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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말하다

결국 유아인이 남았다! ‘육룡이 나르샤’

어제 ‘육룡이 나르샤’는 무려 50부라는 길고도 험한 여정을 마쳤다. 우선 그 고난한 과정에 최선을 다한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고려말부터 시작해서 조선 초기까지 다룬 ‘육룡이 나르샤’는 초기부터 치명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바로 손에 피를 묻히고 권좌에 오른 이방원이 주인공이란 사실이었다. 이방원은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일반적인 상황에선 절대 왕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전까지 사극에서 이방원은 무인적 기질이 강한 인물로 많이 묘사되었다.





그런데 ‘육룡이 나르샤’에선 무휼과 이방지가 무사의 이미지를 가져가고, 이방원은 선비적 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는 정의롭지 못한 고려시대의 모습때문에 비분강개하고 무가 아니라 문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다. 실제로 이방원은1383년 문과에 급제했다.



무인집안에서 문인이 나왔으니 이성계의 기쁨은 남달랐을 것이다. 극중 이방원은 섬세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분명히 머리가 좋고 임기웅변에 뛰어나지만 또한 누구보다도 몽상가적 기질이 농후한 인물이다. 몽상가와 혁명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바로 현실로 이루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다. 유아인은 몽상가인 이방원이 혁명가로서 또한 권력자로서 변화하는 과정은 매우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혁명가에서 권력가로 탈바꿈하면서 그의 주변에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그가 고독해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화에서 이방원이 처남들인 민무구-민무질 형제를 제거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태종의 인정사정없는 모습을 그려냈다. 동시에 분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통해 너무나 인간적인 태종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유아인에게 이방원을 연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상대해야 할 연기자들은 이성계역의 천호진과 정도전역의 김명민을 비롯하여 쟁쟁한 조연진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때로 유아인이 김명민을 비롯한 중견연기자들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은 몹시나 힘겨워보였다.



흔히 말하는 기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버티고 악착같이 버텼다. 그런 그의 모습들은 극중 이방원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이방원=유아인’이란 등식을 성립하는데 성공했다. 흔히 하는 말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에서 최종 승리자는 태종 이방원이다. 마찬가지로 끝까지 남아 자신의 존재를 시청자에게 어필한 유아인은 ‘육룡이 나르샤’의 주연이라 할만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태종 이방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에게서 세종대왕 같은 성군이 나온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



‘육룡이 나르샤’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방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기존과 다른 그야말로 차별화된 캐릭터를 선보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