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트콤을 정극으로 만든 심혜진의 미친 연기력! ‘선녀가 필요해’

朱雀 2012. 4.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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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에 방송된 24화에서 선녀 모녀는 차세주(차인표) 사장의 잃어버린 연필의 도둑으로 의심을 받게 된다. 모녀가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때마침 모녀 사기단이 결혼을 빙자해서 사기를 치려다가 도망친 사건이 있어서, 오른쪽 어깨에 있는 하트문신을 찾기 위해 차세주는 한밤중에 두 모녀의 침실에 침입해서 어깨를 확인하는 최악의 행동까지 하게 된다.

 

심혜진이 연기하는 왕모는 자존심이 강해서 누구한테 절대 머리를 숙이거나 존댓말을 쓰는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들의 선녀옷이 오인을 거듭해서 아프리카에 보내진 사실을 알고, 자신의 힘으로 아프리카에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녀는 지상에서 친분을 쌓게된 금보화(박희진)과 손을 잡고 닭털 파카인 마운틴 닭이란 상표까지 출원한 상태다. 다행이 마음씨 좋은 차세주를 만나 별 불편없이 생활하는 가운데서도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그런 심혜진의 캐릭터는 묘한 웃음을 시청자에게 준다.

 

25화에서 왕모(심혜진)은 자신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차세주 사장의 눈길을 오해하고 잃어버린 연필을 사주겠다고 나름 센 선언을 한 상태다. 차세주가 잃어버린 연필은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 것으로 이미 25년전에 생산이 중단되어서 파는 이가 없는 물건이다.

 

말그대로 희귀 레어 아이템인 것이다. 그녀는 결국 딸 채화(황우슬혜)를 시켜서 서울에 한 사장이 그걸 가지고 있는 사실을 알고 무턱대고 사러간다. 당연히 그녀는 살수가 없다.

 

그녀가 손에 쥔 27만원은 그녀가 정말 수 많은 고생을 해서 번 돈이지만, 최소 몇백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연필 한자루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왕모는 처음엔 완강하게 팔기를 거부하는 사장의 행동을 오해해서, 자신이 오는 길에 만원을 준 거지를 찾아가서 꿔달라고 할 정도로 의외의 행동을 한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씁씁함을 입안 가득 느끼게 한다. 그녀가 거지에게 만원을 주면서 한 이야기는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지만 그냥 주는 거 아니다. 뭐든지 시작해라라는 이야기였다.

 

남에게 구걸하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그녀 나름대로의 의미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준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절박할 처지가 된다.

 

그녀가 사장집에 찾아왔을 때, 몇 명의 사람들이 사정을 하기 위해 선물세트를 들고 왔다. 사장에게 어려운 회사가 망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일종의 뇌물이었다. 그러나 돈이 든 사과상자나 돈봉투도 아니고 고작 생필품이 들어있는 선물세트로는 사장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왕모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27만원은 그냥 27만원이 아니라, ‘아프리카이며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티켓이다. 말 그대로 전부였다! 그러나 사장은 냉담하게 택도 없다며 문전박대했다. - 어떤 이가 몇달을 고생해서 본 돈이 어떤 이의 연필 한자루 값도 못된다는 사실. 그것도 생필품이 아니라 그저 별 쓸모없은 연필 한자루가 몇십배 이상의 값어치가 된다는 사실은 정말 씁쓸하지 않는가?-

 

자존심은 너무 세도 문제지만 없어도 문제다. 사람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하지만 다른 이를 높게 평가하면서 더더욱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존심은 결코 허영심이나 자만심과 동의어가 아니다. 그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마음이다!

 

<선녀가 필요해>에서 심혜진이 연기하는 왕모 캐릭터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캐릭터다! 그러나 그는 절대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손으로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결국 그녀는 비싼 레어 아이템인 연필대신 선물세트를 사들고 사장에게 아부를 하기 위해 집으로 쓸쓸히 돌아간다.

 

그러나, 사실 차세주는 연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옷에 넣고 잊은 것 뿐이었다. 그 사실을 모든 안 그녀는 분노한다! <선녀가 필요해>는 분명히 시트콤인데 심혜진의 눈물겨운 연기로 인해 정극이 되어버렸다.

 

부잣집에 얹혀 사는 왕모와 채화의 모습은 왠지 부러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없는 이가 얹혀 사는 것은 자존심에도 상처를 받고 여러모로 스스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기서 도둑이란 누명까지 쓰게 된다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일 것이다.

 

24화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그저 웃음을 위한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필을 찾기 위해 애쓰는 황우슬혜의 모습과 연필을 사기위해 하루종일 동분서주 하는 심혜진의 모습은 오히려 눈물겹기까지 했다.

 

마치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날이 갈수록 가난해져서 작은 자존심마저 지킬 수 없게된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의 삶을 엿보는 것 같아 무척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이킥> 시리즈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90%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는 <선녀가 필요해>는 그래서 더더욱 볼만한 시트콤인 것 같다.

 

무엇보다 눈물겨운 연기로 한 순간에 장르를 바꿔버리는 심혜진의 연기력에 새삼 감탄사와 더불어 박수를 보낼 뿐이다. 25화에서 그녀가 한 사장의 문앞에서 하소연할때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고 압권이였으며, 최고의 열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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