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전성의 '태양을 삼켜라'는 '찬란한 유산'에게 배우라!

朱雀 2009. 8. 7. 14:51
728x90
반응형


무려 1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올인>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화제가 된 <태양을 삼켜라>. 그러나 최근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짜증만 난다. 심심하면 여성 출연자들이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이) 봉춤을 추고 비키니를 입고 흔들어대며, 라스베가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태양의 서커스>의 멋진 묘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자극할 뿐이다. 그러나 꽉 짜여진 대본의 실종, 늘어진 연출 등은 주연 배우의 연기력 부재마저 불러오는 총체적 난관의 상태다. 현재 약 17%대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부하기엔, 이번주 시작한 MBC의<혼>과 8월 19일 예정인 <아가씨를 부탁해>의 상대들이 만만찮아 보인다.


<태양을 삼켜라>가 이번주 수,목요일 방영분에서 각각 시청율 16.7, 16.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자체 최고인 18.7%를 기록하며, 20%대를 눈앞에 두며 기뻐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태양을 삼켜라>는 방영 전만 해도 <올인>의 제작진이 다시 뭉쳤고, 라스베가스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태양의 서커스>를 세계최초로 찍을 수 있게 되었다고 화제를 모았다. 또한 극중 히로인으로 낙점된 성유리는 <올인>의 송혜교처럼 인기스타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모두들 관심깊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태양을 삼켜라>는 실망스러운 모습의 연속이었다. q비싼 돈을 들여 해외 촬영을 한 것은 알겠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도대체 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선정적인 장면들이 매회 한 장면 이상나왔다. 성유리의 룸메이트 김새롬은 초반에 비키니를 입고 등장하더니, 중간엔 찰스란 백인 남성과 침대에서 뒹구는 장면이 떳떳이 나왔다.

그뿐인가? 극중 젝슨 리의 아내인 에이미는 풍족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퍼 직업을 가지는데, 왜 그런지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에이미역의 연우현진은 별다른 대사가 없이 출연 분량의 상당 부분을 봉춤 추는데 할애했다. 9화에선 그녀가 현대무용을 전공하는데 뉴욕으로 유학을 왔다가 잭슨(유오성)을 만나면서 스트리퍼 전락했다는 약간의 설명이 제공되었다.

아마 잭슨이 외국에서 용병 생활을 하는 탓에 마음을 달래고자 스트리퍼를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왜 굳이 스트리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아무런 설명을 제송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지성 일행이 경호를 맡고 있는 차차보 아프리카 왕의 경우 라스베가스에서 매일 파티와 도박으로 연명하는데, 비키니를 입은 수십명의 여성들이 등장해 남성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은 눈요기감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을 삼켜라>는 어렸을 적 깡패 아버지와 해녀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난 정우(지성)는 자신의 친아버지인 장사장(전광렬)을 만나 이용당하고 버려진 후, 다시 복수하는 게 주요한 이야기다. 여기에 곁들여 어릴적 짝사랑 상대인 이수현(성유리)과의 사랑이야기가 양념으로 얹히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네 양아치 시절과 달리 현재 지성은 별다른 아쉬움이 없어보인다. 그는 잭슨을 만나 운좋게 라스베가스로 왔고 쉽게 차차보왕의 경호를 맡으면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차차보왕의 경호가 별다른 할 일이 없다고 했지만, 드라마속의 정우는 성유리를 만나 연애질만 하러 다닌게 한 일의 전부다.

라스베가스로 온 이완은 어땠는가? 그는 몇 번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모습을 보여주곤 이내 성유리를 꼬시는데 모든 일을 다했다. 그리곤 훌쩍 제주도로 돌아가 아버지 앞에서 간단히 프리젠테이션하고 <태양의 서커스>팀과 계약을 맺고 이른바 ‘비지니스’를 시작했다. 그의 비즈니스는 사업가들과 그저 간단히 이야기하고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편안한 삶인가?

아트디렉터는 꿈꾸는 성유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태양의 서커스>에 동양인으로 흔치 않게 입성했지만, 여태 그녀가 한 일은 시청자가 내용을 알 수 없는 서류(?)를 하나 제공하곤 끝이다. 상사에게 몇마디 쓴 소리를 듣고는 술에 취해 괴로워했는데, 회사일에 치여사는 현대인이 보면 화가 날 뿐이다.

<태양을 삼켜라>엔 분명히 화려한 볼거리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따로 놀고 있다. 여긴 물론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대본을 <주몽><허준>을 쓴 작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와 행동엔 그 어떤 설명도 없고 세부묘사가 없다. 그저 이야기가 조금 진행되다가 라스베가스등의 보기 좋은 풍광을 보여주고, 태양의 서커스의 일부를 보여주고, 여성 출연자들이 비키니를 입거나 봉춤을 추면서 시선을 자극할 뿐이다. <태양을 삼켜라>엔 한마디로 ‘드라마’가 없다.


47.1%의 경이적인 시청율로 마감한 <찬란한 유산>.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은 막장 설정없이 건강한 웃음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잣집 딸에서 순식간에 몰락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은 한효주는 훌륭히 소화해내 2009년 가장 주목받는 여성 연기자가 되었다. 또한 이승기 역시 ‘나쁜 남자’ 선우환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 예능과 연기를 동시에 잡은 최초의 연예인이 되었다. <찬란한 유산>은 건전한 기업가 정신과 ‘우리가 어떻게 살아햐 하는가?’란 쉽지 않은 물음에 대한 답을 제공함으로써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졌으며, 숨막히게 재밌는 대본과 꽉 짜여진 연출로 시청자의 눈과귀를 현혹했다. <찬란한 유산>은 단순히 한 드라마의 종영이 아니라, ‘오늘날 드라마가 어떤 모습을 띄고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많은 고민과 모범적인 답은 보여준 예라 여겨진다.


20% 시청율을 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태양을 삼켜라>는 47.1%의 경이적인 시청율을 기록하며 종방한 <찬란한 유산>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찬란한 유산>과 <태양을 삼켜라>는 출발점이 전혀 다르다. <찬란한 유산>은 이른바 ‘막장없는 착한 드라마’를 선언했다. 반면 <태양을 삼켜라>는 ‘작품성을 떠나 철저히 상업적인 작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실로 두 작품은 서로 정반대의 지점에서 출발한 셈이다. 또한 현대판 캔디 이야기를 다룬 <찬유>와 인생이 도박인 한 사내의 이야기를 다룬 <태삼>은 여러모로 다르다. 그러나 장르가 다르다 할지라도 TV공중파를 탔고, 40%대의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 전략에선 배울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가장 먼저 <태삼>이 <찬유>에게 주목할 점은 ‘스토리’ 즉 이야기다. <태삼>은 위에서 지적했지만 중심 스토리가 없다. <찬유>가 오늘날과 같은 영광을 이룬 데는 대본의 힘이 가장 크게 발휘되었다.

<찬유>는 고은성이 몰락하고 자살 직전의 위기까지 갔다가 우연히 진성식품의 장회장을 만나 유산상속자로 낙점되면서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되는 과정을 실로 말되게 연출했다. 또한 시시각각 악녀인 백성희가 고은성을 궁지에 빠뜨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찬유>는 등장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에 합당한 설명을 제공했고, 시청자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긴박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이런 긴박한 전개와 꽉 짜여진 스토리는 현재 이야기 부재인 <태삼>이 가장 본받아야 할 지점이라 여겨진다. 또한 중심 인물인 지성, 성유리, 이완의 연기력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찬란한 유산>도 사실 따져보면 한효주, 이승기, 문채원, 배수빈의 젊은 연기자들이 녹록치 않은 연기내공을 보여주며 인기몰이의 한몫을 당당히 했다. 특히 한효주의 경우 최악의 상황을 겪는 고은성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고, 이승기 역시 나쁜 남자인 선우환 역으로 부잣집 사고뭉치에서 멋진 남자로 성장해가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태양을 삼켜라>의 경우도 주연진의 호연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지성을 뺀 성유리와 이완의 연기는 ‘발연기’란 혹평을 들어도 할말이 없다. 물론 이들이 이런 연기를 보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 부재인 대본과 늘어진 전개 그리고 화려한 장면을 보여주기에 급급한 드라마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들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야할 중심 인물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인물의 깊이를 더하고 시청율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제몫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삼>의 미래는 불안하다. 현재 약 17%대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번주 시작한 MBC 드라마 <혼>은 11.5%와 12%를 기록하며, 전작 <트리플>의 악몽을 훌훌 털어냈다. 네티즌의 평가도 찬반이 엇갈려 앞으로 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주 9%대의 한자리수 시청율을 기록하며 난항중인 <파트너>의 경우, 8월 19일 <아가씨를 부탁해>가 바톤 터치를 한다. 윤은혜, 윤상현, 문채원, 정일우 등의 이름만 대도 쟁쟁한 연기자들이 참여해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사고 있다. 따라서 지금 1위를 지키고 있다고 만족할 상황은 못된다. 아니, 지금처럼 갔다간 몰락은 당연한 일이다.

무려 120여억원을 들여 제작한 <태양을 삼켜라>가 지금의 부진을 씻고 20%, 30%대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싶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바로 이야기로 승부하고, 꽉 짜여진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대본, 배우, 영상, 음악이 모두 따로 논다면 <태양의 삼켜라>의 미래는 굳이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쉽게 예언할 수 있다. 바로...



글이 괜찮으면 추천 바랍니다.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