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나는 왜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는가?

朱雀 2013.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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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필자는 병만족의 좌충우돌 아마존 생존기를 보면서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왜 나는 지금 정글의 법칙을 보고 있는가?’라고. 이건 다른 의미에서 접근한다면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왜 굳이 아마존의 밀림으로 떠났는지 묻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질문이리라.

 

당연한 말이지만 오지만 찾아 떠나는 <정글의 법칙>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마존에 위치한 무인도를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깊어진 수심 때문에 강을 건너던 미르는 급류에 휩쓸린 뻔한 아찔한 상황에 처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노우진은 대나무에 손가락이 베어서 6바늘이나 꿰매는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국내에서 여행을 다니는 경우에도 흔히 말하는 X고생을 할 때가 다반사다. 차가 막히거나 돈이 없어서 등등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때문에 고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물며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오지만을 탐험하는 <정글의 법칙>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독초가 혹여라도 피부에 닿을까봐 온몸을 싸매야 하고, 8천여종의 곤충들이 살고 있는 탓에 정글을 탐험하다가 옷속을 파고 들어오는 개미들의 습격에 어쩔 줄 몰라한다. 심지어 곳곳에 뱀을 비롯한 동물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습격에 대비해서 조심조심 탐험할 수 밖에 없다. 누구도 멤버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에 서로 서로 조심하고, 다른 이가 다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줄 수 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김병만을 비롯해서 추성훈-박솔미-박정철-미르-노우진이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것은 인지도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인기 때문이라면 굳이 정글까지 갈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글의 법칙>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선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아마존을 건너다가 아찔한 상황을 당한 미르는 새삼 자연앞에 무기력한 인간을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건방질대로 건방져졌다. 어떤 면에서 그건 당연하다. 우리 인간은 이제 강을 막거나 수로를 변경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자연을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산을 갈아엎어서 평지로 만들고, 심지어 달나라를 넘어서 화성까지 우주여행을 꿈꾸는 시대까지 왔다.

 

따라서 우리는 어느새 자연을 우습게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개인의 인간은 아직까지 대자연 앞에 무기력하다. 아마존에 도착해서 두 번째 날의 여정에서 병만족은 겸허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린 병만족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의 강력함에 새삼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자연이 인간에게 무정하고 무서운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니다! 지치고 배고픈 병만족은 정글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자르면 물이 나오는 나무를 발견하고 목을 축인다. 게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상황에서 노랗게 익은 바나나를 보고는 정신없이 먹어치우게 된다. 음식을 보고 정신없이 먹는 병만족의 모습은 풍요로움에 둘러싸인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음식이 남아도는 상황에 이르러서 음식과 물의 감사할 줄 모르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아마존 밀림 한가운데에 떨어진다면? 당장 한모금의 물과 단 한 개의 바나나에도 감사하게 될 것이다.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게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박정철과 노우진은 집을 짓기 위해 대나무를 베는 과정에서 너무나 고생한다. 그리고 간신히 대나무를 얻게 되었을 때, 그들은 너무나 기뻐서 얼싸안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만약 대한민국이었다면? 그들은 대나무를 단돈 몇만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무궁화 다섯개짜리 호텔에 머물면서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런 감동도 감사도 없다. ? 너무나 쉽게 얻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예능인 탓에 그들의 모습이 다소 희화화되긴 했지만, 김병만 같은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곤 우리 역시 아마존 한가운데에 떨어진다면 노우진과 박정철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집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다. 오늘날 내가 누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위해서, 그리고 오늘날의 나와 사회를 좀 더 먼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떤 이에게 <정글의 법칙>은 그냥 재미로 보는 프로일 수 있다. 또 어떤 이에게 <정글의 법칙>은 아직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오지와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는 프로일 수 있다. 방송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는 이의 자유의지대로 해석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에게 <정글의 법칙>이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인간은 겸손해져야 하며, 다른 동물들과 공생공존해야 하는 지혜를 알려주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의미를 주는 프로라고 답하고 싶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빌딩숲에 둘러 쌓여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생물과의 공존은커녕, 같은 사람끼리 살아가는 방법조차 잊어가고 약육강식이니 정글의 법칙이니 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풍요로움속에 살면서 감사함과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정글의 법칙>에서 멤버들은 물 한모금과 바나나 한개의 더없이 감사하고, 비맞지 않고 잘 수 있는 집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건 브라운관으로 보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는 이유는 충분하리라.


그러나 <정글의 법칙>에서 보여지는 정글은 비록 때론 무섭고 잔인하지만, 그런 척박한 환경 탓에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머니 대자연은 인간은 물론이요, 모든 생명체가 일용할 수 있는 양식을 아무런 대가없이 기꺼이 내어준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생일을 맞이한 박정철을 위해 박솔미가 서울에서 조금 가져온 미역을 단순히 물에 넣고 소금만 뿌려서 끓이는 모습은 풍요로움 속의 빈곤을 느끼는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정글이라면 끔찍한 고생 때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추성훈과 박정철이 <정글의 법칙>에 또다시 합류한 것은 도시생활에서 절대로 맛보고 느낄 수 없는 것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늘 그렇지만 필자의 바람은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이 아무런 사고없이 무사하게 다녀오는 것이다. 더불어서 <정글의 법칙>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다들 한번씩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단순히 예능프로로만 보기에 <정글의 법칙>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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