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면 볼수록 응원하게 되는 드라마 '드림'

朱雀 2009. 8. 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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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에서 마침내 제대로 된 훈련에 돌입한 이장석(김범). 3류 인생을 살아가던 이장석은 남제일(주진모)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남관장의 도장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사춘기를 못 벗어난 이장석은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하며 자주 짜증을 내더니 급기야 도망을 시도한다. 불안정하고 즉흥적이며 제멋대로인 이장석을 연기하는 김범의 연기는 그야말로 캐릭터성이 절절히 녹아있다. 남제일역의 주진모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낌없이 망가져 주고, 진지함이 필요한 곳에선 누구보다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찬사를 받아 마땅한 연기를 펼친다.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손담비는 관장의 딸로, 체대를 나와 체계적인 훈련을 돕는 트레이너로 등장한다. 당당한 자존심과 말보다 주먹이 먼저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으며, 손담비의 예상외의 호연으로 한층 <드림>을 재밌게 한다. 비록 5%대의 저조한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드림>의 완성도는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현재 기록되는 시청율이 매우 안타까울 정도로.

<드림>은 3화에서 본격적인 궤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아마 125연승의 신화인 박정철을 한방으로 넉다운 시킨 이장석(김범)을 남제일(주진모)는 고소로 유치장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우린 이미 2화 말미에서 에이전시로 잔뼈가 굵은 그가 결국 선수로 키울거라 예감할 수 있었다.

박정철이 나가기로 했던 루키시합에 어쩔 수 없이 이장석이 대타를 내보면서 남제일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 사실 그게 옳은 태도다. 예전에 읽은 이야기에서 권투챔피언이 골목에서 한 깡패와 싸워 곤죽이 된 일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와, 챔피언을 이기다니 그 깡패 대단하다”고 추켜세웠고, 깡패도 그렇게 생각했다. 챔피언은 설욕을 위해 링으로 깡패를 불러들였고, 상대는 순순히 응했다. 그리곤 이번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깡패가 챔피언과 싸운 곳은 좁은 골목이라 권투선수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각의 링은 그의 홈그라운드 였고 거기서 깡패는 챔피언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부분은 싸움이란 벌이는 장소에 따라 승패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단 말이다. 모든 경기에는 룰과 장소가 있다. 그 룰에 맞게 자신을 엄청나게 최적화시킨 프로선수는 아무리 타고난 파이터라고 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드림>은 그런 불가능한 판타지를 어느 정도 사실화시킨다. 김범은 타고난 길거리 파이터지만 격투기 규칙에 익숙치 않아 헛주먹질과 헛발질을 계속한다. 상대방 선수들은 그런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강펀치와 위협적인 킥을 날리며 응수한다. 허나 김범은 최대한 기회를 노리면서 맷집으로 버티다가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 4강까지 올라간다. 물론 4강에선 결국 프로선수의 벽 앞에 무너지지만.

우린 인간승리의 휴먼 드라마를 좋아한다. 남제일은 근본적으로 선한 인물이지만 에이전시를 하면서 최악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유망한 스포츠스타와 계약을 맺기 위해서라면 여자건 마약이건 심지어 승부조작까지 거리낌 없이 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키워준 강경탁(박상원) 사장에게 버림 받았고, 재기를 위해 박정철을 찾아가 가까스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계약을 기념하기 위해 가진 술자리에서 웨이터로 들어온 이장섭과 시비 끝에 턱뼈가 부서지는 전치 6주의 상처를 입는다.

루키 대회에 4강까지 오른 이장섭을 보고 남제일은 재기를 위해 그를 선수로 제대로 키울 결심을 한다. 남제일은 ‘쓰레기 인생’이라 이장석의 인생을 운운하면서 ‘구원’을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구원은 이장석만의 구원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구원이다. 4화에서 지옥훈련장에서 도망가려는 이장석을 붙잡으며 하는 말 역시 자신과 체육관 사람들을 돈 벌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배신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다시 칼을 꼽을 수 없다고 강변한다.

<드림>은 영화 <제리 멕과이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돈 밖에 모르던 스포츠 에이전트인 톰 크루즈가 회사에서 짤리면서 인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주진모와 너무 닮아있다. 주진모는 지난날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소매치기를 하며 3류 인생을 살아가는 이장석을 불쌍히 여긴다. 또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나락에 떨어진 자신과 동일시하며 그를 제대로 된 선수로 키우기 위해 돈을 빌리고 무릎 꿇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드림>은 보면 볼수록 응원하게 된다. 왜냐면 실패한 스포츠 에이전트인 남제일을 우선 응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 최고의 에이전시에 있을 때 그는 선수들의 생명을 끊어놓은 ‘나쁜 x’이지만 이젠 서서히 개과천선의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장석(김범)은 양아버지의 도둑질로 인해 대신 소년원까지 다녀온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어린시절 초등학교 4학년까지만 마치고 소매치기 기술을 배운 그는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눈물 나게 노력한 인물이다. 그에겐 자신의 주먹외엔 믿을 것이 없고, 그것으로 사채빛에 쪼달리는 아버지(?)를 구하고 자신도 밑바닥인생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것을 가졌다가 잃은 한 남자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한 남자의 만남만으로, 우리는 소리 높혀 응원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3화에서 입관한 도장은 장사장의 횡포에 맞서는 유일한 도장이다. 두 명의 선수밖에 없고, 그나마 한명은 선수로 말할 자격도 없지만. 한국챔피언을 키워낸 명관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도장의 딸로 출연하는 손담비 역시 응원하고 싶다. 물론 그녀의 연기는 아주 훌륭하진 않다. 그러나 여태까지 가수 등의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다 드라마로 선보인 사례 중에서는 제법 괜찮게 하는 편이다.

그녀는 주진모와 김범의 사람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며,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상대에게 과감하게 주먹을 날리는 폭력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이 많고 눈물이 많은 왈가닥 아가씨는 또한 매우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다.

<드림>은 여러모로 괜찮은 드라마다. 몰락한 남제일은 연기하는 주진모의 멋지고 안정적인 연기에 우선 박수를 보내고, <꽃보다 남자>에서 소이정의 느끼한 웃음을 작렬하던 김범이 기름기를 빼고 반항아로 매번 얻어터지면서도 피투성이가 되어 ‘록키’처럼 일어나는 부분에서 또한 그러하다. 아버지를 끔찍이 사랑하고 당당한 손담비 역시 마찬가지다.

<드림>을 시청자들은 대부분 소시민일 것이다. 예전에 권투를 비롯한 스포츠는 없는 자들이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해 택하는 방법이었다. ‘헝그리 정신’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은 가난과 싸우고 상대 선수와 싸웠다. 한때 우리나라엔 각 체급별 챔피언이 득실거렸지만, 이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가진 이는 몇 명에 지나지 않는다. 권투의 인기는 예전보다 떨어졌고, 오늘날의 스포츠는 ‘과학’이라고 할만큼 체계적인 훈련과 엄청난 재원의 지원이 필수적이 되어버렸다. 스포츠조차 있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로 점점 변하고 있는 것이다.

<드림>에 나오는 남제일, 이장석은 모두 루저다. 그들은 여태까지 혹은 이제 자신의 인생의 패배자로 사회의 제일 밑바닥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들은 꿈을 꾸기에 도전을 시작한다. 도전은 불확실하다! 아무것도 약속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불가능을 꿈꾸는 자만이 성공을 맛볼 자격이 있다. 또한 스포츠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스타코프의 강사장에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삼류인생들이 뭉쳐 도전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약자인 그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드림>은 주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다소 뻔한 스토리지만 세련된 연출로 상당히 볼만한 드라마다. 안타깝게 <선덕여왕>의 대항마로 선택되어 5%의 시청율도 못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드림>의 매력은 전혀 반감되지 않는다. 당신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한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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