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핸드폰게임과 음모이론의 실패한 화학반응, ‘게임’

朱雀 2013. 4.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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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스 데 라 모테. 발음조차 하기 힘든 이 이름은 <게임>이란 소설을 지은 스웨덴 작가의 것이다. <게임>의 표지는 척 봐도 알콜중독에 제대로 씻지 못한 반항적이지만 현실에선 무능력해보이는 전형적인 실패자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란 사실은 누구나 추리해낼 수 잇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우연히 얻은 스마트폰에 깜빡거리는 게임을 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보고,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겨서 시도했다가, 자신의 계좌로 돈이 입금되고 해당 사이트의 유저들의 열렬한 반응에 점차 도취되어 가는 이해될 수 밖에 없다.

   

<게임>은 시도 자체는 매우 참신하다! 우선 주인공 페테르손은 전형적인 실패인생이다. 그는 거짓말을 일삼고, 술을 입에 달고 살며, 필요하면 절도도 서슴치 않는 인간 말종이다.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인 반영웅형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가 우연히 주운 핸드폰에 열광하고, 누군지 모르는 이의 지시에 따라 게임을 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은 상당히 인상 깊다. <게임>은 독자들에게 속도감을 주기 위해서 두 인물을 동시에 등장시켜서, 같이 진행시킨다.

  

레베카라는 여성은 경찰로 시작해서 나중엔 외무부장관을 비롯해서 EU요인들을 경호할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하게 되는 여성이다. 따라서 주인공인 페테르손과 그녀가 나중에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몹시 궁금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그런 이벤트가 벌어지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그 부분은 넘어가겠다. <게임>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봄직한 장면들이 많이 지나간다. 낯선 자의 지령, 핸드폰을 통해 전해지는 지령을 전달하면서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가 특정 사이트에 랭킹을 매겨기고, 실제로 돈이 입금되면서 점차 중독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상당히 겹쳐진다.

   

또한 서구유럽에선 너무나 흔한 음모이론을 게임과 접목시켜서 설명하려는 작품의 의도 역시 참신하다. 문제는 참신한 시도에 비해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랄까? 물론 <게임>에서 작가가 내놓는 이론은 나름 설득력 있고, ‘그럴싸한데?’라는 생각까진 갖게 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페테르손은 게임에서 잘 나가다가 조급한 마음에 한번 실수를 하게 되고, 그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 이후 누군지도 모르는 게이머들이 그를 노리고 저지르는 행동들은 무시무시하다. 누군가가 그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낯선 자가 미행하고. 이쯤 되면 뭔가 큰 게 터질만도 한데, 딱히 그런 게 없다. -물론 하이라이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이후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역량이 몹시 의심된다. 천재해커가 그를 돕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을 좀 더 평범하고 능력치가 낮은 인물로 하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공감된다. 그러나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이 너무 높은 능력치(?) 때문에 오히려 흥미도가 반감된다. 마치 주인공은 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마지막 이벤트 역시 할리우드 영화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입액션형태로 진행되지만, 그다지 숨 가쁜 속도감은 느껴지질 않는다! <렛미인><밀레니엄> 시리즈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스웨덴 작가군에 대해 처음으로 실망감을 준 소설이랄까?

 

 

게임안데르스데라모테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안데르스 데 라 모테 (밝은세상,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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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소설적 완성도를 의심하고 싶지 않고, 필자가 읽은 스웨덴 작가들의 작품들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지만, <게임>은 휘황찬란한 겉표지와 ‘20개국 출간의 요란한 카피에 비해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당신이 기대를 가지면 갖을수록 실망감은 점점 커져서 절망이 가까워질 수 있다.

   

차라리 더 재미를 원한다면 판타지게임과 현실을 헷갈리는 <옥스타 칼리스의 아이들>이나 <달빛조각사>를 읽는 게 낫을 것이다. 최소한 <달빛조각사>40권 가까이 되지만 읽는 재미하나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 메시지와 현실성은 <게임>이 좀 더 높지만 말이다.

 

 물론 <게임>3부작의 1부로 이걸로 전부를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소설과 영화가 그렇지만, 1부는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완결성을 가지고, 2부는 3부로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게임>2% 아니 20% 이상 부족하다!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도 밝혀지지도 않고 작가가 마치 끝났다라고 말하면서 서둘러 그들은 그 이후 행복하지 않았을까?’라고 희망 섞인(?)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테르손과 레베카가 어디에 있던지 위치를 찾아내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을 고려해보면, 마지막에는 왜 아무런 제지도 행동도 취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장르의 미국 소설과 비교해보면 속도감도 떨어지고, 사건도 적고, 심지어 액션신(?)도 적다. 필자가 기대를 많이 한 탓에 실망감이 큰 탓이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형식의 미국소설을 많이 본 이들에겐 큰 호응을 얻어내긴 힘들 것 같다.

 

 

간단 평: 화려한 표지와 몇줄 요약된 줄거리를 읽고 읽어다간 불안, 초조, 허탈함이 밀려온다. ? 할리우드 영화를 봤거나 범죄 소설을 읽은 당신의 절대 기대치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수작이 될 만한 참신한 설정과 의욕적인 시도가 작가의 역량이 따라주지 않아 평작을 조금 넘어섰다. 불평을 많이 했지만 뭐 나름 읽을 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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