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판 나꼼수의 탄생?! ‘내 연애의 모든 것’

진보개혁세력들(야당)에겐 ‘두 눈에 시뻘겋게 핏줄 선 마귀할멈’이라고 하고, 자신이 소속된 보수세력(여당)에겐 ‘기회주의, 국회파행’이라고 하면서 손가락질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뽑은 것은 국민이라고 일갈한다!

 

얼핏 보면 속시원하고, 다르게 보면 부끄러워 지는 ‘이것’은 책이나 영화이야기가 아니다. 어제부터 시작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초반 장면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무려 156석이나 차지한 거대야당 대한국당의 초선의원 김수영이 ‘국회의원 사퇴선언서’를 쓰면서 시작된다! 그가 ‘정치판은 쓰레기’운운하는 부분은 우리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국회가 쓰레기판이 되지 않으려면, 애초에 국회의원들을 국민이 제대로 뽑았다면 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무조건 국민을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비록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팟캐스트 <나꼼수>의 위력은 정치에 관심 없던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정치가 내 생활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 것이다. 무엇보다 <나꼼수>의 위대한 점은 어렵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재밌게’ 바꾼 것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점은 그동안 어렵게 그려왔던 국회와 국회의원의 모습들이 비교적 코믹하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초반에 국회의원과 국민을 모두 깠다고 ‘모두까기’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그는, 노민영 의원(이민정)이 언론법 통과를 막기 위해 회의실 문을 열기 위해 휘두른 소화기에 얻어맞고 엄살을 피운다.

 

특히 병원에 실려와서 자신이 걸렸을 지도 모르는 수많은 병명을 읊어대는 모습은 <브레인>에 출연해서 카리스마적인 의사 이강훈역을 떠올리게 하면서 더욱 웃음을 준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말하는 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다! 여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날치기 통과를 하면서, 거짓으로 야당에게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의원들을 몰래 모아서 국회에 등원한다!

 

그리고 경미한 부상을 입은 김수영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국민들에게 동정여론을 일으켜서, 자신들이 한 행동을 희석시키려 한다! 사실 진행되는 일 자체는 현실에서 흔히 일어나고 꼴도 보기 싫은 일들이다.

 

그러나 <내 연애의 모든 것>는 그 모든 것을 코믹하게 처리한다! 녹색정의당의 딸랑 두명밖에 없는 의원인 노민영은 소수 진보개혁세력으로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그녀 역시 이모 나영숙에겐 아직 시집못간 노처녀로서 ‘선’ 보라고 닦달하게 되고, 김수영은 네티즌들이 자신에 하는 악플에 대해 분노에 차서 어쩔 줄 몰라한다.

 

게다가 김수영의 상태가 걱정되어서 병원에 왔다가 계단에 넘어질 뻔한 상황에서, 노민영의 그의 셔츠를 찢고(?) 가슴에 키스를 하게 되는 장면은 너무나 웃겨서 눈에서 눈물이 쏙 나올 지경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연애’이야기다! 그러나 여당의원과 야당의원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흔히 우리나라 드라마는 어떤 장르를 하던지 ‘남녀 주인공이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한다!

 

그러나 <내 연애의 모든 것>같은 드라마라면 우리나라 드라마 역시 미드와 일드 못지 않은 전문성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등장인물은 어딘가 경쾌하고 가볍고 우스꽝스럽지만, 여당과 야당이 당리당약 때문에 부딪치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상당히 사실적으로 (게다가 위트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정도라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을까 기대된다.

 

정치는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은 파행으로 얼룩진 국회에 신물을 넘어서서 염증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록 정치인들은 좋아한다. 왜? 자신 마음대로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수록 그 나라는 ‘더 나은 미래’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앞으로 어떤 내용을 전개해서 한국 정치의 현 주소를 코믹하게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