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K팝의 뿌리엔 현진영이 있다?! ‘문나이트90’

朱雀 2011. 10.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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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문나이트90>을 보곤 한참 배꼽을 잡고 웃었다. <문나이트90>은 90년대 이태원에 있었던 클럽 ‘문나이트’와 90년대를 아우르는 제목이다. 이런 제목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20~30대가 잘 아는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룰라, 클론 등등이 여기서 함께 춤을 추며 놀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공부밖에 몰랐던 필자도 알만큼 그곳은 ‘성전(聖殿)’이었다. 여기 한 찌질한 남자가 있다. 재일교포에게 고등학생 시절 얻어터지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했더니 현빈 닮은 한국남친을 사귀고 있어서 거절 당한 전력을 지닌 와타나베 슈스케. 일본 방송국의 PD가 된 그는 오늘날 일본에 거세게 불고 있는 K팝 열풍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뭐든지 캐고 조사하기 좋아하는 일본인의 습성대로 한국 K팝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그가 제일 먼저 주목하는 기획사는 이수만의 SM이었고, SM의 1호 가수가 현진영이었다.

 

그는 현진영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주변 지인들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유명한 춤꾼 이주노와 함께 간단한 오디션을 봤다가 발탁되고, 국내 최초로 그의 백업 댄스팀이었던 와와의 1기가 클론의 강원래-구준엽, 2기는 듀스의 이현도와 김성재 그리고 3기에 지누션의 션이 있단 도식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그뿐인가? 양현석이 그의 절친이며, 박징영의 데뷔곡 ‘날 떠나지마’를 제일 먼저 평가해준 이도 그라는 사실에선 새삼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그에 비해 방송 초반 오늘날 가요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이돌에게 ‘현진영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모른다고 답하는 부분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진다.

 

<문나이트90>은 픽션을 내세운 드라마다! 젊은 시절의 현진영을 신동이 연기하며, 오디션에 떨어진 이주노를 향해 ‘너는 아이들이나 해’ 라든가, 현진영역의 신동이 도망가다가 매니저에게 붙잡혀서 ‘10명 있는 팀이면 이런 꼴 안당할 텐데’라는 식의 유머가 난무한다.

 

그뿐인가? 극중 조사자(?)인 와타나베 슈스케는 성인 슈스케에서 알 수 있다시피, <슈퍼스타 K>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문나이트90>의 화자는 일본인일까? 우선 그이유에 대해 박준수 PD는 ‘한국에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일본인이 K팝에 대해 조사하면서 애정을 가지게 되는’ 식으로 설명한다.

 

실제로 짝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고, 재일교포에게 얻어터진 경력이 있는 이 사내는 매우 찌질하다. 카라의 공연을 보면서 ‘풋’하며 비웃고, 현진영의 노래를 들으면서 ‘크리스크로스 1집’의 표절을 의심한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현진영의 음악을 들으면서, 새벽녘에 그의 춤을 따라할 정도로 중독되게 된다. 다큐멘터리와 뮤직드라마를 합친 <문나이트90>은 단순히 유머와 개그만이 난무하지 않는다. <슬픈 마네킹>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대마초 사건으로 교도소를 가고, 출소 후에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잘 나갔던 친구 양현석에게 ‘너는 지는 별, 나는 뜨는 별’이란 말에 자극을 받아 ‘흐린 기억속의 그대’와 ‘두근두근 쿵쿵’등을 발표하며 다시금 승승장구는 놀라운 저력을 보인 이야기를 나름 담담하게 펼친다.

 

<문나이트90>는 대마초로 두 번이나 구속된 전력이 있는 현진영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되, 너무 진지하게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강원래와 주먹다툼을 한 이야기와 첫 오디션에서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증언이 엇갈리는 대목을 통해 ‘기억은 사람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문나이트90>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아이돌에게 90년대 한국 댄스 1세대 가수를 연기케 한 것이다. 우린 그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아이돌에서 그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이돌의 연기는 어설프다. 그러나 그런 어설픔은 오히려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문나이트90>에서 원하는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연기자를 섭외했을 것이다- 당시 춤꿈들이 모여서 놀았던 ‘문나이트’의 이야기를 좀 더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끔 장치를 한 게 아닐까 싶다.

 


현진영을 비롯한 가수들의 인터뷰와 적절한 재현드라마의 조합은 너무 무겁지고
가볍지도 않게 우리가 90년대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같았다.



작게는 신동이 연기를 함으로써, 신동은 현진영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의 팬들은 신동의 연기를 통해 현진영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현진영과 신동이 함께 ‘흐린 기억속의 무대’에서 춤추는 뭔가 모를 벅찬 감격을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특히 90년대의 전설인 그가 2007년에도 앨범을 냈고, 지금도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에선 그가 무대를 떠난 ‘왕년의 가수’가 아니라, 앞으로도 아이돌들과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설렘과 기대를 안게 만든다. 물론 아이돌이 판치는 현재 가요계에서 얼만큼 그가 알려질지 모르겠지만, 박제화된 신화가 되길 거부하고 현업가수로서 대중에게 나서겠다는 그의 모습과 마인드가 90년대를 향유했던 세대들에겐 뭉클하게 다가오리라 본다.

 

<문나이트90>은 총 8부작으로, 다음회엔 엠블랙이 클론을 연기할 예정이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밤 11시엔 90년대 댄스 스타들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아이돌들이 재현낼 지, 그들의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을지란 기대감에 엠넷을 방청하게 될 것 같다. -아마도 필자는 케이블 방송을 신청하지 않았으니, 지금처럼 티빙(www.tving.com) 으로 시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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