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이리스’ 후속편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朱雀 2009. 12.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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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리에 끝난 <아이리스>는 종영전부터 시즌 2 제작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대표는 지난 18일 <아이리스>의 종방연에서 후속편 소식에 목말라한 언론과 시청자들에게 약간의 정보를 주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소식에 따르면 스핀오프는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고, ‘1편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와 출연진으로 꾸려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아이리스>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매우 성공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 생각한다.

우선 ‘첩보드라마’를 표방한 대작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이토록 성공적인 사례를 기록한 것은 없는 걸로 안다. 작품의 완성도와 화제성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아사아권 7국가에 이미 판매가 끝났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단순히 ‘선과 악’이 대립하는 첩보 드라마에 ‘아이리스’라는 의문의 조직을 삽입해 ‘음모론’을 교묘하게 꿰어 맞춘 부분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라 여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만약 후속편이 제작되면 거의 실패할 것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우선 주연이 이병헌이 아니라는 점을 들고 싶다. 제작사인 태원은 가능한한 이병헌을 후속편에도 기용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내년에 잡힌 그의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 속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는 걸로 끝마친 것으로 안다(물론 불친절한 <아이리스>의 속성을 봤을 때, 정식 2 시즌에선 그가 부활 할 수도 있다).

<아이리스>는 대표적인 ‘불친절한’ 드라마다.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제작사측은 ‘나중에 모든 것이 설명될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끝까지 설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수께끼 투성이인 ‘아이리스’란 조직에 대해 전혀 드러내지 않았고, 빅이 누구인지, 최승희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인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 중간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행동에 대해 전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 그 빈 공간을 시청자들이 서로 상상해서 게시판에 올려 갑론을박을 벌이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대본의 그런 빈공간을 메꿔낸 것은 이병헌을 비롯한 명품 배우들의 명연기였다. 이병헌이 분한 비극적인 운명의 김현준은 특임대를 지나 NSS에 배치되어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고, 백산에 의해 키워지다가 버려지고, 결국 복수를 위해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주인공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그런 이병헌의 빈자리를 과연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온 권상우 정도론 어림도 없다. 닭살 돋는 애정행각과 몸을 던진 열연과 눈물연기 등은 오직 이병헌 이기에 가능했다. 적어도 시청자의 기대치에 맞추려면 국내에선 장동건, 이정재, 정우성 쯤은 되야 가능할 것이다.

근데 과연 방금 나열한 배우들이 이병헌이 성공적으로 열연해서 욕먹기 쉬운 그 다음 주인공 자리를 선뜻 승낙할까? 아마 거의 하지 않을 것이다. 어설픈 인기 신인등을 데려다 쓴다면, 이미 이병헌에 눈높이가 맞춰진 시청자들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주연인 김태희를 눌러버린 김소연은 어떤가? 그녀는 김태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호위부 요원에서 이병헌을 제거키 위해 왔다가 사랑에 빠지는 다소 생뚱맞은 김선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밖에 폭풍간지를 별명을 얻은 김승우와 NSS부국장으로 ‘악의 화신’으로 분한 김영철, 그 외에 윤제문, 윤주상, 쥬니, 류승용, 장동직 등등 그야말로 연기혼을 불태운 열연덕분에 <아이리스>의 오늘날의 성공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스핀오프라 해도) 그들이 어렵게 구축하고 시청자들이 익숙해진 그런 모든 연기자들의 이미지를 버리고 다른 새로운 연기자들을 합류시킨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모험이다. 게다가 구멍투성이인 대본은 아마 후속편에도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아이리스’란 조직에 대해 시청자들의 상상이 더해져 기대가 큰 마당에 어설프게 조직 보스가 나오거나 실체가 밝혀진다면 흥미가 떨어져 이후 시청율이 급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아이리스>는 표절여부를 떠나서 시나리오 자체는 상당히 진부하며 기승전결이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 대본마저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쓴 것으로 아는데, 당장 내년에 후속편을 찍으려면 몇 달 사이에 대본을 써야 한다는 이야긴데, 과연 지금만큼의 완성도를 담보할 수 있을까?

모든 속편이 그렇지만 전편보다 뭔가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훨씬 커진 스케일과 음모 그리고 좀더 디테일한 내용들을 진행시켜야 하는데, 현재 <아이리스>가 진행되는 상황을 볼 때는 그런 결과물이 불가능 할 듯 싶다. 물론 만약 필자의 이런 예상을 깨고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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