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모바일 컨텐츠의 ‘좋은 예’, ‘마왕용사’

朱雀 2013. 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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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마왕용사>라는 책을 이야기하면서 모바일을 운운하는 것이 매우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조금만 참아달라! 아마 곧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럼 시작해보겠다! 


<마왕용사>는 일본 작가 토모 마마레의 작품이다. 소설을 처음 열면 무척 생소한 상황이 벌어진다. 바로 시작부터 마왕과 용사의 대화로 시작된다. 마치 시나리오나 방송대본을 보는 기분이랄까? 더욱 당황스런 것은 그 어떤 지문도 행동묘사도 없다.


정말 대화로만 진행된다. 책을 구해서 몇 줄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그렇게 진행된다. ‘그래. 처음이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왠걸? 이렇게 내내 진행된다. 국내에 3권까지 출간되었는데, 3권 모두 전부 대화로만 진행된다.


<마왕용사>는 읽는 이의 상식을 송두리째 배반한다. 이 작품에선 등장인물의 이름이 없다! 용사는 처음부터 끝까지(적어도 3권까진) 용사로만 등장한다. 마왕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홍의 학사라고 불리긴 하지만, 계속해서 ‘마왕’으로만 등장한다.


심지어 마왕이 가르치는 제자들은 상인자제, 군인자제, 귀족자제 식이다. 이런 식의 작명센스라니. 어떤 면에선 정말 유치하고 작가가 귀찮은 나머지 대충 이름짓기를 포기하고 이야기를 무책임하게 진행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는다.


그러나 <마왕용사>를 읽은 이라면 모두들 동의하겠지만, 이거 절대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마왕용사>의 첫부분은 마왕성에 몰래 침입한 용사와 마왕의 대화로 시작된다.


일본 판타지 애니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동의하겠지만, 대다수의 판타지물에서 이건 하이라이트중의 하이라이트! 용사가 모든 고난과 역경을 듣고 마왕성에 들어와서 마왕과 일대일 대결을 펼쳐서 승리하는 장면! 우린 이 장면을 읽기 위해서 지루한 졸개와 중간보스와의 싸움을 읽고, 게임에선 지루한 레벨올리기용 막노동을 펼쳐야만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왕용사>의 시작은 일본 판타지에선 거의 마지막 장면인 부분이다. 상식의 배반은 그 다음에도 이어진다. 용사와 마왕은 칼과 마법으로 싸우지 않는다. 


마왕은 마력이 거의 없는 형편없는 여성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마왕 당돌하다! ‘용사여 나의 것이 되어라!’라는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내뱉는다. 당연히 용사는 처음엔 거절한다.


그런데 다음에 마왕이 하는 이야기가 놀랍다. 마왕은 협상을 요구하고 지금 세상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다. 마계와 인간계가 싸우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근원적인 오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서로 싸우지 않으면 체제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이 얼마나 역설적이란 말인가?


오로지 전투에만 신경쓰던 근육바보 용사는 마왕의 그런 설명에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이에 마왕은 온갖 차트와 기록을 증거로 보여주면서, 용사를 설득해나간다. 마침내 용사를 설득한 마왕은 둘이 힘을 합쳐서 마계와 인간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애쓰기로 한다.

 


여기까지 읽기만 해도 <마왕용사>가 기존의 판타지 작품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 <마왕용사>는 기존의 일본 판타지물과 달리 악이 아니라 마왕과 용사가 세상과 싸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말 신선한 접근법 아닌가?


<마왕용사>는 작가가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한 것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각종 설정이 모조리 제거되어 있다. 마왕과 용사가 싸우는 장면은 이미 <로도스도 전기>같은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어 여태까지 몇십년이 넘도록 반복되어온 패턴이다! <반지의 제왕>부터 일본 판타지물을 탐닉한 이들이라면 무슨 말일지 알것이다.


그러니까 <마왕용사>는 기존의 각종 친숙한 설정을 모두 알고 있다라는 전제하에서 시작한다. 그런 탓에 마왕은 마왕이고, 용사는 용사다. 이런 식의 과감하게 삭제한 작명센스는 지문과 심리묘사처럼 소설에선 당연시 여기는 것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왕용사>는 인터넷에 연재한 소설이다. 그건 마치 <공각기동대>식으로 말하자면, 광대한 네트의 바다에서 저절로 생성된 창조물과도 같다! <마왕용사>는 새롭다! 마왕과 용사가 힘을 합쳐서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을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드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마왕과 용사는 괴물과 악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감자를 대지에 심고 윤작법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며, 이에 어려움을 느껴서 교육기관을 만들어서 무지한 사람들을 교육시키고자 애쓴다.


즉 그들이 싸우는 대상은 눈에 실체가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세의 무지와 편견과 선입견이자 고정관념이다. 물론 <마왕용사>는 기존 일본 판타지물의 전형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마왕은 글래머이며 용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용사는 말도 안되는 무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정남이며, 그에게는 마왕외에도 여기사와 여마법사를 비롯한 여성들이 모두 모두 좋아서 따른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 애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렘물’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 몇가지를 걷어놓고 보면 <마왕용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과감한 생략법이다! <마왕용사>는 앞서 말한대로 모든 상황이 대화로만 진행된다. 심지어 용사가 대결을 펼칠때도 ‘우르르쾅쾅’하는 식의 의성어만 보여주고, ‘읔’하는 소리로 그(혹은 상대방이) 부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심리묘사나 행동묘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마왕용사>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마왕용사>의 전개방식은 오늘날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에게 어필하게 좋은 컨텐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앞으로 모바일에서 컨텐츠를 소비시키려 한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최적화 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모바일에 맞는 컨텐츠 최적화란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작품의 경우엔 빠른 전개속도가 필요하다! <마왕용사>는 대화로만 상황이 전개되며, 필요시에는 이름조차 날려버리는 과감한 방식을 취했다.


물론 이런 방식이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이미 일본 판타지게임에서 대화로만 상황이 전개되고 소설에서도 적긴 하지만 시도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일부러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만들었다면 대단하고, 그렇지 않았더라도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바일에선 긴 글이 유저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대화로만 진행되는 <마왕용사>의 장점은 대화체로 매우 짧게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학적 관점에서 작품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매우 쉽게 유저들에게 전달되는 특장점이 발휘된다.


이전까지 많은 컨텐츠들이 그렇지만 국내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컨텐츠를 보면 기존의 PC에서 유통되던 웹형태를 단순히 모바일로만 ‘컨버전’된 형태를 띄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형태의 컨텐츠들은 기존의 와이드화면에 최적화된 컨텐츠들로 모바일로 보기에는 여러가지로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대화로만 모든 상황과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마왕용사>는 때로는 일체의 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전개와 상황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컨텐츠에 관심이 있는가? 앞으로 모바일 시대에 단서를 찾고 싶은가? <마왕용사>를 보라! 그냥 재밌는 작품을 찾는가? 그래도 <마왕용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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