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카리스마를 회복한 고현정의 미실, '선덕여왕' 13화

朱雀 2009. 7. 7. 07:30
728x90
반응형



<선덕여왕> 13화에서 갑자기 등장한 ‘사다함의 매화’ 때문에 온통 난리가 났다. 인터넷에선 이것이 양귀비인지 달력인지 벌써부터 논쟁이 한참 진행중이다. 오늘밤 방송되는 14화에서 그 정체가 밝혀진다니 두고보면 알일이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미실의 힘의 원천인 사다함의 매화에 쏠려있지만, 내 관심사는 그것보다 미실 본인에게 닿아있다.

그동안 미실은 1,2화에서 보여준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덕만의 출연이후 갑자기 줄어든 그녀의 촬영분과 덕만과 다른 이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대본과 연출은 고현정의 미실의 매력을 확 떨어뜨렸다. 덕분에 <선덕여왕>을 보던 즐거움 중 상당 부분이 사라졌음은 모두들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13화에서 고현정의 미실은 예전의 그 모습을 확실하게 다시 부활시켰다. 첫 사랑인 사다함을 생각하며 울먹일 때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비극의 히로인이자 청순가련의 극치였다. 그뿐인가? 신분이 회복되어 칙서를 받으러 온 서현공과 만명부인을 맞아 자신의 사람이 될 것을 은근히 권유하는 장면에선 노회한 정치가의 모습 그 자체였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힘의 근원을 찾기 위해 절로 들이닥친 서현공을 대적할 때의 모습은 절대권력자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위기(?)를 넘기자 동생인 미생랑이 등장하자 짜증내는 권력을 틀어쥔 여인의 모습등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과 달리 13화의 고현정은 표정 하나 눈빛 한번 허투루 쓴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철저한 계산하에 절대권력자 미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쓰였다. 1, 2화의 미실을 보고 <선덕여왕>에 푹 빠진 시청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을 것이다.

고현정의 미실이 예전의 카리스마를 회복한 반면, 덕만과 김유신은 개그 커플로 전락해버려 안타까웠다. 엄태웅이 매번 인상을 찌푸리고 눈에 힘을 주다가, 힘을 뺀 것은 일단 환영한다. 허나 김유신역의 엄태웅까지 굳이 개그를 해야하는 건지. 이문식의 죽방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데, 굳이 김유신과 덕만이 티격태격하고 알고보니 길치인 화랑을 놀리는 장면등은 좀 억지스러웠다. 물론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더욱 친해지고 함께 미션을 수행하면서 훗날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는다는 점은 높게 평가한다. 허나 그런 과정을 일부러 개그화할 필욘 없다고 본다.

13화를 본 대부분의 이들은 동감하겠지만, 간만에 꽉 짜여진 대본이자 연출이었다. 왕가의 비밀 서가인 ‘비고’에서 진흥대제가 미실이 권력을 갖기 위해 훔쳐간 무언가를 찾아오란 비밀임무를 문노에게 내렸고, 조사를 하던 문노가 ‘사다함의 매화’란 것을 알아냈다는 사실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사다함의 매화’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가능한 상황을 연출한 건 <선덕여왕>을 닥본사하는 이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준 방송분 이었다.

화제를 모았던 어린 미실역의 유이는 아무래도 <선덕여왕>의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미끼였지 싶다. 고현정이 예전 일을 회상할 때 몇 번 얼굴을 비췄지만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는 점은 제작진의 영리한 판단이라 여겨진다. 고현정의 미실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어린 미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자칫 이미지가 깨지고 극에 몰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제작진의 영리한 판단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역시 13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미실이었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의 초반 시청율을 잡아놓은 당사자이며, 훗날 덕만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라이벌로서 그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놓았다. 덕만역의 이요원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이요원을 엄태웅과 개그만 하게 할 게 아니라, 절대강적인 미실과 당당하게 대결하는 덕만의 모습을 한시바삐 만들어주길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