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라의 남편으로 더욱 유명한 차인표는 그녀와 함께 출연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를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그후 드라마속의 연인이었던 신애라와 실제로 연인임을 선언하고, 돌연 군대를 다녀와 국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그는 또한 <007 어나더데이>의 출연제의를 받았으나, 시나리오가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측면이 있어서 고사한 것이 개봉쯤에 알려져 더욱 대중들에게 지지를 받게 되었다. 차인표는 현재 아동학대방지센터의 홍보대사이자, 각종 어린이 후원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100명이상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두 아이를 입양해 입양에 인색한 우리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차인표는 또한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해 ‘위안부 문제’를 다뤄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펼친 차인표지만 정작 배우로서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군 제대후 의리 때문에 출연한 <별은 내 가슴에>는 함께 출연한 안재욱이 큰 인기를 끌고, 정작 차인표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알바트로스>를 비롯해 <크로싱>까지 다양한 장르의 8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표작으로 삼을만한 작품이 없다. 심지어 강우석이 감독한 <한반도>는 400만 관객이 넘어서며 흥행사를 새로 쓸 것 같았으나, 그해 <괴물>이 개봉하면서 아쉽게 480만에서 흥행을 멈춰야 했다. - 물론 <한반도>는 흥행에 상당히 성공한 편이지만, 100억대의 제작비와 당시의 기세를 생각한다면 400만대에서 멈춘 흥행성적은 아쉽기만 하다-
드라마로 눈을 돌리면 몇몇 작품이 꼽힌다. 우선 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를 그린 <왕초>(1999)이 그렇다. 또한 김명민과 함께 출연한 <하얀거탑>(2007)에선 장준혁(김명민)의 라이벌로 등장해, 명본좌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여 화제를 이끌어 냈다.
최진립역의 김영철은 엄하면서 인자한 할아버지이자, 나라에 충성하고 어린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이상적인 인물로 멋지게 출연했다. 특히 인조를 구하고자 승산없는 전투에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유교적이자, 전통적인 군자상이라 할 것이다!
그런 차인표가 2010년 새롭게 출연한 드라마가 바로 <명가>다! 300년 13대에 걸쳐 만석꾼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오랫동안 부를 이어온 최씨 가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사방 100리에 배곯는 이가 없도록 하고,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며,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고, 나그네를 융성히 대접하라는 등의 가문의 지침은 왜 최씨 가문이 300년간 부를 이어갈 수 있었는지 그 답을 알려주는 것이라 하겠다.
차인표는 <명가>에서 최국선 역으로, 몰락한 최씨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1-2화에선 주로 아역들이 활약을 펼쳤다. 이야기는 병자호란을 맞아 최국선이 할아버지 최진립이 창고를 풀어 굶주린 백성을 먹이고, 철없는 어린 최국선이 단이(한고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난온 아이들을 한겨울에 징검다리를 놓기 위해 부리자 혼내는 모습 등을 통해 소중한 가르침을 내리는 절절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그러면서도 마름인 김자춘이 노비 매매를 하다가 걸려 최진립에게 경을 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최국선을 납치를 기도하고, 남한산성에 있는 임금을 구하기 위해 병사를 이끌고 간 최진립이 장렬하게 전사하는 등의 모습을 그리며 드라마적인 재미도 톡톡히 안겨주었다.
2화 마지막에 등장한 차인표가 어떻게 만석꾼이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부자가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차인표는 2화 말미에 청년으로 등장했다. 최진립의 군자금 마련을 위해 집안의재물을 모두 팔아치운 덕분에, 어머니의 약값마련을 위해 신분을 숨기고 일을 하는 그 앞에 아버지 최동량이 엄히 꾸짖으면서 끝났다.
예고편을 보니 3화부턴 상업에 뛰어드는 최국선의 활약이 펼쳐질 것 같은데, 몹시 기대된다. 이젠 잊혀져버린 한국식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최씨 가문의 이야기를 그러낸 <명가>에, 역시 선행을 실천하는 차인표가 주인공을 맡은 것은 당연하다 여겨진다. 게다가 이젠 노련한 연기력마저 갖췄으니, 올해는 차인표가 배우로서 다시금 이름을 떨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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