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잔인한 진실과 대면하다! ‘마의’

朱雀 2012. 12.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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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에서 백광현은 잔인한 진실과 조우한다. 바로 자신의 친아버지 강도준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역적으로서 죽었다는 사실과 친아버지로 알았던 양부 백석구 역시누명을 쓰고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 두 가지 진실을 혜민서 수의녀 장인주를 통해 알게 된다.

 

비슷한 시각 강지녕 역시 좌상의 며느리 서은서에 의해 자신의 잔인한 운명을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은서는 강지녕에게 백광현에 대해 물었고, 그 대답여부에 따라 이명환이 그동안 저지른 끔찍한 악행에 대해 알려줄지 여부를 판단하려고 한다.

 

백광현에게 출생의 비밀이 끔찍한 것은 양부 백석구의 억울한 죽음과 자신이 남몰래 사랑하는 강지녕이 그의 딸이라는 점이다. 백광현은 자신의 아버지 강도준에게 역적의 누명을 씌운 인물이 강도준이란 사실 때문에 분노한다. 그러나 이내 강지녕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를 꺼린다.

 

백광현은 친딸을 버리고 자신을 키워준 백석구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 또한 강지녕은 자신과 바뀐 운명 때문에 관비로 끔찍한 세월을 보내지 않았던가? 게다가 사랑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신이야 여태까지 천민인 줄 알고 살았기에 지금 이대로의 삶을 견딜 수 있지만, 강지녕은 최고 명문가의 규수로 지내다가 천민으로 급전직하면 몹시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처음에 백광현은 출생의 비밀을 외면하려고 한다.

 

그러나 양부의 죽음과 친부의 죽음에 모두 음모가 있고, 이를 어떤 세력이 일부러 꾸몄다는 어렴풋한 의심을 품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백광현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괄시받는 천민이지만 나름대로 생황을 영위할 수 있다. 손재간이 좋은 백광현은 신분을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의원으로서 그럭저럭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한 친부와 양부를 생각하면 그는 복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복수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진실을 찾아가는 길이다. 강도준은 소현세자를 구하기 위해 애쓰다가 죽었다. 여기에는 그의 친한 친구였던 이명환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조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쥔 서인세력의 거두 좌의정 정성조와도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백광현이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쓴다면 그는 우선 차기 수의가 될 이명환과 힘겹게 싸워야 하고, 종국에는 서인세력과 맞상대를 해야 한다. 조선의 왕인 현종조차도 쩔쩔매는 서인세력과 싸워야만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아니라, 어린아이와 거인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러나 백광현은 그런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 작게는 친부와 양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크게는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마땅히 구해야할 침술을 사술로 바꾼 무리들을 처단해야만 한다. 의술은 사람을 구해야 하지, 죽이는 데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백광현에게 잔인한 진실은 강지녕과 이성하에게도 몹시 잔인한 선택을 강요한다. 우선 강지녕이 만약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일단 자신의 신분과 재산을 모두 백광현에게 넘겨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더욱 큰 댓가는 그동안 은인으로 여겼던 이명환이 사실은 원수라는 사실과 직면하는 것이다. 자신의 친부인 백석구에게 억울한 죽음의 장본인이지 않은가? 게다가 친부로 알고 있는 강도준의 억울한 죽음 역시 그의 거짓 증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던가?

 

이명환에 대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강지녕에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강지녕보다 더한 처지에 몰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명환의 아들 이성하다!

 

이성하는 어렴풋이 아버지가 백광현에게 억울한 누명을 자꾸만 씌운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백광현의 양부이자 강지녕의 친부를 죽게끔 만들었고, 강도준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게 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단죄해야만 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그가 제일 사랑하는 강지녕이 사실은 양반이 아니라 천민이란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는 고민 끝에 아버지와 손을 잡게 되지 않을까? 아버지의 죄과만으로도 버거운데, 사랑하는 강지녕이 남은 평생을 천민으로서 기구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건 이성하로선 견딜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마의> 24화를 보면서 출생의 비밀이 새삼 왜 매력적인 설정인지 곰곰이 새기게 된다. 우선 이보다 극적인 반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누구인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 그 위의 선조들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나올 수가 없다. 따라서 선조를 아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다.

 

<마의> 24화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서사적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좋은 예라고 여겨진다. 비록 진실은 잔인하지만 그런 진실을 통해 백광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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