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국가대표 완소배우 하정우

朱雀 2009. 8. 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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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정우란 배우를 알게 된 것은 드라마 <히트>에서 였다. 고현정과 함께 출연한 그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능글맞으면서 어린 시절 납치당한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그의 연기는 매우 디테일했고 자연스러웠다. 덕분에 그의 이후 행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리고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 지영민으로 등장해선,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모두 전복시키는 파격에 놀라고 말았다. 더구나 소름끼치는 그의 살인마 연기는 <히트>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 달라 머리카락이 쭈삣 설 정도였다.

이전 출연작의 인기에 안주하는 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그의 그런 모습은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그런 탓에 개인적으로 <무릎팍 도사>에 그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매우 컸고, 그 기대는 상상이상으로 돌아왔다.

<국가대표>홍보를 위해 찾은 하정우는 강호동이 “영화홍보를 위해 나왔느냐?”는 말에 수긍한다. 그러나 그가 빛나는 부분은 자신이 곤란할 수도 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한 자세였다.

누가 자신의 어릴 적 아픈 기억을 말하고 싶겠는가? 20살 때 부모님의 이혼과 고등학교 시절 저지른 사고까지 그는 가감없이 진술했다. 그렇게 배우 하정우는 인간 하정우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가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이란 사실을 이번 방송을 보며 처음 알았다. 얼핏 생각해보면 유명 배우의 아들이라 쉽게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웬걸. 그는 매우 어렵고 고단한 길을 돌아 돌아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탤런트 아버지를 둔 상처는 어린 시절부터 계속 되었었다.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하든 아버지까지 끌어들여와 함께 욕을 먹었다. 그가 다소 내성적이 된 탓은 주변의 시선이 컷던 것 같다고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였다. 스키장에서 사고를 저질렀는데 어머니가 찾아와 무려 3박4일이나 빌어 합의를 보고 해결했다는 말에서 그가 얼마나 심적으로 괴로웠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연예기획사에 갔을 때도 그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상황극을 받아들고 하룻 동안 고민해 내놓은 연기에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둘렀고 어린 그는 자연스럽게 교만해졌다. 그러나 중앙대 연극과는 만만치 않았다. 다소 자만했던 그는 선배들의 지적질을 받으면서 자신의 연기에 한계를 냉철하게 깨달았고 연기 무대를 전전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역시 배우였던 김용건의 충고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기다려라” 말은 쉽지만, 누구나 빨리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빨리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정우 역시 그런 인간적인 우를 범한다.

20살 때 동기들 50여명이 우르르 탤런트 시험을 보러 가자, 그는 동요했다. 그리고 함께 참여했고 결국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 우쭐해져 버린 그는 아버지에게 떨어지면 군대를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곤 떨어지고 약속대로 군대에 갔고, 국군 홍보 관리소에 가서 풍성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얼핏 생각하기에 군대를 가면 썩고 나올 것 같지만, 그는 오히려 군에 가서 연예병사로 활동하며 개그맨 강성범을 만나고 엠씨로 FD로 다양하게 활동하면서 후일 배우로서의 토양이 될 소중한 경험들을 쌓았다.

그의 군제대후 행보가 빛이 나는 것은 TV와 드라마 등의 빛이 나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보다 독립 영화 출연으로 연기파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20대 배우가 무슨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아버지의 말을 금과옥조로 삼아, 아버지의 후광을 입지 않기 위해 이름까지 하정우로 바꾸면서 활동을 한 그는 꽤 오랫동안 무명의 길을 걸어왔다.

군 제대 후 무슨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고 했으며, 2005년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수호기사로 유명세를 타서 각종 드라마섭외가 물밀듯이 왔음에도, 모두 거절하고 독립영화로 뛰어든 그의 행보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경우는 출연료를 단 한푼도 받지 못하고 무려 1년간 출연했다는 사실에서 그저 감탄사가 연발될 뿐이다. 같은 인간으로 그런 처지였다면 유명세와 돈이 보장되는 드라마행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1년간 돈도 받지 못하는 독립영화행을 택했고, 본인은 (운 좋게 개봉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지만) 신인 연기자로 기자와 스탭진에게 눈도장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하정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12년전 부모님의 이혼을 이야기 할 때도, 조급함에 동기들과 함께 탤런트 시험을 치러 갈 때도, <프라하의 연인> <히트>등의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유명세를 타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갑갑함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에선 진정성이 느껴진다.

하정우가 출연한 <국가대표>의 경우 지난 5일에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프라하의 연인>에서 수호기사로 멋진 이미지를 구축하곤 이내 팽개치고 <용서받지 못한 자>로 달려가고, <히트>에서 ‘완소김검’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도 살인마로 파격변신한 <추격자>로 국내 드라마계와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하정우는 국가대표급 연기파 배우라고 생각된다.

연기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애정을 보이는 그가 부디 앞으로도 계속 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거듭 변신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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