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유이 주연의 ‘버디버디’가 안타까운 이유

朱雀 2011. 10. 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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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주연의 <버디버디>가 이번주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안타까운 것은 그녀가 주연하는 공중파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 비해 <버디버디>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오작교 형제들>은 필자의 취향에 맞지 않아 거의 보질 않았지만, 각종 언론매체와 블로그의 호평으로 인해 유이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을 제법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버디버디>는 상대적으로 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탓인지 별로 화제가 되지 않는 모양새다. 극중 유이의 아버지가 숨겨놓은 과수원을 대신 사용하면서도, 주인이 실종되자 과수원을 찾기 위해 온 유이를 구박하는 등의 내용을 보여주는 <오작교 형제들>은 아무래도 별로 땡기질 않는다.

 

반면 <버디버디>는 시작부터 필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땡겼다. 바로 <탐나는도다>의 윤상호 PD가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국내에선 드물게 ‘골프’를 소재로 한 점도 그랬다.

 

골프라니? 사실 골프는 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홀에 집어넣는 경기가 아니던가? 박세리와 최경주 선수 등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리에게도 친숙하긴 해졌지만, 아무래도 억대 골프장 회원권이나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골프채는 우리에게 ‘부자운동’이란 혐의를 벗어날 수 없게끔 한다.

 

실제로 <버디버디>에선 성미수(유이)가 골프에 소질이 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어렵게 어렵게 레슨을 받는 상황이 그려진다. 살던 집까지 담보로 하고, 아버지는 원양어선을 탄다. 결국엔 어머니는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모습을 통해 소시민 가정에서 재능 있는 이라도 골프를 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 유이가 <버디버디>의 주연을 맡았을 때만 해도 별다른 기대가 가질 않았다. 애프터스쿨이란 걸그룹의 ‘그녀가 얼마나 연기를 해낼 것인가?’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누구는 연기를 위해 평생을 바치는데, 그녀는 가수활동과 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전체 24부작 중 22부까지 진행된 현재엔 그녀가 주연으로서 제 몫을 다해냈다고 여겨진다.

 

어찌보면 그녀의 가장 큰 적은 라이벌 격인 민해령의 이다희가 아니라 성미수의 아역을 맡은 진지희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라는 유행어를 장안에 몰고 다니며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그녀는, 박세리의 US 오픈 경기를 보며 골퍼의 꿈을 키우는 순수한 시골소녀의 모습을 너무나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에 반해 <미남이시네요>와 <선덕여왕>에서 어린 미실역을 해낸 유이는 아무래도 전문 연기자로선 부족해 보였다.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몇 개가 되지 않았기에.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유이의 진가는 발휘되었다. 그녀는 말그대로 성미수가 되어갔다. 가진 것은 없지만 자존심은 강한 여성. 한번 목표로 정한 것은 이루기 위해 우직하게 골프채를 천번이고 만번이고 휘두르는 모습. 한번 정을 주면 끝까지 정을 주는 인간적인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해령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조건의 도박골프에 응하고, 사랑하는 존 리를 위해 끝없이 배려하는 그녀의 모습은 일견 동화 속 여주인공 같지만, 너무나 애절한 유이의 눈빛과 연기로 현실로 인정될 정도였다.

 

<버디버디>는 국내에선 드물게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진 작품 답게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90%이상 강원도에서 촬영한 풍광은 눈이 시원할 정도로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했고, 홀에 공을 집어넣는 심심한 스포츠인 골프를 역동적으로 그려낸 갖가지 영상기법은 오로지 ‘사전제작’이기에 가능했다.

 

민해령 역의 이다희는 부자집에서 태어났지만 사랑에 목마른 천재 골퍼의 모습을 너무나 잘 그려냈고, 오현경의 연기는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하이킥 3>에서 활약중인 윤유선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상을, 이병준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상을 멋지게 그려냈다.

 

물론 모든 연기자가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존 리역의 이용우는 발성이나 표정연기 등이 부족해서 극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한계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드물게 스타급 연기자를 쓰지 않고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지닌 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버디버디>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이이 아닌 가 싶다.

 

<버디버디>는 국내에서 최초로 골프를 소재로 한 점에서, 그리고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점에서 분명히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케이블이란 매체적 한계인 탓일까? 너무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오작교 형제들>의 유이는 이미 <버디버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해령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이다희가 이 작품 이후엔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도 안타까움이다.

 

<버디버디>는 케이블 방송의 드라마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려주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지금은 몇 가지 이유로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이런 작품들이 자꾸만 나와 준다면 <슈퍼스타 K>급의 인기와 폭발력을 보여주는 날도 있을 거라 여겨진다. 그 날을 기다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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