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웃기면서 씁쓸한 ‘하이킥’의 현실 풍자!

朱雀 2009. 11. 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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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을 보면서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거기에 뼈아픈 현실풍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 방송된 45화도 그랬다. F&B사장인 이순재는 자신이 자옥을 위해 벌인 100일 이벤트 때문에 무려 3천만원이나 지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순전히 자옥과의 1백일 기념일을 위해 잠실 운동장을 빌리고, 폭죽을 쏘아올리고, 밴드를 불러 한 일회성 멘트 때문에 그는 무려 3천만원이란 돈을 허공에 써버린 셈이 되었다. 가뜩이나 회사자금 사정이 안 좋아진 이순재는 가족들을 불러다 놓고 ‘비상 긴축 사태(?)’를 선언하고는 생활비를 반으로 줄이고 무조건 아끼라고 한다. 그러면서 겨우 60만원이란 기초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신세경에게 앞으로 책임지고 돈을 아끼라는 엄명을 내린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공장 작업복을 입고 경차로 출근하는 이순재. 스스로 말한 것처럼 ‘보여주기성 이벤트’에 강한 이런 모습, 정말 어디서 많이 보았던 모습 아닌가?


이순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짤릴까봐 조마조마하던 신세경은 이순재에게 고마워하며 최선을 다해 돈을 아낀다. 세경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낀 목록은 아래와 같다.

세호 프린트 100장 막음 - 1,300원

해리가 친구들이랑 피자 시켜먹으려는 것을 김치전으로 바꿔서 -45,000원

한달에 한번씩 오던 사과를 반품시켜 - 32,000원

변기에 벽돌을 넣어 물을 아낌 - 한달에 몇백원 정도

평균 한달에 30장 맡기던 와이셔츠를 손빨래등으로 대치 - 60,000원

쌀뜨물에 흑설탕등을 넣어 천연세제를 만듬 - 한달 평균 5,000원

오전 10시에서 오후 두시까진 보일러를 꺼둠 - 한달 평균 몇천원?

집안에서는 이렇게 세경이 힘들게 절역하고 있는데(그것도 앞뒤사정 모르고 고마워하면서),정작 이순재는 김자옥이 해준 파스타를 한끼 먹고는 고맙다면서 보답으로 1백만원짜리 밍크 코트를 사주는 과소비를 한다.


물론 이순재가 양심에 찔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달 월급이 60만원 밖에 되지 않는 신세경에게 월급을 가지고 협박(?)하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자옥에게 1백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사주면서 속으로 자신을 욕하기도 한다. 허나 그것 뿐이다.

그가 한 사치와 낭비 때문에 결국 고통당하는 것은 가족이며, 기초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가사도우미였다. 뭔가 연상되는 것이 없는가?

나는 45화를 보자마자 이전에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항상 우린 경제위기가 닥치면 누군가가 ‘금 모으기 운동’이니 ‘절약’ 등을 내세워 국민의 희생을 강요했다. 경제위기라면서 ‘과소비’란 신조어를 만들어 국민을 죄인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라살림이 어려울 때마다 정작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들은 대다수의 국민이 아니었다. 상위 몇%가 사치와 낭비를 했고, 나라의 살림을 맡은 이들이 방만한 운영을 통해 국민의 혈세로 채운 국고를 탕진해버렸다. 그러나 그들중 아무도 책임진 이는 없고, 고스란히 그러한 고통의 몫은 국민들이 나눠 짊어져야 했다.


희생은 언제나 대다수 비정규직인 차지하는 국민이 졌고, 성장과 수출의 단 열매는 항상 상위 몇%들이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겐 백만원짜리 밍크를 사주면서도 아까워 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들에겐 썩은 사과를 먹고 보일러를 못 트는 싸늘한 방에서 자게끔 하는 것. 정말 누군가들이 참 많이 한 행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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