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두번째 스무살’은 왜 의미심장한가?

朱雀 2015.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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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번째 스무살’에 대해선 별 다른 기대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기에. 무엇보다 ‘오 나의 귀신님’을 너무나 재밌게 본 상황에서 후속드라마가 별로 기대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1화를 보면서 의외로 경쾌한 흐름과 참신한 전개에 눈을 떼지 못하고 봤다.



2화에선 하노라가 너무 당하기만 해서 짜증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훗날의 통쾌함(?)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번째 스무살’은 제목과 예고편에서 알 수 있지만,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보는 아주머니가 대학교에 신입생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지우의 연기력엔 박수가 나올 뿐이다. 아직 미혼인 그녀가 실감나게 무시받는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고 톡톡튀는 모습도 동시에 보여주니. 그저 놀라울 뿐!




따라서 ‘두번째 스무살’은 그녀가 대학생으로서 다시금 가지게 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풋풋한 대학생. 이제 갓 성인이 20살은 중장년층에겐 추억으로 점철된 시기이다. 뭐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고,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마구마구 숨쉬는.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대학생들의 모습은 퍽퍽해보인다. 아직 자세히 그려지진 않았지만 곧 현실에 벽에 부딪쳐서 자신의 꿈을 펼치치 못하거나, 알바에 허덕거리는 모습들이 그려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하노라(최지우)의 삶 역시 퍽퍽하기 그지없다.



그는 꿈많은 예고시절 하필이면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덜컥 임신을 하고,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여성이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고, 하나뿐인 아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청천벽력으로 6개월의 시한부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물론 그건 병원에서 이름이 비슷한 환자때문에 일어난 착각이었다-.






하노라가 대학에 입학한 계기는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어느 정도 격이 맞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남편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까?’라는 정말 대책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눈물겹다. 왜냐하면 그녀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스무살’은 하노라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우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녀의 할머니는 평생 그녀를 위해 헌신했다. 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돈이 생길때마다 베게속에 숨겨둔 사연은 시청자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한다. 왜? 우리네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없는 살림속에서도 오직 손녀만 생각하는 할머니의 넉넉한 모습은 오늘날엔 찾아보기 힘든 가족애를 떠올리게 한다.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넉넉한 살림을 하고 있지만 하노라의 모습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은 그녀에게 이혼을 종용하고, 아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스무살’은 수많은 작품들이 그러하지만 ‘자아찾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38살의 아주머니가 20살때는 다니지 못했던 대학을 다니게 되는 모습은 ‘말도 안된다’라는 생각보다 ‘저러려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1~2화에서 대학생들이 그녀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끔찍하다. 무시하고 피하기 일쑤며, 뒤에선 숙덕거린다. 심지어 2화에선 순진한 그녀를 속여서 강의를 바꿔준다고 해놓고는, 강의만 가져가는 ‘먹튀’까지 벌어진다.심지어 남편은 이제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로 옮겨오게 된다.






그녀의 시련은 어디까지 일까? ‘두번째 스무살’은 하노라가 다니는 대학교에 남편은 교수로, 아들은 같은 대학생으로, 고교동창이며 그녀를 짝사랑한 이가 연극과 겸임교수로 있는 상황이다. 남편과 아들 몰래 대학교를 다니는 그녀는 언젠간 들킬 수 밖에 없으며, 옛추억의 상대인 차현석과는 분명히 뭔가 썸씽(?)이 벌어질 것이다.



하노라는 40살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온갖 인생의 시련들을 맞이한다. 비록 그녀의 착각과 병원의 실수로 ‘6개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대학교에 갈 결심을 하지만, 변해버린 세상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게다가 동급생의 따돌림과 무시의 연속은 가뜩이나 힘든 그녀를 더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때때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그녀가 2화에서 우연히 댄스 동아리 홍보에서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된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예고에서 현대무용을 한 그녀의 춤사위는 무척이나 멋있었다.



예고시절 현대무용을 한 탓에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가볍고 경쾌하게 바꿔준다.



‘두번째 스무살’은 누군가 이루지 못한 꿈,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것을 소재로 삼은 듯 하다. 아마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꿈꾸지만 감히 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수든, 화가든, 비행사든 그 무엇이든. 우린 그걸 하지 못하는 수만가지 핑계를 쌓아놓고 있다.



그런데 하노라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라는 타이틀을 떼고 자신의 꿈을 위해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삶임에도 당당하게 걸어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난은 함께할 수 밖에 없는 동반자다. 그러나 홀로서기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데는 어려움이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생활을 판타지가 아니라 오늘날 대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삶의 문제들을 만학도의 도전과 함께 보여주는 ‘두번째 스무살’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다소 심각한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유머를 잃지않고 경쾌하게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재벌 2세나 3세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부디 앞으로도 ‘출생의 비밀’처럼 국내 드라마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클리셰들이 되도록 등장하지 않고, 더욱 예상을 깨는 전개와 반전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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