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군도’는 실패하고, ‘명량’은 성공한 것은?

朱雀 2014. 7. 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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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고작 12척의 배로 300여척이 넘는 왜선을 물리친 명량해전은 아무리 들어도 믿기지 않는 역사적 진실이다. 이순신 장군이 만약 없었다면 임진왜란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성웅으로 추앙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 영웅시되고 신화화되면서 우린 정작 인간이순신 장군에 대해선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바뀌었고, ‘명량에 이르러선 신화적 인물이 아닌 역사적 인물이 아닌 당신과 나처럼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이순신 장군을 만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싸우자는 자신의 의견에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분께서 느꼈을 중압감과 책임감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명량에서 고문에 의해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장군은 300여척이 넘는 왜선 때문에 선조의 명령대로 권율 장군과 합류하자는 의견만 고집하는 휘화장수들과 마주하게 된다. 칠천량의 패전으로 인해 겁에 질린 장수와 수군들을 보면서 장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400년전의 일이라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엄청난 고민과 중압갑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이순신 장군의 실패는 개인적인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패배는 작게는 조선수군의 몰살이자, 조선이란 나라가 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겨우 12척의 배와 공포에 질린 수군과 백성들을 가지고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투를 해야만 하는 그의 심정은 그저 어림짐작으로나마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명량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은 약 60분에 걸친 전투신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모습을 그려낸 전반부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적인 고뇌와 더불어 '인간 이순신'을 관객이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게 '명량'의 미덕이 아닐까?

 

 

 

죽은 전우들에게 죄스러워하고, 병든 몸을 이끌고 불가능한 전투를 앞둔 그의 모습은 고단하고 위태롭기 그지 없어 보였다. 또한 명량에서 무엇보다 인상깊은 장면들은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보다 이름없는 백성들의 끝없는 희생을 그린 장면들이었다!

 

 

진구가 열연한 탐망군 임준영은 사랑하는 아내조차 보지 못하고 임무에 나선다. 그리고 결국 왜군에게 잡혀서 이순신 장군의 배로 향하는 폭약선에 탑승하게 된다.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그 폭약선을 막고자 하고, 사랑하는 남편 때문에 자신의 겉치마를 벗어서 휘두르는 정씨 부인 모습은 서글프기 그지 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제일 고단한 것은 힘없고 약한 백성뿐이다. 임진왜란 당시 얼마나 많은 이름없는 백성들이 죽었는지 우린 알 수 없다. 또한 임진왜란 동안 조선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관군과 의병들을 우린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작게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임진왜란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아버지를, 아내를 잃었을 것이다. ‘명량에서 그려지는 백성들의 모습은 끔찍하다.

 

 

그들은 왜군들에게 학살을 당하고, 강제노역에 시달린다. 이순신 장군의 아들인 이회는 극중에서 아버지에게 수군을 파하고 고향으로 낙향하자고 한다.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순신 장군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탐망꾼 임준영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 없다.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위해 배를 타는 수봉의 모습역시 눈물겹다.

무엇보다 힘없는 백성들의 모습은 눈물겹기 그지 없다. 이순신 장군 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백성의 모습을 그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명량'의 자세는 우리가 잊기 쉬운 백성의 슬픔과 희생을 일깨우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선조는 이순신 장군이 죄가 없음을 알고도 그가 백성들 사이에서 드높은 인기를 누리자 두려워했다. 그리하여 모함이 들어오자마자 수군통제사에서 파직하고 고문을 했다. 칠천량에서 대패한 후에야 이순신 장군은 다시 수군통제사로 되돌아오지만, 그에게 남은 배와 전력은 그의 직책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초라했다.

 

그러나 극중 이순신 장군은 의리와 충을 말한다. 그리고 그 의리와 충은 선조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본 백성들의 사정에 안타까워 한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불사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12척의 배 가운데 홀로 앞장서서 싸우고, 위태로운 상황에서 몇 번이나 몰려도 끊임없이 일어서는 그의 모습은 슈퍼히어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모습만 보이는 데 안주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대장선을 움직이는 노를 젓는 수십명 백성들의 피땀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전투 가운데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수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회오리에 말려든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을 백성들이 구해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물론 이 장면은 말도 안되는 장면이며, 어떤 의미에선 영화적 리얼리티를 깨버리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명량해전이 끝난 이후, 회오리가 아니라 자신을 구해준 백성이 천행이었다고 표현하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명량>의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백성이었음을 상기시키게 해준다.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그의 유지를 위해서 자신의 겉치마를 벗어서 휘두르는 정씨여인의 모습은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이정현이 연기한 정씨여인이 벙어리로 설정된 것은 자신의 슬픔조차 단발마의 비명외엔 표현할 수 없는 백성의 처지를 그리고자 한게 아닐까?

 

 

백성없는 나라가 존재할까? 아무리 이순신 장군이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군사가 없인 싸울 수 없고, 백성의 도움없이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명량>은 우리가 임진왜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누구보다 많은 피해와 희생을 한 이름 없는 백성들을 떠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군도: 민란의 시대>가 제목에 아예 민란이란 단어를 쓸 정도로 어렵고 혼란한 시기를 다뤘음에도, 도치를 비롯한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을 창조했음에도, 그들의 사연을 관객에게 인상적으로 전달하는데 실패한것과는 비교된다.

 

<군도>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이며, 그는 조선의 신분제도 때문에 출세길도 막히고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여기에 강동원의 꽃외모는 조윤이란 인물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군도><명량>의 안타까운 점은 두 영화 모두 2% 이상 아쉽다는 점이다. <군도>가 만약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라면 비난하기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액션활극이란 점에서 분명히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다만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한 점은 명백한 한계점이다. <명량> 역시 한계점은 많다. 감독의 과욕이 부린 영화적 리얼리티가 깨지는 장면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점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명량>은 국내에선 드물게 해상에서 다수의 전함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그려냈다. 이는 할리우드에서조차 별로 시도되지 않은 도전이다. 이순신 장군의 놀라운 전과 때문에 그려내기 부담스러운 해전을 그려낸 점은 분명히 칭찬할만한 지점이며, 결과물 역시 꽤 훌륭한 편이다.

 

 

이런 경험들은 훗날 다른 감독이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나 다른 전투를 다루는데 분명히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명량> 아쉬운 점은 무척이나 많으나,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당시 백성의 마음과 상황을 그려낸 점은 분명히 훌륭했고,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한줄평: 슈퍼히어로 이순신 장군은 혼자가 아니었다!

 

별점: 4(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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