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배우 김수로의 재발견이 될 ‘공부의 신’

朱雀 2010.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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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놈들...평생 남들에게 발리고나 살 놈들. (야! 너 내려와! 한판 뜰까?-아이들)

입 닥치고 내말이나 들어봐 이 자식들아! 인생을 살면서 발린다는 거. 패배한다게 뭔지 아냐? 속는다는 거다. 너희들은 말이야. 이대로 살다간 평생 죽을때까지 남들한테 속기만 하다가 끝날 거다. 이 사회엔 룰이란 게 있다. 너희들은 이 룰위에서 살 수밖에 없다. 이 룰을 누가 만들었겠냐? 똑똑한 놈들이다. 법률, 교육제도, 세금, 부동산 제도, 금융, 급여 시스템. 똑똑한 놈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자기들 살기 편한대로 룰을 만든다. 하지만 자기들한테 불리한 것은 어렵게 베베 꼬아놔서 똑똑하지 못한 자들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든다.

똑똑한 놈들은 이 룰을 이용해 평생 잘 먹고 잘 산다. 반면 너희같이 멍청한 놈들. 머리쓰는게 귀찮은 놈들은 똑똑한 놈들에게 평생 속기만 하고, 평생 손해만 보고 그리고 결국은 패배한다.

그래서 어쩌라고?(아이들 중 누군가)

너희같이 놈들이 머리 좋은 놈들, 똑똑한 놈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속지 않고 패배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딱 한가지 뿐이다! 공부, 공부뿐이다! 공부를 해라! 이 악물고 죽도록 공부해서 천하대가라! 너희들에게 답은 이것 뿐이다. - 김수로의 연설 중에서


<공부의 신> 출연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이 가는 인물은 김수로였다. 아마 원작을 못 본 이들은 문제아들 중 한명으로 나오는 유승호에게 눈이 갈 것이다. 그러나 <공부의 신> 1화를 본 이들이라면 김수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며, 그가 극을 이끌어나갈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파리만 날리는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던 강석호(김수로)는 수수료라도 건지기 위해 삼류 고교 병문고에 온다. 그는 문제아들만 가득한 병문고의 법인 청산만 해주고 원래 빠질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래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불량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과거 이미지가 투영되며 오기가 발동해, 천하대에 5명이나 합격시키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친다. 여기에 문제아들 바로 유승호-고아성-이현우-지연-이찬호 등이 특별반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앞으로 담아내게 될 것이다.

꼴찌 동경대 가다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NORIFUSA MITA (북박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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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드래곤 사쿠라>(국내명 입시 최강전설: 꼴지, 동경대 가다‘)를 국내판으로 리메이크한 <공부의 신>은 1화밖에 방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꽤 괜찮은 전개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나갈 강석호 변호사역의 김수로가 능청스러우면서 사회에 비판적인 인물을 잘 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원작을 드라마화한 <드래곤 사쿠라>에선 아베 히로시가 김수로가 맡은 역할을 특유의 능청거림과 날카로운 언변으로 멋지게 해냈다.

아베 히로시는 문제아들이 가득한 삼류 류잔고에 가서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아이들을 설득하고 다닌다. <공부의 신>에선 강석호 변호사는 좀더 정의롭게 그려지지만, <드래곤 사쿠라>에선 좀더 냉혹하게 그려낸다.

폭주족 출신의 가난뱅이 변호사인 사쿠라기 켄지(아베 히로시)는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래 법인청산만 하면 될 류잔고를 명문고로 바꿀 결심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동경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원작 만화와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바로 동경대는 짧은 시간안에 공부해서 합격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일 높기 때문이다.


다른 명문대의 경우 오랜 시간을 준비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논술의 경우엔) 아이들이 따라갈 수 없어서 객관식 시험만 치르는 동경대를 치루고, 모든 과를 떠나서 동경대에 제일 낮은 과에 턱걸이라도 붙을 수 있는 방법을 취한다. ‘동경대’라는 목표는 얼핏 듣기엔 허황되어 보이지만, 사쿠라기 켄지에겐 확실한 공부방법이 있고, 그걸 현실적으로 해내기 위한 비법들이 있다. 만화책 등에서 나오지만, 아마 드라마에서도 그런 몇몇 비법이 소개될 것이라 여겨진다.

강석호 변호사는 위에서 드러나지만, 현실을 냉혹하게 판단하고 그걸 아이들에게 여과없이 전달한다. 그가 다른 어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확실한 대안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선 뼈아픈 자기 위치 확인과 노력이 뒤따라야만 하지만.

<공부의 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유승호가 아니라 김수로다! 그는 <공부의 신>의 중심 인물로 이사장을 설득하면서 선생들과 대립하고 아이들과도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쳐야 하는 삼중고 이상의 어려움에 처한 존재다. 1화에서 드러나지만 이사장은 그에게 말도 안되는 조건들을 내밀면서 궁지로 밀어넣는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가지고 낙천적으로 상황을 헤쳐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한마디로 현실적이지만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면서, 또한 돈키호테처럼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움직이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라 하겠다. 김수로는 바로 그런 어려운 인물을 맡아 너무나 멋지게 1화에서 소화해냈다.


아마 <공부의 신>에서 김수로는 그동안 ‘코믹 배우’로만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김수로가 맡은 강석호 변호사는 절대 코믹한 인물이 아니다. 그 자신이 문제아로 세상에 낙인찍혀 어렵게 살아온 그는 병문고교생들을 보며 자신과 일치시키고, 그들이 ‘천하대’에 진학하는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꿈을 꾸게 만들고) 자신도 그들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려하고 있다.

배우 김수로를 제대로 처음 본 작품은 <반칙왕>(2000)에서였다. 소심한 샐러리맨 송강호가 결승전에 맞붙는 유비호로 나온 그를 처음엔 하도 실감나게 연기해서 레슬러 선수인줄로만 알았다. 그후 <화산고>(2001)와 <달마야 놀자>(2001)등에 출연한 그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코믹배우’로 그의 이미지가 굳어버렸다. 특히 각종 예능 프로에 나와 코미디언 보다 더 웃기는 그를 보면서 ‘코믹’ 연기에만 일가견이 있다고 그만 편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흡혈형사 나도열>(2006)에 나온 그를 보면서 무척 웃기도 했지만, 흡혈모기에 물려 흥분하면 흡혈귀가 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세심한 그의 연기력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그의 웃긴 연기속에 다양한 모습이 공존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 출연작인 <홍길동의 후예>는 너무나 아쉬웠다. 궁극의 적으로 등장하는 이정민(김수로)는 츄리닝 패션을 고집하고, 슈퍼 히어로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위층을 꼬시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사악한 악당인 그는 <배트맨>에 등장하는 조커 못지 않은 음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김수로는 별 다른 설명없이 초반의 몇몇 장면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행동 연기로 그러한 인물의 내면을 그려냈다.

하지만 감독이 너무 가볍게만 가려고 한 탓인지 김수로의 빛나는 초반연기는 사라지고, 이내 별다른 이유없이 그저 악당이기에 악당인 김수로가 거기에 있어서 무척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에 있다가 <공부의 신>에서 삼류 폭주족에 가난뱅이 변호사에서 인생역전을 꿈꾸는 김수로를 다시 만난 건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강당에 수백명의 문제아들을 모아놓고 그들을 향해 ‘멍청한 놈들’이라고 겁 없이 지적하고, 그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사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그 시스템을 깨기 위해선 천하대에 가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는 그의 연설은 마치 전장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는 사령관만큼이나 멋지기 짝이 없었다.

아마 다른 월화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단언하긴 이르지만, <공부의 신> 1화의 하이라이트인 김수로의 연설장면은 1월 4일 월화드라마중 가장 멋진 명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 <공부의 신>에서 계속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김수로를 만나고 싶다. 코믹배우 김수로가 아닌 연기파 배우 김수로를 말이다!



인상 깊었던 1화 마지막 장면



까고 있네 그런 당신은 천하대 나왔어? 천하대가 그렇게 좋아? - 유승호

나 천하대 안 나왔다. 나 천하대 안 좋아한다. 천하대 나왔다고 잘난 척 하는 인간들 완전 구리다. 역겹다. 하지만 너희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개꼴통 낙인이 찍힌 너희들이 이 사회에 보기좋게 엿먹이는 길은 천하대 가는 거다.

허. 개꼴통. 이씨!(친구가 말린다) 야! 나와! - 유승호

저기 학교 앞에 걸린 현수막 다들 보면서 다니지? 그걸 보면서 뭘 생각했냐? 너희같은 놈들 싸그리 싹 쓸어가버리고 적힌 그 현수막이 바로 너희들이 찌질이라는 증거다. 그 까짓 공부하나 못한다고 웅크리고 있는 너희들이 찌질이가 아니면 뭐냐? 왜 고쳐보려고 하지 않고 일찌감치 짓밟히려고 하냐?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머리를 텅텅 비워가느냔 말이야!

뭐 천하대 일류대 노래를 부르는 이 세상이 더럽다고? 돈있고 빽있는 놈들이 판치는 이 세상이 역겹다고? (웃음) 그렇다면 너희들이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될거 아니냐? 뒤에서 불평만 늘어놓는 찌질이가 아니라 이 사회의 룰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되란 말이다! 너희들 인생의 전환점이 눈앞에 있다. 뛰어들어라! 공부를 해라! 천하대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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