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구미호’는 왜 자신의 정체를 숨길까?, ‘여우누이뎐’

朱雀 2010. 8. 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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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여우누이뎐>이 어제로 13화가 방송되었다. 어제 양부인은 구산댁을 몰아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결국 자신이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곤 초옥의 몸에서 연이의 혼을 쫓아내기 위해, 친딸의 몸에 비수를 꽂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고 말았다.

 

그러나 어제 방송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양부인이 구산댁을 쫓아가다가 드디어 그녀의 정체가 ‘구미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이다.

 

구미호는 어차피 연이가 죽은 이후부터,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불구대천의 원수인 윤두수 대감과 양부인을 잔인하게 처단할 때까지 어느 정도 숨길 필요는 있지만, 현재 그녀의 처지에선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특히 구미호적인 초능력(?)이 그녀가 변신했을 때만 발휘되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땐, 더더욱 너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너무 인간세상에서 오래 생활한 탓이 아닐까 싶다. 우리 인간은 ‘남들과 다른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무리다. 손가락이 한 개만 많아도 ‘장애’라고 놀리고, 본인도 매우 꺼려한다. 하물며 구미호라면?

 

게다가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구미호는 인간이 되기 위해 갖은 모욕과 핍박을 견디며 10년 세월을 견녀냈다. 따라서 인간이 무척 되고 싶었던 그녀로선 ‘구미호’로서 자신이 모습이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딸 연이는 구미호의 모습을 ‘괴물’이라고 하며 치를 떤다.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있는 연이를 위해서라도 구산댁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길 필요가 있었고, 이것이 습관화 혹은 일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두 번째는 ‘복수’를 위해서다! 사실 구미호로 변신하고 복수를 감행한다면 눈 깜빡할 사이에 윤두수와 양부인을 처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복수는 너무 짧고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연이는 사지가 묶인 채, 윤두수에 의해 잔인하게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런 사정을 아는 구산댁으로선 어떻게든 그 몇십 배로 돌려주고 싶을 것이다! 처음 계획에선 원래 구산댁은 초옥을 잔인하게 죽이고, 윤두수와 양부인이 울면서 가장 고통스러워 할 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갈가리 찢어 죽이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옥에게 연이의 혼령이 뒤집어 씌워지면서 계획이 약간 변경되었다. 구산댁은 딸을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다가, 초옥의 혼령이 자신의 몸을 놔주지 않자, 초옥의 혼령을 내쫓을 기회를 도모하고자 한다.

 

그러나 구산댁의 계획은 약간 변경되었을 뿐이지, 달라지진 않았다. 구미호는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윤두수 대감을 홀릴 것이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으면 가장 끔찍한 순간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의 간을 꺼내 으적으적 씹어 먹을 것이다. 양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그동안 괴롭히고 핍박한 양부인에게 곧 정체를 드러내고 최고의 고통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우누이뎐>의 구미호는 무섭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면 한순간에 모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데도, 기꺼이 인간의 연약한 몸과 힘으로 고통을 감수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 구미호는 더 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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