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도올의 중용 강의 중단, 외압이 없다굽쇼?

朱雀 2011. 10. 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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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1인 시위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 - 사진출처: 트위터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필자는 매주 월,화가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EBS에서 방송하는 <중용, 인간의 맛>을 본방사수하는 인물이다. 무슨 대단한 인문학적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예능이나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재미는 무척 한정적이다. 그러나 <중용> 강의가 주는 재미는 어린 시절부터 가져왔던 것들. ‘왜 우리의 철학은 서구유럽보다 못한가?’ ‘우리는 서구유럽보다 열등한 것인가?’ ‘나는 이 땅에 왜 태어났는가?’ ‘왜 선은 악에게 번번이 지는가? 등등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준다.

 

어떤 이는 도올 김용옥 교수의 목소리가 싫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목소리를 가래가 끓는 것도 같고, 어찌 들으면 쇳소리를 연상케 한다. 밤 11시에 듣기에는 분명 신경을 긁는 소리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도권 학자가운데 도올 김용옥 교수만큼 공부해서 그걸 대중이 알기 쉽게끔 책을 쓰고 방송에 나와서 강연을 하는 인물이 몇이나 되는가? 2000년에 노자 강의 이후로, 11년 만에 다시 EBS에 선 도올의 강의를 들으면서 실망하기도 했다.

 

그전 강의에선 사회비판도 하고, 잘못된 세태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하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몸을 사리시는 것인지, 도통 그런 비판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26일 아침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EBS가 일방적으로 김용옥 교수에게 11/1 강의를 끝으로 방송중단을 내렸다는 결정이었다! -아직 검토중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이미 이런 말이 나온 자체가 결정된 사안이란 말과 진배없지 않은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커다란 종이 치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결과가 벌어졌는가?

 

EBS측에선 종교비판과 비속어 사용등을 들었지만, 그 정도로 경고가 아니라 방송중단이란 극단적인 사태로 나아간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를 보면 뜻밖의 이야기가 나온다.

 

  

 

“프로그램 진행을 비밀리에 했다. 9월초에 터뜨리는 식으로 진행했다.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심의실이라는 데서 상식 이하의 간여가 있었다. 이를테면 칸트 철학을 소개하다가. 우리나라에 체계적 연구 서적 있다해 서 20~30권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7분을 자르더라. 특정 상품광고라는 게 이유였다. 정치적인 멘트는 전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내게 좌절감을 주며 겁을 주더라. 지적하는 대로 다 잘라줬다. 그러다보니 방송시간에 5분이 모자라게 나간 적도 있었다.”

 

  -출처 :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



 

 

먼저 든 생각은 ‘아! 그랬구나. 그래서 날선 비판이 없었구나. 안 한게 아니라, 했는 데 짤렸구나’하며, 새삼 편집의 위대함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체계적 연구서 20~30권을 소개한 방송분은 아마도 지난 9월 14일자인 4회였을 것이다. 여기서 도올 김용옥 교수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와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소개했다.

 

필자는 방송을 본 후 바로 책을 찾아보았고, 현재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에서 3권을 읽고 4권째를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조만간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구해서 읽을 예정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이 책들을 추천한 이유는 어떤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저 전적으로 젊은 후학들이 보다 참다운 앎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바가 가상하고, 읽기 어렵고 힘든 고전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와 개론서를 알려주기 위해 들고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홉스&로크국가를계약하라
카테고리 인문 > 인문교양문고
지은이 문지영 (김영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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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들 가운 홉스&로크의 <국가를 계약하라>를 읽어보면, 잘못된 위정자와 국가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데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정치인이 보면 겁다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적혀 있는 것이다. 3년 전 국방부에서 뽑아 전 세계인에게 한국의 후진성을 알려준 ‘불온도서’로 찍히기에 딱 알맞은 책들이다.

 

 

그뿐인가? <중용, 인간의 맛>의 책을 보면 <중용한글역주>도 그렇지만 4대강에 대해 비판하는 대목이 나온다. 아마도 그런 구절들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아닐까?

 

 



-이 방송을 억지로 중단시킨 인물은 분명히 깨어있는 시민을 두려워 하는 이들일 겄이다!
그들은 진정 누구인가?


지난 26일 방송 마지막 핵심장면이다! 보면 알겠지만 ‘이 땅의 깨인 사람들아! 정확히 알고, 섬세하게 느끼고, 용맹스럽게 정의를 외치자!’라고 되어 있다. 이 외침은 정치를 말하고 있지 않지만, 무엇보다 정치적인 이야기다.

 

왜냐고? 이 강의를 보는 이들에게 깨어 있기를 당부하고, 정확히 알고, 용맹스럽게 정의를 외치자고 감히 불온하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그 어떤 정권보다 도덕적이고, 밝고 명랑하며, 세계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면서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지내고 있지 않던가? 그런 상황에서 감히 도올 김용옥 교수는 시대에 맞지도 않는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중용>이 2천년을 뛰어넘어 오늘날 강한 울림을 주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공자의 말씀이 아니라, 항상 올바른 행동을 하고, 아는 만큼 자신을 위해 남을 위해 사회를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깨어있는 사회라면 그런 울림에 대해 강하게 호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대보다 답답한 시기에 이런 인문학 강의마저 갑작스럽게 폐강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

 

만 63세의 노학자를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만들고, <나꼼수> 방송에 나와 이야기를 하게 만들다니...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다. 필자는 매우 유약한 인물이다. 3대가 망한다는 애국자가 되기보다 적당히 잘사는 침묵하는 1인이 되고 싶은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나마저도 분노해서 블로그에 이런 글을 적게 만드는 사회를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정의는 남아있는가? 정말 우린 ‘정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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