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한석규가 송중기를 이길 수 있을까? ‘뿌리깊은 나무’

朱雀 2011. 10. 1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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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오래살고 봐야 한다. 어제까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석규를 다시 TV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영화에서 보던 스타들을 다시 안방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영화판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포스팅의 제목도 마찬가지다. 한석규와 송중기의 연기력을 1:1 로 비교한다면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그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송중기가 젊은 세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래?’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송중기는 4화도 안되는 분량에 출연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태종 이방원이 자신의 장인인 심온대감을 죽이는데도, 부인인 소헌왕후에게 ‘미안합니다. 난 아무것도 못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유약한 임금, 아니 허수아비 임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또한 젊은 세종은 그를 규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취했다. 비밀편지를 보내 도망가게 명령을 내렸고, 그것이 발각되고 태종에게서 임금의 자리에서 쫓겨날 지경에 이른다. 그는 빈 찬합을 받고도 오히려 이를 ‘마방진’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조선에 무엇을 채울 것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마방진을 풀 해법을 얻어내고, 빗발치는 화살 사이를 뚫고 나가, 태종에게 무릎을꿇고 용서를 빈다.

 

그러나 그 액션은 진실성이 없었던 바, 군권을 장악한 태종에게 숙이는 모습을 취해 아버지를 섬기는 효자의 모습과 때를 기다리는 군주의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송중기는 이렇듯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유약하기 그지 없어, 보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나, 실패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연민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전쟁터인 구중궁궐 한복판에서 아버지 태종을 맞아 당당하게 일전을 벌이는 멋진 남자의 모습도 보여주었지만, 훗날 성군이 될 젊은 세종이 짊어진 고뇌와 그의 해법을 송중기는 마치 ‘세종’이 환생한 듯이 신들리게 연기했다. 가능하다면, 그가 좀 더 나이를 먹은 뒤에 세종대왕으로서 어떻게 활약하는 지 알고 싶을 정도였다.

 

근데 4화에선 태종이 승하하고, ‘이방원이 없는 조선의 임금’으로 한석규가 나온다. 한석규는 역시 양면의 얼굴을 지닌 배우였다. 그가 파안대소할 때는 정말 너그럽기 그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경연 자리에서 신하들의 날선 공격을 하나하나 논리로 격파하면서, 분노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한글창제에 대해 비밀조직이 이를 눈치채고, 한명씩 학사와 군인을 제거하자, 화를 내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4화의 짧은 분량을 놓고 봤을 때, ‘역시 한석규’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얼만큼 해낼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송중기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았기에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력에 반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석규는 한때 ‘흥행불패’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계에서 확실한 보증수표였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훌륭했고, 관객들은 한석규가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기꺼이 영화표를 구입했다.

 

일례로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착하디 착한 시한부역과 <넘버 3>에서 넘버 1이 되고 싶어하는 깡패역을 동시에 해낸 우리 시대의 연기자다. 그런 만큼 시청자의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바람은 첫 등장부터 ‘지랄, 젠장, 우라질’등의 욕 3종세트를 하며 등장한 인간적인 세종을 연기한 그가, 우리가 여태까지 보지 못했고,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종대왕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역시 한석규’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그가 어렵게 안방극장을 컴백한 것에 대한 보수가 될것이고, <뿌리깊은 나무> 제작진이 원하는 30% 시청률의 견인차이자, 젊은 세종을 연기한 송중기를 이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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