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조선판 에로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준 ‘아랑사또전’

朱雀 2012. 8. 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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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랑사또전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띄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은오(이준기)과 어머니의 끔찍한 과거와 더불어 주왈의 과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은오의 기억속의 어머니는 살갑고 착한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에게 매정했으며 아직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부모형제를 죽인 이에게 복수하겠다라고 말하는 무서운 어머니였다.

 

주왈 역시 비럭질이나 해먹고 다니던 거지아이를 한 여성이 거두워서 잘먹고 잘살게 해주었으나, 그 댓가로 영이 맑은 여자아이의 혼을 먹는 끔찍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우울한 스토리로만 진행되면 시청자의 입장에선 재미가 떨어지는 법. 이에 <아랑사또전>에선 조선판 에로시티즘의 미학을 보여주면서 깨알같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했다!

 

첫 번째 장면은 이서림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아랑을 은오가 혼내려는데, 발뺌하는 장면이었다. 은오는 아랑이 변복한 옷을 찾으려고 치마를 들추는데, 거기에는 예상과 달리 옷은 없었다.

 

당연히 아랑의 맨다리가 드러났고, 조선시대의 규수인 아랑은 놀라서 은오의 뺨을 때리고 만다. 이때 서로 게면쩍고 민망헤하는 둘의 모습은 충분히 공감과 더불어 웃음이 터지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장면은 싸우고 나서 화해하기 위해 은오가 아랑에게 복숭아를 건네는 장면이었다. 원래 복숭아와 팥등은 우리 문화권에선 귀신이 무서워하는 상징물이었다.

 

 

실제로 <아랑사또전>에서 귀신들은 복숭아 잎을 맞으면 저승사자까지 상처를 입을 정도로 치명적인 무기(?)였다. 그래서 처음에 아랑은 복숭아를 무서워하나, 실제로 만졌는데도 아무렇지 않자 무척 좋아한다.

 

그리곤 복숭아를 한입 깨무는 데, ! 카메라의 동선이 너무나 에로틱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복숭아를 한입 깨무는 장면이 이렇게 에로틱할 수 있다니! 새삼 카메라 테크닉과 연출에 감탄했다.

 

마지막은 무당 방울에게 사기를 당한 돌쇠가 따지다가 물벼락을 맞은 장면이었다! 물에 젖은 돌쇠는 머리를 양옆으로 흔드는데, 슬로우 모션으로 잡히면서 웃기게 보였다. 그런데 정작 그 모습을 정면으로 보는 방울은 반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게다가 물 때문에 젖은 상의를 털면서 상반신이 노출되자, 근육질 몸매가 드러났다. 그러자 침을 크게 꼴깍 삼키는 방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방울은 그저 헤벌래~하면서 보는데, 물을 뿌린 주모는 이를 어째그러면서 물을 털어주는 척하면서 여기저기 더듬는 과감한 행동(?)을 선사했고, 이건 그 나름대로 웃음을 터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시는 분은 잘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80~90년대 성인영화들은 직접적인 노출이나 베드신이 당시 검열에 걸렸기 때문에,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등의 장면으로 대체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었다. 특히 <> 같은 고전(?) 영화는 장작을 패는 남자가 자연스럽게 상의를 탈의해서 상반신을 노출하면서 매력발산을 하곤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장면들과 겹치면서 웃음이 더욱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에로틱하면서도 그게 웃음을 자아내는 <아랑사또전>의 방식은 풍자와 해학을 잃지 않았던 우리네 전통(?)을 이어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더욱 극을 풍성하게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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