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세종대왕, ‘뿌리 깊은 나무’

朱雀 2011. 10.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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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뿌리 깊은 나무>를 시청하면서 온전히 드라마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전개에 힘이 빠진 탓이 아니었다. 바로 서울시장을 비롯한 재보선 선거결과가 실시간으로 기록된 탓이었다.

 

어제 <뿌리 깊은 나무>에선 인간적인 세종의 모습이 자주 비췄다. 그는 백성을 너무나 사랑하는 군왕이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권력의 암투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하는 임금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의 세종은 아버지 태종이 자신의 장인인 심온대감을 죽이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정도전처럼 조선의 근간을 세운 훌륭한 학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하여 그는 그의 조카인 정기준만큼은 살리길 원했다.

 

그런데 살아남은 정기준은 그가 아끼는 집현전 학사들을 하나씩 살해하면서, 세종대왕이 마지막으로 남기려는 업적에 커다란 방해물로 등장했다. 바로 ‘한글창제’다. 한글은 ‘밀본’을 뜻하는 비슷한 한자들의 조합을 통해 놀랍게 드라마에 등장했다.

 

세종대왕은 아까운 학사들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게, 자신이 창제한 한글이 더 이상 알려지지 않도록 천지계 회원들에게 각자 맡은 일을 잠시 멈추고 있을 것을 명했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밀본의 무리들은 장교리를 살해했고, 심지어 살아서 움직이는 도서관인 궁녀 소이까지 처치하려 했다. 세종대왕은 그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조말생을 비롯한 신하들은 군왕의 도리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권력을 세우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조선의 뿌리가 되겠다는 밀본은 재상을 내세우고, 군왕조차 자신들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새긴 동굴낙서까지 남긴 상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세종대왕은 밀본의 정체와 음모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가 혼자서 몰래 만들고 있는 한글은 너무나 과학적인 글자지만, 중원을 통일한 명나라의 입장에선 독자적 문자를 갖겠다는 생각이, 반역으로 비춰져서 명나라에게 침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뿐인가? 조선의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가질 수 있었던 한자 대신 한글이 민간에 퍼지면, 모두가 쉬운 글자를 가지고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알게 되면 철저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무척 농후하다. 아무리 한나라의 군왕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한글창제를 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신이 내린 밀지가 바뀐 것을 모르는 강채윤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호시탐탐 세종대왕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어린 똘복(강채윤)을 연모해온 궁녀 소이가 한글 창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명나라 사신이 사신관에서 머물면서, 밀본과 관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종대왕으로선 산넘어 산이요, 사방이 적으로 휩싸인 곳에서 홀홀단신으로 모두와 맞서야 하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일 것이다.

 

조말생 같은 선대의 신하들은 ‘군왕은 누구도 믿지 않아야 하며, 권위의 도전하는 이들은 죽이라’ 간언하고, 무휼같은 충직한 이는 ‘강채윤의 살기를 믿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면서 주장하고 있다.

 

선왕이 태종이 칼로서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다스려 온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누구보다 칼이 아닌 말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스리는 세상을 원했던 그로선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밀본을 비롯한 무리들은 죽음으로써 세종의 의지에 맞서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권위에 빠져있는 조정대신들을 향해 욕설을 던지고, 자신의 학자를 죽이고 자신의 뜻에 맞서는 밀본에 화를 내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두통에 어지러워 하고, 화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세종대왕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처연하고,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더욱 우리에게 위대하게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창제할 만큼 뛰어난 학자였음에도, 조선 최대의 전성기를 만든 장본인임에도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이끌 수 없는 세종대왕의 상황을 보면서, 너무나 그분을 향한 존경심이 애틋함이 더더욱 커져간다. 비록 드라마와 다소 다르겠지만, 그 당시 세종대왕이 짊어졌을 고통의 무게는 그에 못지 않았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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