게임이 끝난 이후, 메인게임인 프로골프 선발전도 그렇다.

 

장타력을 앞세운 미수가 1라운드에서 연속 버디(정해진 샷보다 한타차 적게 넣는 것)을 잡으면서 1위로 오르고, 혜령은 일부러 보기를 범하면서도 모든 홀에 확실하게 넣는 마무리를 한다. 마치 무협고수가 3할의 힘은 숨기는 것처럼.

 

3~4화의 메인 이벤트인 프로골퍼 선발전에서 극명하게 보이는 것은 미수의 성장과정이다. ‘천재적 소질을 타고난 그녀가 왜 세 번이나 프로데뷔전에서 번번히 미역국을 먹었는지 그 이유가 나온다.

 



1라운드에서 1위를 했음에도 지나친 부담감 때문에 악몽을 꾸는 미수


바로 지나친 부담감 때문이다. 미수의 뒷바라지를 위해 이미 미수네 집은 은행에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아버지는 참다못해 미수에게 포기를 권유했다가, 딸이 너무나 골프를 좋아하자 뒷바라지를 위해 원양어선까지 탄 상황. 미수의 어머니 역시 갖은 궂은 일을 다하면서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런 미수의 상황은 선발전에서 만난 다른 인물을 통화 희화화된다. 6억 이상 투자를 했다며 골프전에 참여한 여동생을 향해 (오빠가) ‘너는 우리집안의 로또다’ ‘이번에 또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다짐 등은 일면 우습꽝스럽지만, 주인공 미수의 상황과 똑같기에 서글픔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4화에선 결국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미수가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좌절을 그려낸다. 그러나 동시에 존리가 코치를 해주겠다고 나서고 캐디를 지원하면서 돈도 벌고 골프연습도 하겠다는 야무진 결의를 보이기도 한다.

 



집안의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는 다른 인물을 등장시켜 미수의 현재 상황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했다.


3~4화를 보면서 미수와 해령의 캐릭터는 확실해졌다. 씩씩하지만 집안의 과도한 기대를 짊어진 미수와 모든 것을 가졌지만 사랑을 가지지 못한 해령은 이번화를 통해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다고 본다.

 

우린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아마 어린시절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나 어머니가 읽어주던 동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우린 다른 이가 아파하는 것을 보고 똑같이 아파하고, 하품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고, 2002 월드컵에서 황선홍의 골을 보고 똑같이 흥분한다. 이것을 공감이라 하는데, 1996년 이탈리아 리촐리티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와 다른 사람이 땅콩을 집을 때 뇌에서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냈다.

 



-출처 : <지식채널e>

정확히는 같은 위치의 신경세포가 반응했는데, 이를 거울 뉴런이라 한다. , 우리의 공감은 뇌의 신경세포가 반응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것은 이런 거울 뉴런의 작용 때문이다.

 

<아바타>가 국내에서만 1,300만 명이 관람하면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거나, 때때로 특수효과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무명의 배우들이 나왔음에도 관객몰이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골프에 필요한 돈과 지위 등을 모두 가졌지만 '사랑'을 얻지 못한 민해령과 뭔가 비밀을
간직한 존리의 뚜렷한 대비 등은 극의 흥미와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버디버디>는 유명한 아이돌이나 소위 한 배우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미수의 삶과 역정은 오늘날 우리 어머니들과 우리의 삶과 일치하며, 꽉 짜여진 상황전개와 드라마틱한 인물의 감정묘사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프로골프 선발전에 딸이 지각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흙탕물에 빠진 차를 밀어내면서 흙투성이가
되는 장면은 이번 <버디버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딸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오늘날
어머니들의 모습을 너무나 멋지게 영상화시켰다!


<버디버디>는 현재 공중파에서 방영중인 어떤 드라마와 비교해도 가장 센 이야깃빨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주 다다음주에도 계속 보여주리라 믿어의심치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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