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천금이 아깝지 않은 소지섭의 연기력, ‘로드 넘버원’

朱雀 2010. 6.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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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넘버원>을 보는 내내 단 한 사내의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바로 이장우역의 소지섭이다! 그는 첫 등장에서 지리산에 은거하는 빨치산을 토벌하는 부대장으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자신의 부대보다 많은 숫자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기꺼이 ‘미끼’역할을 자임하고, 용감하게 싸운다.

허나 동시에 그는 전공을 세우기 위해 동료와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그가 그토록 빨치산 토벌에 매달리는 것은 실은 고향에 있는 사랑하는 수연(김하늘) 때문이었다.

 

숫적으로 열세에 몰려, 포대부대에게 자신들의 좌표를 알려주는 자살적 공격을 감행한 후, 홀로 살아남은 장우는 예전일을 기억한다. 거기서 그는 수줍은 머슴이었다.

허나 그는 주인집 딸인 수연을 사랑하고,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하는 순정을 바친다. 청년 시절의 소지섭은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잡아낸다. 그의 눈에 비친 김하늘은 천상에 내려온 여자며 ‘평생 너 만을 그리겠다’는 약속을 수줍게 한다. 다음 장면에서 그는 의대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그녀를 위해 기꺼이 죽음의 전장으로 간다.

 

<로드 넘버원>은 16부작으로, 1화 자막을 보니 6.25 전쟁이 있었던 1년 동안의 상황을 담아냈다고 한다. 아무래도 소지섭이 이장우의 과거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상영시간 문제로 짧을 수 밖에 없다. 거기서 그는 순박한 청년이 돈을 벌기 위해 빨치산 토벌에 나섰다가, ‘살인귀’가 되고, 그 상황속에서조차 한 여인을 그리는 모습을 너무나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뿐인가? 2년이 지난 후, 모두가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 돌아온 그는 중대장에게 ‘제대’를 부탁하며, 제대 이유를 떨리는 오른손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주인집 도령에 의해 낫으로 찍힌 탓도 있지만, 원치 않는 살육을 한 탓에 손이 떨린 것이리라. 소지섭은 그런 여러 가지 의미를 단 한순간의 장면으로 모두 잡아냈다. 그의 손짓 한번, 눈빛 한번은 모두 배우 소지섭이 아니라, 이장우 그 자체였다!

 이후 수연과 태호(윤계상)의 결혼 소식을 알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모습과 남로당 명단에 수연이 있는 것을 알고 매우 놀라워하는 다채로운 그의 모습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 없는 명연기였다. 요즘말로 ‘미친 연기력’이자 ‘미친 존재감’이었다.

 

아무래도 분량과 역할 탓이 컷겠지만, 최민수와 손창민 같은 배우들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고작 1화 분량 동안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절절하게 담아낸 소지섭의 연기력은 천금 아니, 천만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로드 넘버원>은 영화같은 전투신과 구구절절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출연진의 연기력이 보는 이를 매료시켰다. 허나 그중에서도 특히 소지섭의 명연기는 보는 이의 환호와 박수를 불러 일으킬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의 명연기에 그저 감탄과 경의를 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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