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간의 가치는 언제 알 수 있는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朱雀 2013. 4. 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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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모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최종화는 조무철이 칼에 맞는 장면부터 시작했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병에 걸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조무철이 끝내 끔찍하게 가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무철은 끝까지 한 카리스마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상대방이 찌른 칼을 손으로 받아냈고, 심지어 그의 팔을 부러뜨리면서 집에 가라라는 말을 했다.

 

김태우의 연기는 <친구>에서 장동건이 칼에 맞고 고마해라. 마니 묵었다 아이가라고 했던 연기에 필적할 만큼 훌륭했다. 그러나 조무철은 곧 그 이후 피를 토하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조무철의 누나가 말한 것처럼 개처럼 살다 개처럼 갔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조무철의 최후였다. 조무철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반칙성 캐릭터이다.

 

왜냐하면 처음 등장할 때, 오수에게 칼로 찌르는 장면으로 강렬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조무철이 오수를 죽이려고만 드는 조폭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거의 후반부에 드러난 것처럼, 조무철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오수와 박진성 네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인물이 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살아온 방식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그나마 운 좋게 마침 길을 가던 박진성에게 업혀서 간 정도가 유일한 위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반해 자살을 시도한 오영의 경우엔, 오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달려온다. 오영이 자살시도를 한 이유는 성공확률이 10% 밖에 안되는 수술과 자신을 둘러싼 끔찍한 환경 때문이었다. 왕비서는 오영의 시력이 나빠지는 초기를 일부러 방치해서 그녀가 장님이 되게 만들었고, 오수는 70억원을 구하기 위해서 가짜오빠 행세를 했다. 그 밖에도 그녀의 재산과 지위를 노리고 접근한 이들 밖에 없었다.

 

따라서 무력하기만 한 장님인 오영으로선 자살이란 끔찍한 선택을 하는 것이 이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운 좋게 오수가 이상한 상황을 느끼고 달려옴으로써 그녀는 살 수 있었다. 또한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왕비서와 친구들까지 달려옴으로써 새삼 그녀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최종화에서 한 인간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고 생각한다! 조무철을 보자. 그는 나름 선의를 갖고 조인성과 박진성과 문희선 등을 대했지만, 그 방법은 옳지 못했다. 그는 폭력과 협박으로 많은 이들에게 나쁜 짓을 했다. 따라서 그가 거리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은 것은 인과응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오영의 경우엔 삐뚤어진 면을 많이 보여주긴 했지만,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했고, 끝에선 모두 용서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자신의 눈을 멀게한 왕비서와 자신의 돈을 보고 접근한 오수를 모두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오수의 경우엔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용서도 쉬울거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영은 그런 것들을 초월했기에 모두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오수의 최후는 해피엔딩보단, 그 전에 사랑하는 가족과 문희선을 죽이겠다고 협박한 김사장의 강요에 못이긴 진성의 칼에 최후를 맞이하는 게 더욱 알맞은 거라 여겨진다.-오수가 도박을 통해 김사장의 전 재산을 가져간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병원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젠 시골로 낙향한 진성과 희선이 오수에게 가는 날이라며 무슨 꽃을 가져갈까?’라고 운운하는 대목에선 오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시키는 줄 알았다. 또한 어딘가 뿌연 오영의 수술 후 시야는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선을 그어놓는 시각적인 장치로 여겨졌다.

 

그러니까 오영이 오수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키스를 하는 엔딩은 어쩌면 상상신일수도 있다! 그러나 오수를 끔찍이 생각했던 진성의 마음을 고려했을 때, 만약 오수가 죽었다면 진성은 죄책감에 제대로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오수와 오영이 다시 재회하는 해피엔딩은 상상이라곤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해피엔딩은 따지자면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힘들고 괴로운 일들만을 겪어온 오수와 오영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았다. 가뜩이나 현실조차 괴로운 데, 즐겨본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새드엔딩을 맞았다면 끔찍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소 말은 안되지만,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 제작진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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