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아이를 믿어주면 서울대에 보낼 수 있다?! ‘부모 vs 학부모’

朱雀 2014. 1. 6. 12:00
728x90
반응형


 

어제 SBS에선 2014년을 맞이해서 꽤 의미심장한 스페셜 프로그램을 한편 방송했다.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학부모의 현실을 직시한 부모 vs 학부모였다. 어젠 1부로 공든 탑이 무너진다란 다소 충격적인 제목으로 방송되었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상위 1%의 모범생이 어머니를 살해한 실제사연이 방송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연을 접하자마자 왜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사연은 끔찍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이후 아들의 성적에 집착했고, 날이 갈수록 체벌이 심해져갔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날은 아들이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무려 3일간이나 잠을 재우지 않고 체벌을 주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36개월의 실형을 받은 아들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었다. 방송에선 한 강남엄마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보내고, 입시설명회를 듣고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아들을 시간이 될 때마다 학원에 보내고 다시 차로 도서실까지 보내는 정말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선 엄마와 아들 모두 힘들고 어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른 예로는 부모와 대립중인 인준(가명)이란 아이의 사연도 방송되었다. 원래 반에서 1%안에 들어가는 민준이는 게임에 집착하면서 자퇴까지 하고, 가출을 밥먹듯이 하며, 견디다 못한 아버지가 개입하려고 들면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집안 가구들을 부수는 폭력적인 모습을 비췄다.

 

전문가는 가족의 모습을 카메라로 지켜본 후, ‘자신의 성적이 생각하는 범위가 있는데 부모의 기대에 미칠 수 없으니까 그런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전문가의 말에서 충격적인 부분은 부모의 역할은 때마다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거거든요. 제재를 계속하면 아이는 도망갈 수 밖에 없어요.’라면서 우울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라는 등의 말을 할 때였다.

 

방송에서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인준이의 부모님은 왠지 이기적인 부모로 비춰질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준이와 부모님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업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하거나 가출을 하는 청소년을 이야기는 굳이 뉴스를 찾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린 왜 학교성적에 집착하고, 서울대에 가기를 소망하는가? 명문대를 졸업한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위 모두가 열망하는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명문대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잘 되길 바란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명문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데 스페셜 방송에선 그런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오로지 모든 포커스를 부모에게 향했다!

 

방송중에 서울대에 입학한 이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그들이 예상과 달리 자기주도 학습을 했고, 50% 이상은 성적이 늘 상위권이 아니라 슬럼프를 겪었거나, 오르낙내리락을 반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서울대생 중에선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집단이 압도적이란 사실이 그려졌다. 아들이 게임을 하고 축구를 해도 믿고 기다려준 부모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방송을 보면서 동시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방송중에 나온 이야기지만, 서울대는 한해 약 3,3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다. 전체 60만 수험생 가운데 약 0.5%만이 갈 수 있는 곳이다.

 

방송에 나온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서 서울대를 간 이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주에 극소수 케이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믿고 내버려두었다고 할지라도, 그중에는 공부가 정말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아이가 서울대를 가지 못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우리 사회는 과도한 스펙쌓기를 권장하고,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사회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응원하는) 부모가 아니라 (공부를 강요하는) 학부모가 되는 것은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부모라면 아이를 믿고 모든 것을 전적으로 그의 선택에 맡기고 존중해야 한다. 또한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라면 욕망과 더불어 걱정과 불안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부모이기 전에 인생 선배로서 어렵고 힘든 세상에서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간섭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물론 1시간 남짓한 스페셜 방송에서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대생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서 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서 진학했고, 부모가 믿고 응원했다는 부분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오해할 소지가 너무나 컸다.

 

왜 우리 사회가 과도한 스펙쌓기와 줄세우기를 반복하는 지 그 대목부터 짚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학생과 부모에 집중하고 그들의 사연 위주로 방송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당연한 수순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작은 부분에 집착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큰 문제는 도외시한 건 아니었을까?

 

부디 남은 2부와 3부에선 학벌이 생존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이고, 우리 사회의 잘못되고 지나친 경쟁에 대해서 건강한 비판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