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왜 토론하는가? ‘육룡이 나르샤’

朱雀 2016. 1. 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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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육룡이 나르샤’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현재 정체불명의 조직 무명 때문에 주인공들이 난제에 빠져있다.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그들이 철저하게 방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포은 정몽주가 그들이 근거지로 쓰고 있는 동굴로 온 것은 특히나 치명적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과연 무명이 누굴 동굴에 보냈을까 싶었는데, 정몽주가 등장해서 속으로 몇번이나 감탄사를 남발했다. 역사가 스포라고 우린 정몽주가 이방원에 의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드라마속에서 정몽주와 정도전은 동문수학한 처지다.




정치를 하다보면 당연히 서로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다. 서로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는 게 일상처럼 보이는 고려말의 상황에서 정몽주와 정도전이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는 모습은 그런 면에서 이채롭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상에서 정도전과 정몽주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잘 안다. 또한 애초에 정치란 서로 '타협과 상생'을 이루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아니던가?



둘의 정치적 신념은 거의 비슷하다. 고려는 현재 썩어빠졌고, 한시바삐 개혁을 해야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정몽주는 개혁을 결국 ‘고려’라는 틀에서 해야한다고 믿고 있고, 정도전은 고려의 귀족과 권문세가들을 갈아치우지 않곤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둘은 다른 이들보다 첨예하게 정치적인 신념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맨 처음 한 일은 밤새도록 토론한 것이다. 그러나 둘다 결국 서로를 설득하는 덴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여전히 토론하며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얼핏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린 고려말 조선초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권력을 위해서 피비린내 나는 정치투쟁이 벌어질거라 여겨진다. 드라마속에선 이미 홍인방-길태미는 물론이요, 이성계와 함께 회군한 조민수까지 제거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도전은 ‘피는 적게 흘려야 좋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포은 정몽주가 조선을 개국하는데 가장 필요한 인물이라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그와 동문수학한 처지에서 그가 얼마나 깨끗한 관리이고 고려를 개혁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후학을 양성해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정몽주 역시 정도전과 토론하면서 그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개혁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한 것을 알고 쓰러져가는 고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정도전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8화에선 현재 이성계와 정도전이 실행하려는 양전이 무명이란 비밀조직과 권문세가들의 반대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주는 정도전에게 ‘자신을 설득할때까지 고려를 멸하지 말라’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도와주기로 한다. 얼핏 생각하면 이방원의 이야기처럼 우선 상황이 급하니까 정몽주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도전은 정말로 정몽주와의 약속처럼 그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이는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정치란 결국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여러가시 사안에 대해 토론하면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 만큼이나 극도록 대립할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방법은? 결국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과 정몽주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부귀영화 때문이 아니다. 고려의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은 분명히 이성계에게 있어서 책사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권력을 잡기 위한 책략만 내놓지 않는다. 그는 조선의 근간이 될 각종 제도를 끊임없이 토론하고 고민하며 내놓고 있다. 그가 꿈꾸는 조선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대우받고, 힘없는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그런 ‘유교적 이상국가’이다.



드라마지만 정치적 신념이 다른 이들이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토론하는 모습은 진정 아름다웠다. 우린 저런 모습을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것일까? ‘육룡이 나르샤’에선 현재 이방지와 분이의 어머니인 연향과 그동안 궁금증만 증폭시켰던 무사 척사광. 그리고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될 왕요와 그의 여인 윤랑 등의 등장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몽주와 정도전이 서로를 향해 보여준 믿음과 서로를 향한 끝없은 토론과 설득의 모습이었다. 그런 드라마속 두 캐릭터의 모습은 현실의 정치가 어때해야 하는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지내는 중요한 무언가를 일깨워주기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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