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스스로 비호감이라 말한 박한별, 안쓰럽다.

朱雀 2009.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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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 2>에 박한별, 송지효, 유진 등이 출연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간 게스트는 역시 송지효 였다. <쌍화점>에서 강한 노출신과 배드신을 선보인 송지효에게 역시나 많은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상대역이었던 꽃미남 조인성과 커플로 몰아가거나, 호감은 없었는지 짖궂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송지효의 영리하고 재치 넘치는 답변들을 들으며 웃음을 짓다가 박한별에게 세븐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시작은 비호감 관련 이야기였다. 박한별은 자신을 스스로 ‘비호감처럼 생겼구나’라고 고백했다. 그 말에 주변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주변에서 온통 그녀에게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과 험담으로 미니홈피등을 방문해 악성댓글을 남긴 것에 대한 상처가 너무 큰 탓이었다. 함께 출연한 이들 모두 어떻게 이야기할지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한별의 표정은 시종일관 심각했고 웃기거나 일부러 연출한 것 같진 않았다.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드러낸 것 같아 더욱 걱정이 앞섰다.

어린 시절 데뷔한 그녀는 그러한 주변의 공세에 자신도 모르게 ‘아! 난 그런 아이구나’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이건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 우울증 초기 증상으로 의심될 정도였다.

게다가 선배를 보면 어쩔 줄 몰라 얼어버린다는 그녀의 고백은 대인기피증이나 공포증을 의심케 했다. 선배님들을 보면 인사는 잘 하지만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고백은 그녀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겁을 내고, 두려워한다는 반증이리라.

돌이켜보면 박한별은 데뷔 때부터 온갖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얼짱 출신인 그녀는 제 2의 전지현으로 많이 소개되었다. 덕분에 그녀는 이름을 빨리 알린 편에 속하지만, 빨리 알려진 만큼 부작용도 심했다. 전지현의 열성팬들 가운데는 그녀에게 반감을 품고 온갖 악성댓글을 다는 이들이 많았다. 거기에 더해 그녀는 세븐과 7년 동안 비밀 연애 기간을 가졌다.

서로 밝히고 싶었지만 공개 후 후폭풍을 짐작할 수 밖에 없었기에 부득이 서로 숨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둘의 만남을 목격한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되었다. 둘의 데이트현장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세븐의 열성팬들의 공격에 박한별은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박한별이 이상형이 ‘비’라고 밝히자 세븐 팬들은 “어떻게 세븐의 여친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공격했고, 아이돌 스타인 세븐의 인기를 걱정해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정했을 때도 팬들은 “거봐. 쟤가 저런 애지”란 식으로 비방했다. 한마디로 우상의 애인을 일부팬 들은 인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악성댓글 등으로 그녀를 공격했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시기에 연예계에 데뷔한 박한별은 그러한 대중의 반응에 무척 당황했을 것이고 당연히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했을 것이다. 사람을 무서워하고 집안에 처박혀 나오려 하지 않으며, 감히 두려워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세븐과 연임임을 인정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보자! 어떤 해커가 그들의 미니홈피를 해킹해 숨겨놓은 연애사진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 해커의 소행은 마치 “자! 이렇게까지 증거를 제시하는데 아니라고 잡아땔꺼냐?”는 식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해커가 저지른 행위는 범죄다.(이건 명백한 스토킹이다!) 남의 미니홈피에 함부로 침입해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어땠는가? 언론은 두 사람의 연인 관계임을 보여준 결정적 증거를 보도하는데 바빴고, 두 사람에게 마치 범죄자라도 되는 듯 추궁식의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해외촬영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온 그녀가 쏟아지는 질문에 ‘멍’해졌다는 진술은 정신적인 공황에 빠졌다는 이야기와 아마 일맥상통할 것이다.

뭔가 뒤바뀌지 않았는가? 두 사람의 비밀을 밝혀낸 해커는 법적으로 제재를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잘못이라도 비난 받아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두 사람이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다. 그런 개인사까지 ‘공인’이니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파파라치처럼 따라붙어 특종을 얻고자 하는 언론과 그걸 가지고 씹기 좋아하는 우리의 태도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세븐과의 어려웠던 연애를 밝히면서 그녀가 보여준 반응들로 인해 애처롭고 걱정스러운 마음만 가득 들 뿐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가질 수 없는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보면 창살 없는 감옥이요. 투명인간의 삶일지 모른다.

언젠가 방송에 세븐이 나와 여자 친구가 없다고 부정하자 한없이 슬픔에 빠졌다는 고백은 그녀가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야심만만 2>에 출연한 박한별의 표정과 말 그리고 행동에서 우울증의 증세들이 읽혔다. 이제 25살인 젊은 그녀가 어렵고 힘든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밝게 살았으면 좋겠다. 모든 게 부디 타자의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병은 매우 큰 병이다. 그러나 외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기 때문에 우린 무심코 쉽게 넘길 수 있다. 마음의 상처가 무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잘 낫지 않는데 있다. 한참 밝고 예쁘게 살아야할 한 젊은 여성이 스스로를 ‘비호감’이라 표현하고, 데뷔초부터 지금까지 내내 악플에 시달리고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욕설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삶은 매우 잔인해 보인다.

악플러들은 즉각 그녀를 향한 공격을 멈추어야 한다. 예전에 악플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들을 보고도 아직 깨달은 바가 없는가? 아울러 소속사와 주위 사람들도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보는 내내 안쓰럽고 답답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마음의 병을 얻은 이가 어디 박한별 하나 뿐이겠는가?’라는 데 생각이 미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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