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승승장구’가 ‘무릎팍도사’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이유

朱雀 2010. 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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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릎팍 도사>에서 사상최강의 게스트가 등장했다. 아마 대한민국 토크쇼 역사상 그녀보다 더 큰 스타는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에 피겨 금메달을 안겨준 김연아 선수다.

김연아 선수편을 보면서, 내가 든 생각은 ‘<승승장구>가 도저히 <무릎팍 도사>를 따라가지 못한 다’는 것이었다. 지난 화요일 <승승장구>에 원더걸스가 나왔다. <승승장구> 역시 사상최고의 게스트중 한팀 이었기에, 2회로 나눴다. <무릎팍도사>역시 김연아편은 당연히 2개로 쪼갤 수 밖에 없었다.

토크쇼의 특성상 이런 대스타를 두 번 모시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최대한 내보내야 하고, 시청률 적인 면에서도 2회로 쪼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승승장구>는 ‘예고편’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무릎팍도사>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고 다음주 방송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원더걸스보다 김연아가 더 큰 스타기 때문에? 김연아가 벤쿠버 올림픽 피겨 금메달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물론 그것도 작용한다. 김연아는 아마 다신 대한민국 역사상 나오기 힘든 피겨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허나 역으로 뒤집으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김연아 선수기 때문에 <무릎팍 도사>는 <승승장구>보다 몇배 더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김연아 선수의 가장 큰 맞수인 아사다 마오는 일본의 자존심이다. 따라서 그녀가 마오 선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웃 일본에서도 그대로 활자화되어 신문지상에 펼쳐진다. 따라서 어쩌면 강호동이 제의한 것처럼, 그녀의 입장에선 마오에 대해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뿐인가? 대한민국 온 국민이 김연아 선수의 팬인 상황에서 조그만 실수로도, <무릎팍 도사>는 백만 안티를 넘어서서 천만 안티이상도 가능하다. 그러니 아무리 천하의 강호동이라고 해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인배 김슨생은 강호동에게 ‘마구 질문하라’고 하고, ‘점프할 때 무슨 생각하느냐?’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라는 식으로 서슴없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때론 ‘나시’처럼 방송부적합 용어를 실수로 말하긴 하지만, 그런 모습까지 꾸밈이 없어 볼 수 밖에 없다.

 

<무릎팍 도사>가 대단한 것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무릎팍 도사>에서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나와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았다. 여기에 강호동-유세윤-올밴의 약간 무식한 행동과 대사들은 편하기 때문에 재미를 더욱 듬뿍 얹어주었다.

<승승장구>는 <무릎팍 도사>처럼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감동보다는 재미에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 얼마전 산악인 오은선씨와 이번 원더걸스편을 보면, 나름 애쓰는 것이 보인다. 또한 일부러 김승우가 게스트에게 쎈 질문을 던지는 ‘김승우의 시선’등을 두어서, <박중훈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뿐인가? 승승돌 태연과 우영 그리고 김신영과 최화정 같은 막강 보조진행자를 두어 김승우의 곁을 든든하게 보좌한다. ‘우리 당장 만나’같은 코너를 두어 ‘번개’에 익숙한 현대인의 문화와 소통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는 <무릎팍 도사>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여기서 김승우씨가 들으면 잔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 한다. 김승우는 토크쇼 진행자로서 아직 강호동과 비교하기에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승승장구>는 결코 <무릎팍 도사>를 이길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에 불만이 많지만, 그가 국내 토크쇼 진행의 1인자란 사실은 인정한다.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이 1인자라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무릎팍 도사>엔 안철수를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나와 속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만 있거나 교훈을 주지만은 않는다. 때론 게스트가 불편한 약점이나 실수등을 캐내고, 답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때론 게스트를 당황케 하는 질문과 리액션을 한다.

이런 모든 질문과 행동들은 이전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게스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인간 김연아(누가 되었든 게스트 자신)’을 보게 한다. 김연아편을 살펴보자! 일반적인 토크쇼라면 김연아가 어려운 상황을 뚫고 이겨내 벤쿠버올림픽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서만 조명할 것이다.




그러나 <무릎팍 도사>는 달랐다! 그녀의 영광뒤에 가려진 가족의 아픔-이를테면 누나의 희생, 아버지의 희생-과 고뇌, 30여개의 아이스링크장 가운데 단 한 개의 피겨용이 없는 현실. 국적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오서 코치와 안무가 윌슨과의 우정과 파트너십 같은 우리가 쉽게 잊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한다.

물론 여기엔 인간 김연아의 고민과 역경과 도전 그리고 극복이란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함께 한다. 물론 <무릎팍 도사>도 예능이다. 웃음을 주기 위해 다소 무리한 말과 행동을 분명히 하며, 시청률을 의식해 분명히 김연아편은 두 개로 쪼갰다. 허나 그런 어쩔 수 없는 틀 안에서도 <무릎팍 도사>는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엔 최대한 조작되지 않은 인간 김연아의 위대한 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것은 김연아가 잘나고 혼자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후원해준 가족과 코치 스탭 등등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올림픽의 영광을 차지한 그녀도 여러 번 실패와 좌절의 고비를 건넜다는 사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녀의 ‘위대성’을 돋보이게 한다.

사람들은 <박중훈쇼>의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배우인 박중훈이 친한 배우이자 동료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지 못한 것을 든다. <승승장구>의 김승우가 굳이 무리를 하면서 센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토크쇼의 시청률을 가늠하는 데는 분명 게스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토크쇼를 진행해나가는 이의 역량이다. 아무리 작가진이 훌륭하고 보조MC가 훌륭해도 메인MC가 제몫을 해내지 못한 다면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강호동은 분명 목소리도 크고, 어딘가 부족한 점이 많은 인물이지만, 게스트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최대한 이끌어 내고, 그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에선 최대한의 리액션을 통해 눈물과 웃음을 함께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현재 유재석과 더불어 1인자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직 김승우는 갈길이 멀다고 여겨진다.

 

김연아편은 챔피언 <무릎팍 도사>에 <승승장구>가 아직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 방송분이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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