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저씨’의 원빈과 맞먹는 김정태의 미친 존재감, ‘소녀 K’

朱雀 2011.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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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K>를 감상하면서 놀란 것은 그 사실적인 액션에 있었다. 마치 <아저씨>에서 느낀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느낌에 다시 살펴봤더니, ‘역시!’ <아저씨>의 홍의정 무술감독이 참여하고 있었다.

 

<아저씨>에서 원빈은 전직 특수부대요원으로 맨손이면 맨손으로, 칼이면 칼을 들고 최대한 절제된 동작으로 가장 효율적인 살상기술을 선보였다. 그런 원빈의 액션연기는 태국 킬러역의 타나용 웡트라쿨의 신들린 연기와 맞부딪치면서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전해주었다.

 

<소녀 K> 역시 만만찮다! 얼핏 제목만 들으면 촌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액션연기 하나만큼은 TV무비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1화에서 차연진(한그루)의 어머니 차인숙(전미선)이 정체모를 깡패들에게 끌려가다가, 그녀의 집에 물건을 배달하던 유성호(김정태)와 마주치게 된다.

 

얼핏 보기에도 순박하고 별로 세(?)보이지 않았던 그는 6명의 사내들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그전까지 순박하고 별 존재감이 없어보이던 그는 그 장면 하나로 스크린을 물론 관객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고 만다.

 

특히 액션연기를 펼치기 전까지 순한 눈빛을 보여주던 그는 깡패들의 팔을 꺾고 비틀고 심지어 칼을 빼앗아서 급소만을 골라 찌르는 최대한 절제된 동작으로, 악한 자를 응징하는 쾌감을 넘어서서 섬뜩하고 잔인한 느낌마저 줄 지경이다.

 

김경태의 선과 악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연기는 그의 존재감을 관객의 뇌리에 단단하게 박히게 한다. 차인숙이 인질로 잡히자 무작정 적의 본거지로 찾아간 양아치 소녀 차연진은 깡패 한두명은 그냥 쓰러뜨리는 괴력을 선사한다.

 

그러나 곧 그녀의 앞에는 엄청난 거구의 망치로 사람을 내리쳐서 죽이는 무시무시한 중간보스급 캐릭터가 등장한다. 차연진은 평상시 태권도-검도-유도 등을 섭렵한 인물답게 나름 잘 대응하지만, 말도 안되는 괴력에 결국 위기에 봉착한다.

 

이때, 김정태가 다시 한번 멋진 활약을 펼친다. 누가봐도 골리앗처럼 막강해 보이는 괴력의 인물을 단숨에 제압한다. 오히려 중간 보스급 사내가 견디지 못해 칼을 꺼내들자, 재빨리 빼앗아서 순식간에 급소만을 골라서 번개처럼 찌르는 그의 모습은 무섭기 짝이 없었다.

 

2화에서 그의 활약상은 엄청나게 줄어든다. 바로 차연진이 엄마의 복수를 위해 SS1의 킬러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그루는 멋진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짧은 단검 두 자루와 장검을 가지고 보여주는 그녀의 액션은 실제로 검도를 배운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실감이 난다.

 

그뿐인가? 호리호리한 그녀가 각종 총기류를 능숙하게 다루는 장면은 멋지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한그루가 연기하는 차연진의 킬러 역할이 뻥튀기된 탓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리 위를 달리는 상대를 총을 들고 그것도 꺾어서 맞추는 거의 무협소설에 나올 법한 신공(?)을 선사한다. 게다가 막판에는 그녀가 원수로 생각하는 장세욱(김뢰하)을 죽이는 장면에선 칼으로 총을 제압하는 괴력까지 선보인다. 물론 이런 액션 연기는 합이 잘 짜여져 있고, 최대한 현실감이 느껴지도록 촬영되었지만,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서 몰입해서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반면, 2화에선 차인숙과 차연진의 묘를 손보는 유성호(김정태)가 자신을 죽이러온 킬러들을 제압하는 장면에선 다시 한번 존재감을 심어준다. 총으로 무장한 다수의 적과 달리 오직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로 그들을 제압해가는 모습은 말도 안돼!’가 아니라 멋지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한다.

 

게다가 적당히 총알 하나를 팔뚝에 맞아주시는 센스를 발휘해서 무쇠팔 무쇠다리가 아니라 인간임을 상기시켜준다. 오는 10일 밤 채널 CGV에서 밤 12시에 최종회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김정태는 40명의 킬러를 맞아 홀로 총으로 제압하는 연기를 펼친다고 한다. 예고편을 보아도 그런 그의 연기는 너무나 멋져서 감탄사가 연달아 나올 뿐이다.

 

사실 액션 영화는 벌써 몇십년째 계속 나오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새로운 것이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선 비슷비슷하면 식상해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없애기 위해 무술감독들은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안다.

 

일례로 <아저씨>의 경우 액션이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위에서 밝혔지만 과도하거나 현실성없는 액션을 최대한 자제하고, 브루나이 실라트, 필리피노 칼리, 아르니스 등 아시아 지역 전통무술을 혼합해 만든 날것의 액션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것으로 안다.

 

<소녀 K> 역시 그런 날것의 생생함이 잘 살아나는 편이다. 칼을 집어들든 총이든 맨손이든 액션신 하나하나가 정말 생사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느낌을 팍팍 전해준다. 게다가 비록 미소녀 킬러액션을 표방했기에, 말이 안되는 이야기전개는 좀 있지만,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날뛰는 소녀의 울부짖음은 분명히 관객의 공명을 일으키고, 사랑하는 여인과 소녀를 지키지 못해 괴로워 하는 한 남자의 울분과 분노에 찬 모습은 남성관객의 공감대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마지막 최종화에선 숙명의 대결을 펼쳐야 하는 김정태와 한그루의 액션연기는 또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액션 하나만큼은 죽여준다!’는 평이 왜 대세를 이루는지 <소녀 K> 최종화가 다시한번 증명해낼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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