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동방신기 파문,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내다.

朱雀 2009. 8. 1. 14:44
728x90
반응형


어제 동방신기의 멤버 3명이 SM엔터테인먼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해체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현재 소속사측은 오전 1시경에 공식입장을 통해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국내 최대 기획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갈데까지 가보겠다’란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동방신기가 누구인가? 얼마 전 앨범을 내자마자 선주문 30만장이란 기염을 토했고, 공식 집계된 팬들만 80만에 이르는 국내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다.

그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왜 소송이라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소속사와의 결별을 원할까? 이유는 자명하다. 기획사와 갈등 때문일 것이다.

실제 언론에 흘러나온 사실을 보면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이 계약한 기간은 무려 13년에 이른다고 한다. 데뷔한 신인의 경우에도 6-7년을 넘지 않는 관행을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 심하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계약기간만 13년에 이를 정도라면 소속가자 동방신기 멤버들에게 어떤 요구를 했을지는 대충 보인다. 오늘날 아이돌 스타는 예전과 달라서 철저한 준비 끝에 만들어진다. 최소 4-5년 이상이 걸린다고 알려진 이러한 준비기간은 불확실한 스타성을 근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속사의 경우 불평등한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소속사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한 멤버당 준비기간을 가지다보면 최소한 몇억에서 심지어 몇십억원이 소요된다. 또한 키운다고 그들이 모두 스타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지방공연을 돌리고 나이트에 나가게 해서라도 본전을 뽑기 위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한다. 연예인 준비생의 경우 ‘스타’가 되기 위해선 이런 불공정한 계약을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진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소위 뜬 다음이다! 연예기획사의 경우 소속 연예인 열명 중 하나만 떠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 특히 ‘동방신기’는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그 이름처럼 동방을 떠들썩하게 하는 범 아시아적 그룹이다. 이들이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다섯 명의 멤버는 어딜 가든지 스타대접을 받았고, 또한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몫과 목소리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소송’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취했다.

팬들과 소속사측은 해체만큼은 막고 싶겠지만,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 만큼 후유증이 너무 커서 온전하게 그룹 활동을 하긴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어쩌다가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연예계의 근본적인 병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고 장자연 사건에서 드러났지만 기획사들은 연예인들을 띄운다는 명목하게 성접대까지 이루어지고, 때론 깡패들을 이용한 폭력까지 불사한다. 유명한 기획사의 경우 특정 깡패집단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공공연한 이야기다. 그만큼 연예사업은 돈과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란 걸 방증한다.

기획사에게 소속 연예인은 철저한 기획 상품일 뿐이다. 노예계약을 강요하고 최대한 단물을 빨아먹으려는 행동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소속 연예인이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가 돌아오면 일부러 열애설을 터트려 몸값을 낮추고, 심한 경우에는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극소한 부분만 주고 나머지는 모두 챙기는 행패가 연예계에선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동방신기 사태는 그러한 고질적인 국내 연예계의 대표적인 사례의 연속 반복일 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