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수근이 ‘예능의 신’인 이유

朱雀 2010. 6. 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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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승승장구>에는 <개콘>에서 벌써 10년째 활약중인 김병만-이수근-박성호가 함께 출연했다. 특히 이수근과 달인 김병만의 우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탓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

그런데 어제 <승승장구>는 여태까지 방송분 가운데 가장 웃기고도 찡한 감동을 주었다. 이유는 이수근과 김병만 때문이었다. 처음에 둘은 키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김병만은 ‘키가 159센티라고 이야기 하고 다니는데 믿지 않는다. 얼만큼 작기를 원하시는지’라고 말해 큰 웃음을 줬다.

둘은 신체적 콤플렉스 일 수 있는 키재기를 시청자들을 위해 ‘도토리 키재기’를 감행했고, 예전에 했던 개그인 ‘단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과 ‘사랑하는 내 단신’들을 부르며 웃음을 유발했다.

 

이수근은 최근 <1박 2일>에서 뭐든 하면 빵빵 터지는 바람에, 강호동을 제치고 ‘예능의 신’이라고 불리기 까지 한다. 얼마전 방송에서 ‘감’을 영어로 ‘떫음’, ‘귤=셔’라고 th발음을 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왜냐면 순전히 애드리브 였기 때문이다.

또한 달인 김병만과 함께 효과음을 이용해 ‘금도끼 은도끼’를 즉석에서 짜내, 몰래온 손님으로 등장한 <개콘>의 PD 김석현이 잔잔한 웃음을 짓게끔 만들었다.

허나 그들은 웃음만 준게 아니었다. 감동도 함께 주었다. 우린 개그맨이 웃음을 주는 연기 때문에 그들 역시 ‘사람’이란 사실을 잊고 지낸다. 김병만은 개인적으로 안 좋은 집안사정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주기 위해 ‘아기분장’을 하고 ‘가식적인 연기’를 하면서 괴로웠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이야기가 개그맨들 사이에선 겨우 7-8위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아팠다.

 

이수근은 더 심한 이야기를 했다. 이수근은 1996년경 KBS 공채개그맨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개콘>에서 1년간 김병만과 함께 출연했음에도 말이다.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던 김병만과 따로 술을 먹을 정도로, 그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결국 레크레이션 강사로 빠지고 말았다. 김병만 역시 개그를 포기할 마음까지 먹었다가, PD의 권유로 <무림남녀>를 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인기를 얻게 되자, 친구 이수근을 찾아갔단다.

그리고 일주일에 며칠씩 내려가서 이수근을 설득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했단다. 잘 알려진 대로 <개콘>의 연기자들은 단 3분을 웃기기 위해, 일주일내내 아이디어를 짜내고, 갖은 고생을 다한다. 그런 살인적인 스케줄속에서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김병만은 세단까지 렌트해서 갈 정도로 이수근을 위해 애썼다.

 

이수근은 <1박 2일>에 처음 등장했을 때, 별다른 웃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성실함으로 차츰차츰 자신만의 입지를 만들어갔다. 그는 잘 알려진대로 ‘운전수’라는 애칭 아닌 애칭을 들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이수근은 그런 환경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감사하며, 열심히 운전을 했고, 심지어 특수 면허를 딸 정도로 노력을 했다.

한게 이것 밖에 없어서 다른 것을 할 줄 모르는 이들. 단 3분을 웃기기 위해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24시간 내내 사물을 보면 ‘개그’를 짜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심지어 시청자들이 자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데도, 기꺼이 그런 선입견과 편견까지 다 포용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이수근이 <1박2일>에서 노출까지 하면서 웃기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다. 방송을 본 지금도 호의적이진 않다. 그러나 ‘식스팩이 아니기 때문에 벗는다’라는 그의 말은, 자신의 신체적인 콤플렉스까지 웃음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면이 돋보이는 말이라 더 이상 비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어제 <승승장구>는 서로를 너무나 생각하는 단짝친구 이수근과 김병만의 우정으로 인해 감동과 눈물이 있었고, 자신들의 작은 키와 몸꽝인 몸까지 드러내며 웃기기 위해 애쓰는 그들을 통해 ‘진정한 웃음’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피땀어린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결정체’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방송분이었다. 이수근이 왜 현재 ‘예능신’이란 다소 과한 타이틀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지 알려준 방송분이기도 했다. 그저 웃긴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는 개그맨의 인간적인 고뇌와 방황 등을 알 수 있어서 너무나 뜻 깊은 시간이었다. ‘4만년을 출연하고 싶다’라는 박성호의 말처럼 세 사람 모두 오랫동안 개그맨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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