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는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제목도 그렇지만 귀여운 외모의 주인공과 드래곤들을 보면 단순모험물일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공인 히컵이 한쪽 다리를 잃고, 그의 드래곤인 투슬리스는 한쪽 꼬리날개를 잃는 사고가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특별한 것은 예상과 달리 돋보이는 주제의식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는 점이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말 그대로 드래곤이 등장하기 때문에 비행신이 많다. 덕분에 3D로 본다면, 입체감이 아주 제대로 살아난다.
게다가 성장해나가는 히컵과 투슬리스의 모습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으로 치부하기엔 관객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드래곤 길들이기 2’도 마찬가지다! 히컵이 살던 버크섬은 이제 드래곤과 인간이 공존하는 섬이 되었다.
1편에선 바이킹과 드래곤이 서로 적대적이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바뀐 세상’이다. 유약했던 히컵은 투슬리스와 함께 하늘을 비행하면서 훌쩍 성장했다. 그는 청년답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이에 반해 족장인 아버지 스토이크는 아들에게 족장직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얼핏 보면 사춘기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반목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가족끼리 서로 이해가 부족해서 토닥토닥하는 모양새는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되시겠다.
게다가 20년전 사라진 어머니까지 등장하면 그런 모양새는 더욱 짙어진다. 그러나 가족끼리의 대화를 듣다보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히컵은 대화를 통해서 최악의 상황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의 그런 모습은 폭력과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스런 모습이다. 이에 반해 아버지 스토이크는 항상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그런 가치관의 차이는 계속해서 부딪친다.
공포와 폭력으로 인간과 드래곤을 지배하는 강력한 적 드라고. 그의 모습은 우리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씁쓸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내내 관객을 사색케 한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아버지 스토이크의 말이 옳다. 그러나 드라고와 협상하려고 했던 히컵의 노력 자체는 틀린 일일까? 관객은 히컵 때문에 드라고가 왜 그렇게까지 드래곤을 증오해마지 않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전작도 그랬지만, 비행신이 많이 등장한다. 덕분에 관객은 3D로 본다면 입체감이 생생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아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비행신이 많이 등장한 것은 진정한 3차원의 세계에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가?
히컵이 투슬리스와 함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공중에서 장애물을 만나서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희열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4D까지 추가되면, 즐거움은 몇 배로 늘어난다.
4DX시사회로 먼저 접한 '드래곤 길들이기 2'는 매우 환상적이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투슬리스와 히컵의 모습도 경이로웠지만, 스크린에 비추는 상황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스모그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부는 등의 연출은 영화보는 즐거움을 몇배 높여주었다. 4D 하나만 가지고도 몇 번의 재관람 이유는 충분할 듯 싶다.
하늘을 날때는 의자가 투슬리스의 몸처럼 움직이고,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며, 앞에서 안개가 있으면 극장에서 안개가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그때그때 영화의 상황에 맞춰서 극장이 바로 영화속 현장이 되는 체험은 정말이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이렇듯 즐길거리가 풍부하지만, 주제의식 역시 가볍지 않다! 전작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는 인간과 드래곤의 공존과 평화를 다루었다. 우린 우리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대답하기 만만치 않은 문제다.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여기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간다. 히컵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은 드래곤을 이해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반해 강력한 적 드라고는 공포와 폭력으로 드래곤을 굴복시키고, 그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파괴해 나간다.
모든 난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히컵과 투슬리스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히컵처럼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물음이다.
드라고의 방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현실에선 드라고의 방식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찾아보기엔 볼 수 있다. 게다가 히컵의 방식은 옳지만 그를 위해선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현실감각이 뒤따라야만 한다.
게다가 히컵이 족장이 되는 상황 역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히컵은 책임감이 막연히 두려운 것뿐만 아니라, 아버지처럼 훌륭한 족장이 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정말로 위대한 인물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다른 이의 말에 귀기울이는 인물이 아닐까?
간단평: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전편에 이어서 비행신을 비롯한 즐길거리가 늘어나서 관객의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시키며, 투슬리스를 비롯한 귀여운 드래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웃고 즐기면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
별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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