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예능 괴물이 되버린 이기광

朱雀 2010. 7.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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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뜨거운 형제들>은 ‘아바타 조종사 선발대회’로 꾸며졌다. 여름 특집으로 꾸며진 <뜨거운 형제들>은 이제 프로를 대표하는 ‘아바타 미팅’을 업그레이드 시켜, 아바타 데이트를 야외에서 진행시고, 8명의 형제들 가운데 최고의 아바타 조종사를 선발하기 위한 대회를 열기로 했다.

1라운드에선 박명수(조정)-탁재훈(아바타)이 워낙 탁월한 활약을 보여줘서, 쌈디(조정)-노유민(아바타)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2라운드는 더욱 대단했다! 한상진-박휘순 팀은 누가봐도 환상의 조합이었다. 매너남 한상진과 개그감이 최고인 박휘순은 뭔가 보여줄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일흔 살이 넘은 자신의 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기공룡 둘리’라고 하고, 데이트녀를 차에서 내려주면서 자신을 밟고 가라고 하는 박휘순의 자세와 정신은 대단했고, 시종일관 웃음을 주었다. 특히 도예 체험장에서 진흙반죽에 얻어맞아가면서 사랑고백(?)을 하는 그의 모습은 압권 그 자체였다!

 

그러나 김구라-이기광의 조합은 상상초월이었다. 김구라는 초반부터 아이돌 이기광에게 심한 주문을 했다. 데이트녀 앞에서 웃통을 벗고 장작을 패라고 시켰고, 진흙덩어리로 목걸이를 만들어서 선물시키게 하곤 ‘춘향 네 이년, 수청을 들라’라는 다소 무리한 상황극을 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이기광의 창의성이 빛을 발했다. 웃통을 벗는 것은 그렇다 쳐도, 장작을 패는 설정은 누가봐도 식상했다. 이기광은 정말 장작을 때림으로써 상황을 더욱 웃기게 만들었다.

‘춘향’운운하는 대목에는 잘못 들어서 ‘심청은 수청을 들라’라고 하더니, 실수를 더욱 승화시켜 ‘소녀심청은 수청을 들터이냐?’라고 말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기광의 기지를 보고 긴장한 박휘순이 ‘심청아 어딨냐?라면서 심봉사 흉내를 내자, 그의 엉덩이에 x침을 놔서 진압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구라는 아이돌인 이기광에게 진흙을 묻힌 손을 물에 넣은 다음,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게 하는 심한 주문을 했다. 이기광은 갈등 끝에 시원하게(?) 머리를 넘겨 큰 웃음을 줬다.

이기광이 어제 빛난 것은 순간순간의 기지 뿐만 아니라, 박휘순 같은 개그맨에게 밀리지 않는 입담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김구라가 방금 만든 도자기병에 김밥을 넣게 시켜서, 스탭에게 ‘밥있냐?’고 묻는 순간, 계속 밀리던 박휘순이 견제에 들어갔다. 그러자 ‘참 재미도 없으면서 말이 많아!’하고, 박휘순이 ‘그래도 난 177센티야!’라고 이기광의 약점인 키를 들먹이자, ‘그 얼굴에 키 커서 좋겠다’라고 재역습을 했다.

 

이후 이기광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재미없는 박휘순의 썰렁한 농담을 몸개그로 승화시켜 살리는 가 하면, 특유의 노래 이어붙이기로 박휘순이 다시 분위기를 주도하려 하자, 도끼를 들고 팝송을 부르더니 이내 조형기식 팝송을 불러 분위기를 대반전시켰다.

조종사인 김구라가 감탄을 한 나머지 ‘2년뒤 인터넷 방송을 하자!’고 할만큼 이기광은 자막 그대로 ‘악동을 넘어 괴물’이 되어버렸다. 최근 화제가 된 쌈디는 특유의 능글거림을 승화시켜 웃음을 주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쉽게 길들여지지 않을 야생성이 예능에 맞게 진화된 셈이라 여겼다.

개인적으론 이기광이 <뜨거운 형제들>에서 큰 활약을 펼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 예상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본 그는 매우 예의바르고 다소 수줍음이 있어 보이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주전부터 이기광은 예의바름에서 벗어나 ‘악동’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가 그토록 힘든 변신을 거친 이유는 예능돌로 거듭나아먄 자신도 유명해지고 팀도 유명해지는 요즘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인식한 탓이었을 것이다.

어제 <뜨거운 형제들>에서 이기광의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구라가 시킨 주문들은 모두 지나친 것들이었다! 그건 그냥 실행하기에도 벅찬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기광은 주변의 사물과 상황에 적절히 대응시켜 보다 승화된 예능감을 보여줬다. 덕분에 개그맨 출신의 박휘순이 상대였음에도, 오히려 그를 능가하는 웃음을 줬다.

너무 뛰어난 이기광의 활약에 궁금해진 김구라가 데이트녀가 ‘2세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맘대로 대답해봐라’고 주문하자, ‘한 200만명’이란 터무니없는 숫자를 대서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기광의 멋진 활약은 TV에서 본 우리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놀라움이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이의 예능에서 활약을 보고 본인 나름대로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을 것이다. 어제 이기광은 예능감이나 창의성, 능글맞은 연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예능감이 뛰어난 이들만이 기억되는 요즘의 상황에서 이기광은 자신의 멋진 비쥬얼과 춤솜씨를 넘어서서, 심지어 자신의 약점인 키까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엄청난 예능감을 선보였다.

다음주에 유재석의 <런닝맨>이 동시간대에 방송되기 때문에, 단 한명의 활약이 아쉬운 <뜨거운 형제들>에게 이기광의 신들린 활약은 그야말로 ‘단비’와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뜨거운 형제들>은 박휘순-쌈디-이기광으로 이어지는 멋진 예능 활약이 뻥뻥 터지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더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이 어느 정도 웃음을 줄지 모르겠지만, 도전자로서 <뜨거운 형제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오늘자 네이트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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