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현정화 감독과 문현성 감독이 말한 ‘코리아’

朱雀 2012. 5. 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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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필자는 영화 <코리아>를 보기 위해 압구정 CGV로 향했다. 사실 처음 <코리아>라는 영화를 들었을 때는 코웃음을 쳤다. ‘뭐야? 이거!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1991년 이야기라니. 이거 시대착오적인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왠지 남북 탁구단이 세계최강 중국을 꺾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최루성 영화일 것 같아 막연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보질 않았다. 거기에 더해 <보이스 코리아>를 비롯해서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며 영화 홍보를 위해 배두나의 모습이 더더욱 그런 반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영하를 감상하면서 정말 내가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영화를 보지도 않고 거부했구나라고 철저하게 반성하고 말았다. <코리아>는 잘 알려진대로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이 세계 최장 중국을 꺾기까지 45일간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코리아>는 각각 남과 북의 에이스인 현정화와 리분희가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이내 서서히 친해져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마지막 장면에 이른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고 못 베길만큼 둘의 연기력은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어떤 감정을 설명하기 보다는 최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주려고 애쓰고 있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남한의 에이스 현정화 선수와 북한의 에이스 리분희 선수가 그야말로 사생결단하는 마음으로 준결승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무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명예를 넘어서서 민족적 감정을 가지고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총성없는 결투를 한 건 맞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에 가면 3년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탁구를 친다.

 

현정화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건 실제 있었던 상황이라고 한다. 남북단일팀이 되어 서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아무래도 또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교감을 나눈 이후에 그들의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단다. 하긴 당시에는 다른 나라는 져도 북한에게 지면 여론이 좋아지지 않았으니 당시 선수였던 현정화 감독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영화를 보면 왜 현정화 감독이 자신의 역할을 하는데 하지원 선수를 반드시 뽑았는지 이해가 간다. 여러차례 인터뷰 등지에서 알려졌지만 하지원은 당시 <7광구> 촬영이후 발목에 상처가 난 상황에서도 탁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현정화 감독은 3개월 정도 배우들에게 탁구를 지도했는데, 사실 탁구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최소한 10년 이상은 해야 한단다.

 

그런데 그걸 단 몇 개월 만에 하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런데 재밌는 점은 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움직이다보니 CG를 쓸 수가 없는데, 네 명의 배우들(?)이 어찌나 멋지게 쳐서 가능했다고. -영화에서 CG를 쓸 수 밖에 없었단다. 하긴 모든 장면을 배우들이 모두 해낸다는 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코리아> 영화를 보면서 설마?’했던 장면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 많았다. 현정화 감독은 당시 실제로 리분희 선수가 간염을 앓고 있었고, 영화와 달리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결승전에서 함께 뛸 수 없었다고 한다.

 

영화 중간에 보면 남한팀의 최연정이 북한팀의 최경섭을 좋아하게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남북단일팀이 합숙소에서 경기장 등으로 이동할 때 버스로 이동했는데, 이때에는 보위부 등이 타지 않고 오로지 선수들만 있다 보니 실제로 남녀 선수들간의 핑크빛 무드가 형성되었다고.

 

리분희 선수의 경우엔 실제로 북한팀의 남자선수와 당시 사귀고 있었는데, 친해지고 나서 (리분희 선수가) 이야기해줬고, 그 후에 그 남자 선수가 항상 리분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문현성 감독은 분단, 이념을 넘어서서 편하고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싶었단다. (무대인사를 다니다보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울고 있는 초등학생이나 여성 관객들을 만날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만든 보람을 느꼈다고.

 

영화 <코리아>는 분명히 최루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선 답답한 대목도 많다. 그러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10~20대에게 남북이 분단된 상황은 당연한 것이고, ‘통일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다. 오히려 북한은 우리에게 짐스런 존재가 되버렸다.

 

그러나 영화 <코리아>를 본다면 우리가 한핏줄을 가진 한 형제이며,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코리아>는 개인적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봐야 한다고 여겨진다.

 

아무런 죄없이 그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38선이 그어졌고, 그것이 60년이 넘도록 양쪽 다 오갈 수 없는 분단의 상징이 된 나라는 지구상에 오로지 우리 뿐이다. 영화 <코리아>는 그런 우리의 현실에 대해 쉽고 편하지만 동시에 가슴이 끓어오르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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