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의 불편한 여성 아이돌 망가뜨리기

<청춘불패>에서 다시 한번 여성 아이돌들을 철저하게 망가뜨렸다. 보면서 불편한 것은 필자뿐일까? 이야기는 이렇다. 유리와 선화 현아 그리고 나르샤는 노촌장-김태우-로드리와 함께 나무와 칡을 캐러 산에 왔다가 중화요리를 두고 게임을 하게 된다.

게임 끝에 한 젓가락씩 짜장면을 먹게 된 선화와 나르샤는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양을 입에 부어넣어 보기에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가요프로에선 예쁘게 혹은 섹시하게 차려입고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그녀들은 <청춘불패>에선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액션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짜장면은 음식의 특성상 아무리 예쁘게 먹어도 춘장이 입주변에 묻어 지저분해 보이기 쉬운 음식이다. 그런 짜장면을 배고픔에 겨운(?) 아이돌들이 허겁지겁 먹게 먹게 상황을 만들어놓고 시청자들이 웃게끔 만드는 <청춘불패>의 의도에 대해 필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청춘불패> 1화때의 불쾌함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당시 <청춘불패>의 엠씨들은 숙소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걸그룹 멤버들을 깨워 부스스한 상태에서 생얼을 찍도록 강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망가진 모습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고자 한게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도는 이런 생각을 들게 한다. ‘꼭 여자 연예인의 저런 모습을 보여줘야 직성이 풀릴까?’하고 말이다. <청춘불패>에 출연하는 여성 스타들은 모두 가수들이다. 오늘처럼 비쥬얼이 중요시되는 가요계에서 그녀들은 예쁘거나 귀엽거나 혹은 섹시하거나, 저마다의 특색있는 아름다움을 뽐내며 ‘상품성’을 지니게 된다.

물론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그들의 그런 비쥬얼적 이미지는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청춘불패>는 1회에서도 그런 걸그룹 스타들의 이미지를 굳이 깨서 불편한 웃음을 주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로만 보였다. 게다가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따라가는 민망한 장면을 연출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 이후 <청춘불패>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참작했는지, 한동안 그런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다. 대신 G7이 유치리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어제 방송분에서도 G7는 이전에 고마운 물물교환을 해준 지역 주민들을 찾아 정(情)을 확인하는 훈훈함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 이후 시장에서 찐빵을 판 돈을 세는 과정에서 구하라와 신영이 챙기다가 걸리는 장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 장면 역시 불편했다. 굳이 예쁜 아이돌이 뭐가 아쉬울게 있다고 그런 푼돈을 챙기겠는가? 물론 안다. 이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키 위한 하나의 장치라는 사실을.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본다고 해도 그건 일종의 ‘도둑질’이다. 설마 그걸 보고 따라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걸 장난삼아 한다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그녀들의 이미지에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도둑질을 한다는 설정말고도 얼마든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코드는 많다고 본다. <청춘불패> 제작진이 너무 안이한 상황(?) 설정으로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려는 건 아니었는지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는 <청춘불패>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어제 방송에도 나왔지만 국내 경기는 몹시 좋지 않다. 특히 유치리 같은 지방경제는 더욱 어려운 것으로 안다. 그런 곳에 <청춘불패>가 지방에 정착해 끊임없이 한 지방을 소개하고 지역 주민을 찾아 정을 나눌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것을 팔고, 지역 가게를 찾아 홍보를 해줌으로써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에선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1회때 잠자고 있던 걸그룹 멤버들을 깨워놓고 잠에서 막깬 그녀들의 쌩얼을 공개하는 것도 부족해 ‘비포-애프터’로 비교한 것은, 어떤 의미에선 ‘폭력’에 가까운 행위였다. 굳이 예쁜 여성 아이돌을 이렇게 망가뜨려야 하는 건지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외엔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었던 걸까?

정부에서도 못하는 일을 겨우 한 개 방송 프로(그것도 예능 프로)가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청춘불패>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아름답고 예쁜 이미지가 생명인 걸그룹 멤버들이 ‘과연 망가질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일곱명의 아이돌들은 서슴없이 망가지는 것을 택했다. 그만큼 오늘날의 연예계 현실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녀들의 프로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수 있다.

<청춘불패> 제작진은 그런 멤버들의 예능정신을 단순히 그녀들의 기존 이미지를 망가뜨려 쉬운 웃음을 줄게 아니라, 좀더 연구를 통해 세련되게 전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짜장면을 한입 가득 베어물고, 춘장이 범범이 된 얼굴을 클로즈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예쁜 걸그룹 스타들의 이렇게 망가진 모습(그것도 다소 지저분하게)을 억지로 연출해서 결코 보고 싶지 않다! 좀더 건강하고 참신한 웃음의 코드를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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