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1박2일’의 빛나는 예능 정신

朱雀 2009. 8. 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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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강호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함부로 행동하는 듯한 그의 언행과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스타일을 싫어하는 탓이다. <1박2일>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독재적이고 무식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는 그의 의지가 돋보인다고 볼수도 있다. <1박2일>이 2년이 넘게 장수하고 시청자의 사랑을 끝없이 받는 이유는 지난 8월 2일 방송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팜스테이 체험을 위해 6명의 악동은 6인승 트럭을 타고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그러나 트럭의 특성상 뒷좌석 바로 밑에 엔진 덕분에 그곳에 앉은 세 명은 지옥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 앉은 은지원과 이승기 그리고 강호동은 온몸을 던져 웃긴다. 강호동이 먼저 몸으로 두 사람을 밀어 못살게 굴고, 은지원은 은초딩이란 별명처럼 비명을 지르고 짜증내다 결국엔 강호동을 물어버린다. 예쁜 이승기(?)는 끊임없이 카메라 얼굴을 비추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더위에 지치고 짜증이 난 세 사람은 생수통의 물을 입에 머금곤 서로를 향해 뿜어대기에 이른다.

사실 보는 입장에서야 껄껄거리며 볼 수 있지만,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엄청나게 짜증이 날 것이다. 종종 시청자의 입장에선 “그 사람들은 거기 출연해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돈도 많이 벌잖아. 나라면 군말없이 더 열심히 할거야”라고 그들의 노력을 깍아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출연료를 많이 받고 인기를 끈다고 고통과 짜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다 한두번이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여섯 멤버는 벌써 2년째 매주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오늘날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말그대로 실제 상황에 연예인들을 집어넣고 그들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물론 대본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공중파를 타는 입장에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1박2일>은 비슷한 포맷인 <패밀리가 떴다>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두 프로그램 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그곳의 특산품을 보여주고 사라져가는 정겨운 풍경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상당 부분 흡사하다. 그러나 <패떴>은 마치 엠티를 다녀오듯 체험을 하고 간단하게 게임을 하고 밥 지어먹고 개인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낸다. 한마디로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이를 수 밖에 없다. 오늘날 <패떳>이 위기에 처한 것은 결국 멤버들에게 역할 분담 놀이 포맷의 한계에서 기인한바 크다.

그러나 <1박2일>은 다르다. ‘복불복’이란 단어가 대표되듯이 이들은 ‘생존’을 목표로 뛰어야 한다. 작게는 간식부터 시작해 끼니를 먹기 위해 이들은 생존경쟁에 가까운 게임을 벌여야 한다. <패떳>에 등장하는 특산물은 금방 잊어먹어도 <1박2일>에 등장하는 특산물을 우리가 기억하는 까닭은 그것이 상품으로 걸리고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섯 멤버는 더욱 절실하게 게임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런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뿐인가? 지난 방송에서 드러났지만 <1박2일>을 따라다니는 궂은 날씨는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원래 팜스테이를 체험하려 했던 멤버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폭우에 결국 처마밑에 모여 서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순간 멤버들은 (대본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서로를 밀쳐내어 비를 맞게 하는 장면을 연출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누군가가 시켰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천진난만한 그들의 웃음과 행동은 그래서 더욱 웃음을 줬다.

다음 주 예고를 보니 아예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밖으로 나가 농작물을 수확하고 빗물이 고인 운동장에서 격렬한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더 열심히 한다고 흙탕물 속을 뒹군다고 누가 더 알아주지 않는다. 물론 출연료가 더 나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1박2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기위해 망가지기를, 고생하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자,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버라이어티 정신이 빛나는 것 같다.

퀴즈를 맞추지 못해 결국 점심을 못 먹고 라면 세 개로 끼니를 때우던데(그나마 세명은 못 먹고), 부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는 채우고 촬영에 임하길 비는 마음이다. 웃음도 좋고 엄격한 규칙 적용도 좋지만,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진다면 여섯 멤버는 물론 시청자도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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