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과 사치 그리고 철없던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다섯 동생을 위해 여자가 아닌 엄마로서의 삶을 택하는 최정원의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돋는 명장면이었다.
<별을 따다줘> 2화를 보다가 최정원의 신들린 연기에 그만 소름이 돋았다! 1화에서 최정원은 망가지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남자 하나 낚아서 팔자 고쳐보겠다는 일념으로 함부로 카드를 긁어 신용불량자 직전에 몰려있었다.
파마할 돈이 없어서 동생의 저금통을 배를 가를 정도로 철이 없었던 그녀는, 교통사고로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고난은 여태까지 지내던 집이 철거되면서 부터였다. 당장 겨울에 갈곳이 막막해진 진빨강(최정원)은 다섯 명의 동생을 데리고 우선 명품백 가게를 찾아간다. 그리고선 무조건 자신이 산 백을 환불해달라고 떼를 쓴다.
당연히 주인이 ‘유행도 지났고, 그때 바겐세일한 거라 그러지 못하겠다’라고 뻣대자 멱살을 잡으며 ‘새끼들 때문에 눈에 뵈는 거 없거든. 여기서 줄초상 내고 싶지 않으면 하나라도 사시지’라고 강한 협박성 멘트를 날리면서 벼랑 끝에 몰린 한 여성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책 없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았던 철부지가 당장 다섯 동생의 삶을 책임져야할 상황에 떠밀려서, 최정원은 생의 밑바닥에서 살기 위해 애쓰는 애처로운 처녀가장의 모습을 너무나 실감나게 브라운관위에서 펼쳐냈다.
졸지에 부모님을 잃은 황망한 상황 가운데서 믿었던 보험금 마저 해약해서(어머니는 어려운 사람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 안되는 보험마저 해지했다) 더욱 막막해지고, 줄줄이 다섯 명의 동생이(게다가 한명은 아직 젖먹이다) 있어서 여관조차 갈 수 없는 신세는 진빨강에게 자꾸만 선택을 강요한다. 결국 수중에 지닌 얼마 안되는 돈마저 거의 떨어지자 진빨강은 우선 젖먹이만 잠시 천사원에 맡길 생각을 한다.
그러나 동생들은 모두들 울면서 반대한다. 특히 둘째인 주황(박은빈)은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라 누나가 우릴 버려도 당연한 거다’며, ‘우리 모두 버려라. 난 동생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빨강의 눈시울을 결국 붉게 만든다.
진빨강은 독한 마음을 먹고 다시 찜찔방을 찾아서는 화장실로 가서 자신의 머리를 잘라버린다. 그녀는 자신이 이젠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 다섯 아이의 엄마로써 지내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다.
최정원은 <별을 따다줘> 1-2화만에 그녀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스스로 증명해냈다. 마스카라가 번져 팬더곰처럼 다소 흉한 얼굴로 뻔뻔한 미소를 날리고, 사치와 허영으로 똘똘 뭉친 철부지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그것도 부족해 2화에선 두 부모가 비명횡사하고 삶의 낭떠러지로 몰린 처녀가장의 눈물겨운 처지를 실감나게 절절이 그려냈다. 가진 돈도 없고, 가는 곳마다 환영받지 못하며 쫓겨나며, 다섯 명의 동생을 거둘 방법이 없어서 버리고 싶다는 유혹이 자꾸만 드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최정원의 그런 모습은 <찬란한 유산>에서 초반에 아버지를 잃고 정신지체아인 동생과 함께 자살직전까지 갔던 한효주의 신들린 연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비록 <별을 따다줘>에서 최정원은 자살까지 가진 않았지만, 너무나 힘들고 귀찮은 나머지 잠시 막내 동생을 고아원에 맡길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리곤 막상 실행에 옮길 찰나에 동생의 울부짖음을 보고 다시 마음을 돌이키게 된다.
<찬란한 유산>에서도 한효주는 동생과 함께 자살하려다, 동생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삶의 열의를 불태우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동생을 버릴 결심까지 했던 최정원은 여성의 생명인 머리를 직접 가위로 싹둑 잘라내며 여자가 아닌 엄마의 삶을 사리고 결심하게 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놀란 것은 눈빛과 표정 그리고 행동 연기도 연기지만, 실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봐도 가발같지 않던데, 정말로 드라마를 위해 머리를 잘랐다면 최정원의 열정에 그저 탐복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머리를 자른 것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 최정원의 연기는 실감나고 눈물이 절절 흐를 정도였다. 아마 방송을 본 여성 시청자들은 꽤 눈물을 훔쳤을 듯 싶다.
아무튼 2화에서 최정원은 자신이 단순히 얼굴이 예쁘거나 한때의 유명세를 타고 주연자리를 꿰찬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자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냈다. 1화만 보고 코믹인줄 알았던 <별을 따다줘>의 장르가 멜로인지 헷갈릴 정도로 소름 끼친 명연기이자 명장면이었다.
2화의 마지막에 동생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어서 원강하네 집에 가사도우미로 취직하던데, 다섯 동생들을 몰래 데리고 어떻게 들키지 않고 비밀 동거를 시작해나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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