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흥미진진한 슈퍼카 맞짱대결! ‘탑기어 코리아’

朱雀 2011. 8.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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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브이랑 마징가제트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 서로 침을 튀기며 싸우던 토론 주제였다. 누군가는 태권브이는 남산만한 로봇도 순식간에 제압하는 무적의 로봇이기 때문에 마징가는 상대도 안된다고 했고, 누군가는 마징가는 로켓펀치와 루스트 허리케인, 브레스트 파이어 등등의 엄청난 무기가 많기 때문에 태권브이 따윈 상대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런 말싸움은 조금 격해지면 이내 주먹다짐으로 갈만큼 팽팽한 양상을 띠었다. 나이를 조금 먹은 지금 돌이켜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는 걸까?

 

지금도 비슷한 주제로 싸울 때가 많다. 그리고 이젠 그때보다 조금 더 훨씬 현실적이다. 바로 슈퍼카 중에서 누가 제일 빠른가?’를 두고 말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상위 5%의 부자가 아니고선 누가 슈퍼카를 가지고 대결을 벌일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 일을 직접 해주는 고마운 프로가 나왔다. 바로 <탑기어 코리아>!

 

1회 첫 번째 코너에선 국산 슈퍼카인 스피라 터보(15천만원)를 로터스 엑시지컵 260(12,500만원), 포르셰 카이맨 S(1억원)와 맞짱 대결을 펼치게 한다. 첫 번째는 정해진 구간을 놓고 달리는 드레그 레이스를 펼치고, 두 번째는 정체불명의 스티그가 타고 탑기어 코리아에서 만든 트랙을 돌아 랩타임을 재게 했다.

 

결과는 꽤 흥미진진했다. 드레그 레이스에선 예상외로 스피라 터보가 로터스와 포르셰를 무찔렀다. 다만 두 번째 랩타임 대결에선 스티그가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면서 다음 기회에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밖에도 미니 컨트리맨을 김진표가 직접 타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패러글라이더와 누가 누가 더 빨리 내려오나?’를 겨루었고, 김갑수-김진표-연정훈의 MC가 각각 KTX, 제트기, 아우디 R8를 타고 부산 해운대까지 누가 빨리 도착나하?’를 겨루었다.

 

<탑기어 코리아>의 장점은 그동안 차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말로만 싸우고, 관심이 있고 경제력이 있어도 자동차쇼를 비롯한 공식적인 채널이 없는 관계로 언제나 비공식적으로 겨룰 수 밖에없었던 현실에서 공식적인 기록을 나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세 MC들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포르셰 카이맨 S를 선택한 연정훈은 김갑수가 선택한 스피라 터보와 김진표가 선택한 로터스를 향해, ‘누가 그런 차로 출퇴근할 수 있겠느냐? 아마 일주일도 못갈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김진표는 한술 더 떴다. 5천만원이나 나가는 미니 컨트리맨을 향해 이런 말도 안 되는 허접한 플라스틱 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자동차업계에 대해 아는 이들은 동의하겠지만, 감히 잡지를 비롯한 언론에선 이런 말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다수의 경우, 바로 광고주인 해당업체에서 길길이 날뛰면서 화를 내면서 광고를 끊겠다라고 엄포를 놓을 것이 때문이다-실제로는 아마 바로 광고를 중단할 것이다-. 그런 다소 국내의 환경에서 바로 이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리만족을 넘어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물론 그런 화끈한 말 뒤에는 각각의 차의 장점과 다른 면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이어졌다. 단순히 '독설을 위한 독설'은 결코 아니었다는 말이다! 일례로 컨트리맨의 경우, 오프로드에서 달리는 맛이 끝내주는 장점이 소개되었다-

 

<탑기어 코리아>의 또 다른 매력은 재미있다라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프로그램답게 김갑수-연정훈-김진표의 통통튀는 재치 있는 입담과 표정 등은 공중파 버라이어티쇼 못지 않은 재미를 주었다. ‘자동차쇼답게 차에 대한 설명과 용어정리가 이어졌지만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게 보였다.

 

또한 세 명의 MC가 직접 자동차를 타고 실험에 나서는 부분도 보기 좋았다. 또한 자동차와 패러글라이딩이 겨루거나, KTX-제트기-아우디 R8이 부산까지 빨리 가는 것을 놓고 겨루는 모습 역시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었다.

 

마치 <무한도전>을 보는 것처럼-혹은 리얼리티쇼를 보는 것처럼- 대중교통인 KTX와 비행기 시각을 기다리는 김갑수와 김진표의 표정은 한없이 답답해보였고, 아우디로 시원하게 경부고속도로를 내려가는 연정훈의 모습은 부럽기 짝이 없었다. -물론 연정훈 역시 고급휘발유점을 찾기 어려워 애먹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탑기어 코리아> 1화는 영국판을 보았던 이들에겐 아마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처음 보거나 자동차쇼를 표방한 프로가 처음 등장한 국내 상황에선 충분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자동차관련 프로그램이었다고 여겨진다.

 

자동차가 부의 상징이거나, 도로에서 불법 길거리 레이싱을 벌이는 상황에서 벗어나 건전한 문화로서 자리잡는데 <탑기어 코리아>가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탑기어 코리아>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차를 갖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김갑수-김진표-연정훈과 제작진의 노력이 어떤 식으로 진화해나갈지 기대가 자못 크다. 그리고 그 결과와 노력만큼 자동차가 단순한 탈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화를 보다 풍성하고 넓게 해주는 하나의 문화코드가 되길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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