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누구나 약점은 있다! ‘응답하라 1988’

朱雀 2015. 1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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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를 보면서 새삼 선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만약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완벽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선우를 꼽지 않을까 싶다. 선우는 착하고 바르다. 이제 겨우 고3임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엄마에게 나이키 운동화 사달라고 졸라본 적이 없다. 심지어 용돈 달라고 한 적도 없다-도대체 용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궁금하다. 엄마가 그냥 시시때때로 챙겨주나?-. 



어린 동생을 잘 챙기고, 엄마가 시장을 가면 바구니를 들어드리기 위해 쫓아가는 착한 인물이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쁜 것은 가식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엄마와 부쩍 가까워진 무성을 싫어하는 그의 모습은 아직 ‘선우가 어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로나 동시에 선우의 그런 모습은 무척이나 인간적이다. 선우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셋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주위환경은 아직 어린 선우가 일찍 철이 들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따라서 엄마와 여동생 진주는 선우에겐 소중한 가족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엄마와 진주를 무장해제 시켜버린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무성은 선우에겐 난감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4화에선 선우가 왜 그토록 무성을 싫어하는지 이유가 등장했다.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무성을 밀어내고 싫어하게 된 이유였다.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진주가 무성을 무척이나 따르는 모습은 선우의 그런 죄책감을 건드렸으리라. 엄마가 자신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무성에게 하는 모습 역시 질투와 더불어 아버지를 떠오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김선영에겐 자신 만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라미란이 지적했지만 아직 젊은 그녀가 자식들만 보고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하지 않는가? 선영 역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선우의 그런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동안 선우는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바르고 착한 그의 모습은 ‘인간적’으로 보이질 않는다. 너무나 완벽해 보이기에. 그러나 무성을 미워하는 모습을 통해서 우린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아빠를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가족애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늘날 드라마에선 가족들끼리 화목한 경우보다 재산이나 다른 이유로 가족들끼리도 원수에 가까운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아니 뉴스를 봐도 말하기조차 끔찍한 일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에 반해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하고, 엄마와 어린 진주를 누구보다 살뜰하게 생각하는 선우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리하여 그가 자신에게 하지 못한 비밀이야기를 무성에게 하는 엄마에게 섭섭해하고, 진주가 병원에서 깨자마자 무성을 찾는 것에 흔들리는 눈빛을 보여주는 것에서 오히려 반성을 하게끔 된다. ‘나는 과연 가족에게 어떻게 대했는가?’하고 말이다.



‘가족’이란 화두에 대해 ‘응답하라 1988’처럼 고민하게 만든 드라마가 최근에 있었던가 싶다. 케이블 드라마로선 놀랍게도14화에서 무려 1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앞으로 20%대의 시청률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저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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