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우리안의 속물근성! ‘풍문으로 들었소’

朱雀 2015. 3. 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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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는 몹시 독특하다. 처음엔 아직 대학생도 아닌 고3 남녀가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가지게 되는 설정이 파격적이었다! 따라서 이후 전개도 매우 파격적으로 진행될 줄 알았다.

 

 

처음엔 어느 정도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한인상의 부모인 한정호화 최연희는 서봄의 부모인 서형식과 김진애에게 돈을 주고 두 사람이 헤어지게끔 하려했다. 그러나 한인상의 결단으로 서봄과 혼인신고를 하면서 상황은 몹시 묘하게 흘러가게 된다.

 

 

현재 서봄은 원래 한인상의 과외선생이 최연소 사시합격자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에 따라서 인상과 함께 사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인상과 서봄은 처음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고 하는 사랑의 전사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몹시 현실적이게 변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 겨우 19살인 두 사람은 아직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상황이 되질 못한다. 그들은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의 뒷바라지 없이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드라마에서 한정호와 그의 아내 최연희 모습은 몹시도 위선적이다! 한정호는 밖에선 평등을 부르짖고 온화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쓴다. 최연희 역시 재색을 겸비한 상류층 여성의 표본처럼 행동하려 든다.

 

 

그러나 한정호는 틈만 나면 아들인 한인상에게 제왕학을 운운하고, 대한민국엔 계층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최연희 역시 자신들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친구가 아니라 그들위에 군림하려 애쓴다.

 

 

 

 

 

급기야 친구인 재벌가의 지영라와 엄소정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모습에선 비서인 이선숙의 말마따나 유아기적 퇴행기를 겪는 유치한 모습만을 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그들의 세계는 브라운관을 보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대한민국 상위 1%인 한인상의 가정은 분명히 불합리와 모순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걱정없이 남들위의 군림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부럽기 그지없다. ? 서봄의 언니인 서누리는 집안이 한미하다는 이유로 매번 서류심사에서 떨어져서 제대로된 직장을 다니지를 못하다가, 한정호의 추천으로 간신히 직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같은 자매이건만, 서누리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명품가방을 사기 위해 알바를 뛰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장내 인정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다. 반면, 서봄은 남편인 인상과 함께 법조계 인사들에게 신분을 쌓으며, 한상호 집안의 공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차이인가?

 

 

 

변변치 않은 벌이로 내일을 걱정하는 전형적인 서민인 서형식과 김진애의 모습은 바로 99% 우리의 모습이라 씁쓸하기 짝이 없다. 그들이 처음엔 (자신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한정호와 최연희를 나쁘게 보다가, 점점 현실적인 이유-딸 서봄의 공부와 외손자인 진영 때문에-로 약해져 가는 모습에선 과연 나라고 해서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한다.

 

 

막장드라마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대형 사건(?) 없이 나름 소소한 사건(?)들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시트콤보다 더욱 웃기면서도 때론 상류층과 서민층의 민낯을 보여주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끔 만드는 훌륭한 블랙코미디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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