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신지수와 크리스티나가 보여준 리더십이 서로 다른 까닭은?, ‘슈스케 3’

朱雀 2011. 9. 11. 07:00
728x90
반응형



지난 9일 밤 11시에 방송된 <슈스케 3>에선 처절한 슈퍼위크의 현장이 공개되었다! 이번 미션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었는데 -콜라보는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일시적으로 팀을 이루어 작업하는 것을 뜻한다. 아무래도 이번에 참가한 이들이 솔로보다는 아이돌이나 그룹으로 데뷔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꼭 필요한 미션이었다고 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극한 상황에 몰리면 출연자들의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을 고르자면, 10명이나 되는 팀원을 이끌었던 신지수와 다국적(?) 4명을 이끌었던 크리스티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신지수의 경우, 팀원들의 의견은 별로 듣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듯한 뉘앙스로 편집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모습은 권위적인 우리 시대의 리더-직장상사와 정치인 등등-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는 같은 팀원인 박장현이 계속 실수하자, 그의 파트를 아예 뛰어넘어버리는 판단을 내려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윤종신은 오히려 그녀의 그런 판단을 리더로서 훌륭했다라는 식으로 칭찬해서 반전의 묘를 더해주었다.

 

티빙(www.tving.com)을 통해 감상하면서 내일 아침에 신지수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이야기들이 신지수 개인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 필자는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신지수는 잘못한 것일까? <슈스케 3>의 악마적 편집탓인지 필자조차 처음에는 신지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았다. 팀원들의 의견은 거의 수렴하지 않고 ‘너는 무슨 파트해라고 정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안 좋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신지수를 비롯해 슈퍼위크에 참가한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하루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서로 일면식도 없는 남남인 그들이 서로 파트를 정하고 연습하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따라서 신지수는 흔히 말하는 악역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누구도 욕먹어서 하기 싫어하는 그런 리더말이다.

 

결론적으로 신지수는 무능력하지도 이기적인 인물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유리한 파트를 맞거나 자신만의 편의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녀의 입장이 어느 정도 나온다. 다른 팀과 달리 10명이나 참여했기 때문에, 모두를 조율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덕목인 효율성을 위해 명령조로 딱딱하게 대하는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신지수가 리더로서 하는 말은 분명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지만 경쟁에 내몰린 팀원들에겐 직시해야 될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지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리더상이다. 그녀는 효율성을 위해 다른 팀원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던지, 잔인할 정도로 판단을 내리고 모두가 최대한의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심지어, 10명이나 되는 명수 때문에 두조로 나뉘어지게 되자, 다들 멈칫거리면서 어떻게 할 줄 모르자, 젬베와 기타를 기준으로 팀을 나눠버리는 과감성을 보여주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모두들 그렇게 계속 머뭇머뭇 거리면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모두가 탈락하는 최악의 순간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기꺼이 악역을 맡아 팀을 나누는 과감성을 보여준 것이다.

 

, 신지수는 우리 사회에서 최선으로 분류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신지수가 두조로 나뉘게 될 때 팀원들에게 말했지만, ‘이건 개개인의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개인의 기분이나 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능성 있는 한명이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이며, <슈퍼스타 K 3>은 오디션 프로로서 그것을 정점으로 보여주는 방송이다.

 



반면 크리스티나는 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다국적군을 이끌면서도 화합형 리더십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훌륭한 실력과 인품에서 '26세 맞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멋진 모습이었다!




막말로 남이 탈락하면 내가 붙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지수는 자신보다는 최대한 팀원을 생각해서 연습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그런 모습이 권위적이고 명령조라 모두의 반발과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효율적인 면에선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크리스티나팀은 어떤가? 소울 서바이어라고 정한 이 팀엔 외국인인 크리스와 한국인인 이정아와 박솔이 참여했다. 이 조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 통엔 박솔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윤종신도 지적했지만 다른 세명과 달리 박솔은 음악적 색깔이 달라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드물게도 이 조의 팀원은 네명 모두가 합격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는 전적으로 크리스티나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크리스티나는 19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후덕한 어머니처럼 팀을 이끌었다. 말이 통하는 크리스와 이정아에게는 농담을 건네면서 상황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고, 영어를 못하는 박솔을 위해선 우리말로 최대한 의견을 묻는 정중함을 보여줬다.

 



크리스가 혼자 돌출행동을 했음에도, 크리스티나는 그를 질책하기 보다는 함께 기도를
하며 모두를 보듬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게 단순히 그녀만의 힘일까? 필자는
미국의 문화에서 크리스티나의 리더십을 바라봐야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 문화는
아직까지 '위대한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어떤 면에서 이 팀은 네 명의 모두의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연습도 쉬워보였다. 그러나 모든 팀이 그렇듯이 이 팀에도 커다란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크리스였다! 전날까진 웃으면서 춤까지 추며 열심이던 그는 다음날이 되자, 갑자기 자신감을 잃어서 무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집합시간인데도 어디엔가 혼자 처박혀 있어서 다른 팀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한팀으로 미션을 진행할때는 한명의 돌발행동이 전체 팀원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크리스를 위해 크리스티나는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 덕분에 크리스는 기운을 찾고 다시금 기적을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티나의 멋진 리더십은 노래를 부를 때도 멋지게 발휘했다. 박솔이 자신없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자,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는 식으로 그를 바라봐준 것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필자가 길게 굳이 크리스티나와 신지수가 보여준 리더십에 대해서 내용을 적는 것은, '크리스티나가 훌륭하고 신지수는 나쁘다'라고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왜 두 사람의 리더십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말하고 싶어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크리스티나와 신지수가 보여준 리더십의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낳은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크리스티나가 오랜 시간동안 자란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잘 알려진대로 모든 인종이 함께 어울려사는 곳이다. 크리스티나는 인터뷰에서 드러나지만, 여러명이서 함께 노래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녀가 크리스를 잘 요리(?)한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 덕택이라 할 것이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만큼, 문화적인 충돌이 우리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자주 겪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보듬을 줄 아는 방법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또한 크리스티나는 흑인이다. 흑인이 미국사회에서 겪은 인종차별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사회에서 크리스티나 같은 리더가 나올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최악보다는 차악이 낳고, 차악보다는 최선이 낫지만. 앞으로의 사회가 원하는 리더십은
최선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고 원하는 화합형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가 아닐까?



오늘날 오바마 대통령이 나올 정도로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오바마는 사실 백인 어머니를 두었고, 하버드대학을 나올 정도로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재중의 인재였다. 따라서 그는 단순히 흑인으로 분류하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우리가 불우한 환경속에서 성공한 인물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와 흑인등 다양한 핏줄이 섞인 타이거 우즈가 흑인으로 단순히 분류되듯, 오바마 대통령도 흑인으로 분류되는 현실을 보면, 미국에서 피 한방울의 법칙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방울의 법칙(One Drop Rule)은 미국 남부지방에서 조상 중에 흑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였으면 흑인으로 간주했던 제도를 말한다. 이는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에 남부에서 195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인종분리정책(segregation) 때문에 생겨났다 -위키백과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백인으로부터 온갖 차별을 받는 흑인의 입장에서 남는 방법이라고 연대외엔 방법이 없다. 버락 오바마가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엔 바로 1960년대 킹목사의 위대한 리더십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며, 크리스티나의 리더십 역시 소수민족으로서 거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신지수는 어떤가? 신지수가 보여준 리더십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무한경쟁을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등수를 매기며 분투를 요구하고,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녀도 그런 경우는 더더욱 심해진다.

 

성과에 따라 봉급과 진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린 효율성을 앞세워서 해당 팀원을 도구처럼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오히려 그런 리더십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되어 있고, 거기서 이루어지는 정신적인 폭력이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일반적이다. 오히려 신지수의 경우엔, 그런 축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무능하지도 않고 필요한 경우엔 확실한 판단을 보여줬으니까.

 

 



박장현은 한두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틀리면서 팀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신지수는 경연에 들어가기
앞서서 '틀려도 그냥 가라. 틀리면 모른다'식으로 매정하게 이야기했지만, 실수한 박장현을 위해
옆에서 가사를 불러주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장현의 경우엔 너무 긴장하고, 한번밖에 없는
기회기 때문에 이기심을 논하기엔 분명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신지수의 리더십도 상황을
보았을때는 분명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가 보여준 리더십 때문에 '다른 식의
방법은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예를 들면, 가사를 못 외워서 쩔쩔매는 박장현을 진작에 좀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보듬었으면. 하는 아쉬움 말이다. 물론 필자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장에선 그녀보다 훨씬 용렬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을 가능성이 크다. 신지수는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최상으로 평가받을 만한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크게 남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지수보다는 크리스티나의 리더십이 훨씬 이상적인 것이다. 게다가 우리사회는 이제 주한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는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신지수팀은 모두가 내국임에도 불구하고 불협화음을 자주 보여줬다. 반면 크리스티나팀은 언어가 잘 통하지 않음에도 엄청난 하모니를 들려줘서 잘 하는 이라도 상대적으로 못하면 떨어뜨린다라고 했던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였다.

 

다문화는 이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시행하다가 실패한 정책이다. 우리라고 해서 성공할 리가 만무하다. 다문화 사회라는 말 자체는 우리 문화를 정해놓고, 그 외에 문화에 대해선 다문화라는 다른 울타를 만드는 지극히 언어폭력적인 담론이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니껏 내껏 문화가 분리될 수는 없다. 모두가 우리 문화여야 올바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슈스케 3>에서 보여진 크리스티나와 신지수의 서로 다른 리더십은 단순한 오디션 프로 이상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고 본다.


참고: <미국사산책>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