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관객을 시험케 하는 문제작! ‘해무’

朱雀 2014. 8.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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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를 보고 난 관객은 아마도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영화는 처음엔 여섯 선원의 바쁜 일상을 뒤쫓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순박하다란 느낌이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개성은 있지만 딱히 악인이라고 할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다. ‘해무의 무서운 지점은 바로 그곳에 있다! 강선장은 한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는 인물이었다.

 

 

-영화에 대해 일정 부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점점 그는 위기에 처했고, 결국 배를 잃을 처지에 다다른다. 그래서 그는 결국 해서는 안될 일에 손을 대게 된다. 바로 밀항이다! ‘해무를 보면서 관객이 가장 난감한 지점은 강선장을 악당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강선장은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다. 조타실에 앉아서 그가 해도를 보면서 고민하는 부분은 마치 노련한 노선장이 배가 가야할 길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김윤석의 노련한 연기는 마치 그가 정말 오랫동안 배를 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강선장이 보여주는 폭력성 때문에 그를 '악인'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는 누구보다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 인물일 뿐이다. 게다가 선원과 배를 향한 그의 무조건적인 애정은 관객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그는 바람난 아내를 버리지 않고, 실업 위기에 처한 선원들을 누구보다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돈이 생기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는 초보선원인 동식(박유천)을 구하기 위해서 배를 고장내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책임감 강한 그가 밀항이란 막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그래서 관객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해무에서 관객을 난감하게 하는 것은 여섯 명의 선원에 대해 쉽게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얼핏보면 갑판장 호영은 선장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인물로 보여지기 쉽다. 그러나 그는 선장의 말에 복종하면서도 완호와 동식을 챙기고, 밀항자들도 살뜰하게 챙기는 면모를 보인다.

 

 

동식은 호영이 홍매를 강선장의 말마따나 바다에 내던진 줄 알지만, 막상 알고 보니 어창에 숨겨놓은 것처럼 말이다. 동식은 얼핏 보면 강선장과 대척점에 있는 선한 인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동식은 얼핏 보면 순박하고 정의로운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홍매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 정도까지 행동을 취했을까? 게다가 그의 손에 묻힌 피는 그를 관객이 쉽게 '주인공'으로 부르기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해무에서 보이듯이 그 역시 손에 피를 묻힌 인물이다. 밀항자들이 사고로 어창에서 모조리 떼죽음을 당하자 처리과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순박하다고 할순 있어도 정의롭다곤 할 수 없다.

 

 

해무에서 오히려 가장 정상적이고 양심적인 인물은 문성근이 연기하는 기관장 완호다. 그러나 그가 신불자가 되어 숨어 살고 있는 상황은 마치 양심이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의 현상황을 풍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그의 비참한 최후도).

 

 

동식의 홍매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는 어떤 의미에서 위선적이다. 만약 홍매가 아니었다면? 동식은 그런 행동을 보여줬을까? 매우 대답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여섯 선원은 뜻밖의 사고에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한다.

 

 

 

각각 돈과 욕망에 충실한 경구와 창욱의 모습은 조금 촌스러울 뿐이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 더욱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행동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 순간에 막상 닥친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해무는 다음 순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작품은 관객들에게 날 것의 폭력과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상황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심성보 감독과 제작을 맡은 봉준호 감독의 뚝심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마도 해무는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차마 마주하기 싫은 우리 자신의 본성과 내면 그리고 어쩌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거침없이 그려내기 때문이다.

 

 

해무는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고, 여섯 명의 인물에 대해서 관객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와 국내 흥행 대작들 사이에서 해무같은 영화가 개봉한 것은 그저 놀라운 사건이다.

 

 

 

 

뱃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이 지속되던 전진호가 갑자기 밀항자들에 의해서 아비규환이 되는 모습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일상의 평온함을 은유하는 것 같다. '해무'는 전진호를 통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황을 신랄하게 폭로하는 것 같아 관람자체가 어떤 의미에선 매우 고통스러운 영화다.

 

 

얼핏 보면 김윤석과 박유천을 앞세운 화려한 출연진과 <살인의 추억>의 심성보 감독과 봉준호 제작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작품은 의외로 흥행성보단 작품성에 더욱 치중한 느낌이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기꺼이 안고, 현실도피의 한 수단으로 대다수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현실에서 답답하고 무겁고 심지어 끔찍함마저 주저없이 보여주는 영화의 뚝심엔 그저 감탄과 박수가 나올 뿐이다.

 

 

간단평: 오랜만에 관람후 관객들이 토론케 하는 영화. 그러나 재미와 감동을 위해 극장을 찾는 이라면 관람 자체가 '고통'일 수도.

 

 

별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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