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감독의 최신작! 이 한 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비긴 어게인’을 보러 극장에 가는 데 말이다. ‘원스’도 그랬지만 ‘비긴 어게인’의 스토리텔링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스타가 된 남친을 따라왔다가 버림을 받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와 이젠 한물 간 음악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의 만남은 사실 다른 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플롯이다.
너무나 많이 써먹어서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이야기를 존 카니 감독은 멋지게 변주해낸다. 바로 그의 장끼인 음악을 앞세우면서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정말이지 매혹적이다! ‘원스’도 그랬지만,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너무나 멋지기 그지없다.
아마 대다수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즉시 음악 관련 사이트에서 접속해서 다운 받을 만큼. 게다가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뉴욕이 또 어떠한가? 데모 CD를 만들려다가 아예 음반을 제작하기로 마음 먹고 거리 밴드를 결성한 이후,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녹음을 감행군하는 그들의 모습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최악의 순간에 있던 두 사람이 서로 만나서 새로이 희망을 가지고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관객에게 '좀만 더 힘을 내보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댄은 한물 간 프로듀서다. 그는 최악의 하루를 보낸다. 지저분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그가 가족과 불화중이고, 사업파트너와 함께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고. 그레타 역시 스타가 된 남자친구를 따라왔다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그가 바람을 피운 것이다!
‘비긴 어게인’이 특별한 것은 모든 사건이 음악을 통해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레타는 남자친구가 만든 신곡을 바로 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고향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를 뉴욕에서 만났지만, 그가 일하는 곳에 놀러갔다가 그의 권유에 못 이겨 잠시 무대에 섰지만 그녀의 노래에 관객들의 반응은 별로다. 또 한번의 상처! 그러나 그곳에서 우연히 들려서 위스키를 한잔 하던 댄은 그녀에게서 ‘희망’을 본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처럼 ‘시작되고, 반복되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댄과 그레타는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각각 자살과 귀향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삶은 두 사람이 만나는 우연을 허락한다.
뉴욕 곳곳에서 이뤄지는 녹음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도시소음조차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그러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댄과 그레타의 모습은 '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끔 만든다.
두 사람은 서로 논의 끝에 뉴욕에서 음반 녹음을 시작한다! 센트럴파크 호수 위, 차이나타운, 뉴욕지하철에서 이뤄지는 녹음 현장은 마치 관객이 거리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도시소음까지 음악으로 승화시켜내는 감독의 연출력엔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비긴 어게인’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토리텔링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매우 단순한 플롯이고, 직선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거기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가볍지 않다.
음악의 진정성을 놓고 벌이는 댄과 그레타의 논쟁은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별통보로 음악으로 하고,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 것 역시 음악으로 대신한다. 가족간의 화해 역시 음악으로 이뤄지는 영화의 진행은 얼핏 들으면 진부하지만, 직접 보면 훌륭한 만듬새에 너무나 세련되게 느껴진다!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등의 우리 삶을 단순히 '대화'가 아니라, 음악으로 승화해서 보여주는 영화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게다가 뉴욕 곳곳에서 이뤄지는 게릴라식 음반 녹음과 예전처럼 CD가 아니라 앱스토어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음악의 소비가 이뤄지는 현 상황을 잘 녹여내고 있다. 성공적으로 음반 제작을 한 그레타가 스튜디오 사장에게 ‘당신들이 한 게 없으면서 (10달러 중에서) 9달러가 가져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는 장면이 그러하다.
사실 음악을 만드는 장본인인 가수와 프로듀서들의 몫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매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스튜디오와 제작사의 프로듀싱과 매니저먼트 역시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따라서 ‘비긴 어게인’의 결말은 변화하는 오늘날 음악 시장과 뮤지션들의 고민에 대한 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열린 결말’로 끝낸 부분 역시 존 카지 감독 답다 할 수 있겠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마룬 5의 애덤 리바인 등의 유명인을 왜 섭외했나 했더니, 진부한 플롯을 큰 설명없이 관객에게 납득시키고 빠르게 영화와 음악에 몰입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간에 음악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적극 추천한다! 지금 사랑을 하는 연인에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무엇보다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한줄평: 음악과 이야기의 완벽한 조화! 존 카지 감독이 다시 한번 해냈다!
별점: 4.5점(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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